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듦에 대하여
1. 그레타 거윅의 오랜 팬이었다. 그녀를 처음 영화에서 본 것이 <프란시스 하>였는데, 본인의 개성을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잘 섞이지도 못하고 어딘지 어색하고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주인공 프란시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를 꿈꾸며 프로페셔널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이것저것 해보려 하나 막상 뛰어난 재능이 보이지는 않은 예술가의 모습. 현실에서의 잣대로는 27살이나 되어서 아직도 꿈을 좇고 있다고 한심하게 보여 좌절하기 십상인 상황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도 단 한번도 자신의 삶을 비난하거나 울부짖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좇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 외의 영화에서도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는 그녀만의 특징이 있었다. 불완전함, 불안함을 통한 완전함 이랄까?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그런 캐릭터에 대한 사랑? 성향?은 그녀가 감독한 <레이디 버드>에서도 잘 드러난다.
2. 그레타 거윅이 나와 찾아본 영화 중 여러 영화의 각본과 감독이 노아 바움백이었다. <프란시스 하> 거윅과 바움백이 같이 극본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 둘이 결국 커플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곧 우디 앨런을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혼자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2020 아카데미에 바움백의 <Marriage Story>와 거윅의 <Little Women> 가 수상 후보에 오른 것을 보고 감격스러웠다. 그리고나서 <Marriage Story>를 찾아 보고 어딘지 더 세련되어지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반해 며칠 사이에 거의 매일 밤마다 바움백의 영화를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3. 바움백의 많은 영화에 아담 드라이버가 나온다. 아담 드라이버를 처음으로 주의 깊게 보았던 것은 마틴 스콜세이지의 <Silence>에서 였다. 장장 2시간 반이 넘는 그 영화를 두 번이나 보고 영화의 의미에 대해 많이 찾아보며 빠졌었을 때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아담 드라이버를 보며 정말 특이하게 생긴 배우라고 생각했다. 아마 인형같이 생긴 앤드류 가필드 옆에 있어서 더 특이해 보였을지도.
그 이후에도 특이하게 생긴 배우는 <BlacKkKlansman>에서도 보였고, <Star Wars: The Last Jedi>에서도 보였다. 특이해서 눈에 띄었다.
4. 근데 요즘 바움백의 영화를 찾아보다 보니, 며칠 새 밤마다 아담 드라이버를 만났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풋풋한 모습의 그가 멋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