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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홍 Mar 16. 2018

따듯한 추상의 음악 2

칸딘스키의 그림이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올리비에 메시앙


새를 너무 사랑해서 새의 지저귐을 음악에 담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입니다.


전편에서 설명된 것처럼 개인적으로 메시앙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새소리, 종교, 색채'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종교''색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종교

아마 종교는 작곡가의 작품 뿐만이 아니라, 작곡가 본인의 삶의 철학으로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아주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리 트리니테 성당(Église de la Trinité)의 오르가니스트로 소속되어있었던 메시앙은 많은 오르간 곡을 남겼는데요, 그의 대부분의 오르간 곡들은 종교와 관련된 곡들입니다. 다른 악기들로 편성 된 곡들도 제목부터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이거나 <그리고 나는 죽은 자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이며, 심지어 그의 하나뿐인 오페라는 가톨릭 성인을 주제로 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에 대한 경외,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한 성인입니다. 메시앙이 말년에 7년에 걸쳐 작곡한 이 오페라는 대부분의 오페라처럼 '사랑, 배신, 음모'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성인 프란체스코의 내적, 영적 세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CreditGeorge Tames / The New York Times




사실 메시앙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Quatuor pour la fin du temps>입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메시앙은 프랑스 군에 의해 위생병으로 징집돼 1940년 독일군에 잡혀 포로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합니다. 메시앙이 유명한 작곡가라는 사실이 알려져 독일군의 배려로 작곡 활동을 있어갈 수 있게 되어 수용소에서 만난 3명의 음악가들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을 위한 곡을 쓰다 그것이 발전되어 탄생한 곡이 메시앙의 대표곡 중 하나인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입니다.  


1941년 비 오는 어느 날, 수용소의 야외에서 5000여 명의 포로들 앞에서 3명의 음악가와 메시앙의 피아노 연주로 4중주가 처음 연주됩니다.


당시 첼로는 줄이 하나가 없었고, 피아노의 몇 개의 건반은 치면 다시 올라오지 않는 열악한 악기 상태와 곡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작곡가는 당시 연주에 대해 청중들이 그만큼 주의 깊게, 몰입해서 듣는 것을 못 봤다.’고 회상합니다.  


총 8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요한 묵시록(요한 계시록) 10장의 구절을 인용하여 만들었습니다.  

6일간의 천지창조 다음날 안식일인 7일이 완성되는 숫자이나 거기에 하나 더 나아가 영원을 향하는 광명, 평화를 뜻하는 시간을 더해 여덟 개의 악장으로 구성했다는 것이 작곡가의 설명입니다.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곱 번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곡은 제목대로 진짜 시간의 종말을 바라고 쓴 곡이라기보다, 죽음의 죽음, 부정의 부정. 결국 긍정으로 귀결되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의 종말이 오고 새로운 세계로의 소망을 담은 음악이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불안과 희망을 표현한 메시앙 처럼 칸딘스키는 20세기 초반,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유럽 전역에 팽배했던 전쟁의 두려움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에서 담고있는 내용 처럼, 칸딘스키도 묵시록적 성격의 세계관을 담으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유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갈망을 회화로 표현했습니다.


칸딘스키 - 구성 7(대홍수), 1913



색채 

메시앙은 음악이 조성이나 선법 등의 이론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색채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 추상적인 설명이네요. 무슨 말이냐면, 음악의 구분을 색채가 있는 음악과 없는 음악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메시앙에 의하면 쇼팽, 모차르트, 바그너의 음악들은 강한 색채를 가진 음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체로 위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어보시면, 각자의 스타일대로 어딘지 강하고 선명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색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메시앙의 공감각 능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메시앙과 칸딘스키는 '공감각'의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 공감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감각이 자극받으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라는데, 메시앙과 칸딘스키의 경우는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어떤 음을 들으면 그게 시각적으로 색깔로 나타나는 공감각을 지녔다고 합니다.


칸딘스키는 색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색채는 건반, 눈은 화음, 영혼은 현들이 많은 피아노다.
예술가는 영혼의 울림을 끌어내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이다.

Color is the keyboard, the eyes are the harmonies, the eyes are the harmonies, the soul is piano with many strings. The artist is the hand that plays, touching one key or another, to cause vibrations in the soul.


메시앙의 악보 중 일부, 생각하는 색깔을 악보에 적어 놓았습니다.


공감각의 능력을 지닌 메시앙의 몇몇 곡에서는 지휘자의 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이 느끼는 색깔을 악보에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또, 그의 저서에서는 그는 특정 화음에 대해 떠오르는 색깔을 정리해놓았는데, 그 색깔이 단순히 빨강 노랑 파랑을 넘어서 코발트블루, 페르시안 블루, 바이올렛 퍼플 등등으로 다양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그래서 메시앙의 음악의 전반을 들으면서 '불협화음이다, 아니다'를 나누지 않고 전체적인 색채의 조화를 보면 그의 음악을 한결 이해하기 편할 것입니다.

 



칸딘스키 - 구성 8 Composition VIII (1923)


칸딘스키는 이 작품에 대해서 '위로 솟아오르는 선은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부드럽고 완만한 선은 느리고 조용한 리듬을 느끼게 하며, 색채 중 색조는 음색, 색상은 가락, 채도는 음의 크기를 연상시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메시앙이 음악을 색채로 표현했다면 칸딘스키는 색채로 표현된 음악을 캔버스에 그려냈습니다.



칸딘스키 - 하얀 점 White Dot (1923)


칸딘스키가 생각했던 예술은 "예술가의 내면을 물질적인 매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칸딘스키의 작품은 작가 본인의 내면의 생각과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시앙의 음악도 현대적 아방가르드한 방법으로 표현을 옮겨왔을 뿐이지, 그의 삶의 철학에 기반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주제가 아닌 작품에서도 종교적 색깔이 드러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혹자는 20세기를 '죽음의 세기'로 표현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인간성이 말살된 시기의 예술의 주류는 인류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둡고 비관적이었습니다. 메시앙은 어둠의 시대에 빛을 보여준 작곡가로 평가받습니다.


1949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위촉하여 만든〈Turangalîla Symphony 투랑갈릴라 교향곡〉에서도 그의 삶의 철학이자 삶의 대한 긍정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투랑갈릴라'는 두 개의 산스크리트어 단어를 합한 것으로 "사랑의 노래, 환희의 송가, 시간, 움직임, 리듬, 삶과 죽음"이라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데, 메시앙 본인은 이 곡에 대한 느낌을 "초인적인, 넘쳐흐르는, 휘황찬란한, 제멋대로인"이라고 설명합니다. 단어를 수식하는 모든 형용사들을 의미를 함축해 결론은, "사랑노래"입니다.


독일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투랑갈리라 교향곡의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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