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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홍 May 16. 2018

위대한 영국, 위대한 브리튼 1

영국 현대 클래식 음악의 아이콘 -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1913-1976


이번에 소개할 작곡가는 영국 클래식 음악의 아이콘과도 같은 벤자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입니다. 

브리튼의 생애인 '1913-1976'을 보면 시기적으로 지극히 현대이지만, 음악의 스타일은 현대적이기보다 낭만에 가까운 스타일로 드라마틱함과 표현의 풍부함이 특징입니다.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2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의 경향은 점차 '아방가르드'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진보적인 행보를 이어갑니다. 예술가들은 기존의 전통적 틀을 깨고 새로운 표현 수단을 찾아 나서며 일반 대중에게는 더더욱 난해한 예술을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전통을 깨서 없애버리진 않겠죠. 전통의 틀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전통적인 틀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나가는 작곡가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 예가 지난 편에 소개한 올리비에 메시앙과 이번 편에 소개할 벤자민 브리튼입니다.


영국 클래식 음악의 발달은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와 함께 합니다. 16, 17세기에 재능 있는 작곡가들이 교회에서 쓰이는 곡들을 작곡하며 영국 음악을 발전시켜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받는 작곡가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나타난 '퍼셀 Henry Purell' 은 바로크 시대 국제적 명성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됩니다. 그 후에도 엘가 Edward Elgar와 같은 재능 있는 작곡가들이 나타났지만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작곡가를 배출하진 못 했습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 즈음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벤자민 브리튼의 등장은 영국 클래식 음악 가뭄기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곡가가 됩니다.




벤자민 브리튼도 이전에 제가 소개한 작곡가들과 같이 처음 들어보시는 생소한 클래식 작곡가이지만, 매번 본인만의 색감으로 뛰어난 미장센을 선보이는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의 영화 <문라이즈 킹덤 (2012)>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벤자민 브리튼의 음악을 들어보셨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마니아 층이 많아서 아마 <그랜드 부다페스트 (2014)>로 그의 섬세한 디테일에 반하셨다면 대부분 <문라이즈 킹덤>도 찾아보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요.


개인적으로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볼 때마다 영상과 매치하는 음악의 센스도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벤자민 브리튼의 음악이 스토리 텔링의 주축을 이룹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개봉한 최신작 <개들의 섬 Isle of Dogs (2018)>도 정말 추천합니다. 저도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보고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내는 캐릭터들과 서양인인 감독이 일본 문화에 대해 섬세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은 10살 무렵 학교에서 참여한 오페라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커서도 늘 기억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현하며 만든 영화가 <문라이즈 킹덤>입니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브리튼의 음악들을 적재적소에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어렸을 때 불렀다는 그 오페라도 브리튼의 단막극 오페라 <노아의 방주 Noye's Fludde>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두 어린이가 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모습이 나오죠.


영화 <문라이즈 킹덤>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을 보면 브리튼의 음악이 한 세기 전의 클래식 음악이지만, 지금의 대중문화와 만났을 때도 전혀 고리타분하거나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었다고 느껴집니다.      




영화의 오프닝에 나오는 어린이가 LP로 트는 음악이 브리튼의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기도 한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Young Person’s Guide to Orchestra (1946)>입니다. 이 곡은 관현악곡으로 브리튼이 어린이들 교육을 위해 쓴 곡입니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의 오프닝



엔딩 크레디트에서도 오프닝에 나온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 이어집니다. 끝까지 들어보시면 마지막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You Very Much For Listening'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의 엔딩




잉글랜드 서퍽 Suffolk에서 태어난 브리튼은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을 나타내던 신동이었습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공부했고, 런던의 영국 왕립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합니다. 20대 때는 주로 영화와 라디오 등의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스스로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음반을 녹음하기도 하고 지휘자로도 활동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작곡에 할애하기를 원했다고 하네요.


음악 신동답게 어려서부터 많은 곡들을 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작 중에 하나인 <단순 교향곡 Simple Symphony (1933)>은 10대 시절에 쓴 습작들을 바탕으로 20살에 완성한 곡입니다. 20분 정도 되는 짧은 교향곡으로 본격적인 교향곡이라기보다 '가벼운 기악 모음곡'에 가까운 곡입니다. 어린 브리튼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곡이기도 하죠.




브리튼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곡을 다양한 레벨의 연주자를 위해 쓴 다작의 작곡가입니다. 교회 예배에 부르는 합창곡에서 오페라, 기악곡뿐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의 범위도 전문 음악가뿐 아니라 아마추어들을 위한 곡, 아마추어와 전문가가 섞여서 연주되는 곡들을 씁니다. 브리튼은 또 기존의 작곡가들과 다르게 어린이들과 어린 청중을 위한 곡을 많이 쓴 편에 속합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단막극 <노아의 방주> 가 그렇고, 교향곡을 소개하는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이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합창곡들을 썼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합창곡들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음악도 꼭 들어보시길!


Benjamin Britten - "Cuckoo!" from Friday Afternoons Op.7



쓰고 보니 문라이즈 킹덤의 영화음악 소개 같기도 하네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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