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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홍 Jan 12. 2018

몬드리안의 그림이 음악으로 표현된다면? 2

현재와 영원의 고군분투 -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 Arvo Pärt 음악

Arvo Pärt


전편에서 이어져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대표적 작곡기법인 틴티나불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The small steps of tolerance to the world.


그의 종교에 대한 신념과 그가 추구하는 미학을 담고 있는 작은 움직임이면서 큰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 끝에 그가 찾아낸 방식이 틴티나불리 Tintinnabuli 입니다.



Tintinnabuli 틴티나불리
라틴어로 ‘종들’이라는 뜻으로, 종을 울렸을 때 울리는 공명을 3화음으로 표현한 작곡 기법입니다. 틴티나불리로 작곡된 음악은 두, 세 개의 다른 악기만으로 연주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 악기는 종의 울림을 표현하듯 단순한 3화음을 아르페지오라 불리는 한 코드를 풀어서 연주하는 기법으로 연주하고, 다른 악기가 같은 조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미니멀한 멜로디를 만들어 음악이 진행됩니다. 그 결과 음악의 조성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도, 움직이는 것 같은 역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 기법은 1976년 딸을 위해 작곡한 Für Alina (알리나를 위하여)에서 처음 소개됩니다.


작곡가 본인의 틴티나불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Tintinnabulation은 내가 나의 인생, 나의 음악, 나의 작업에서 대답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어두운 시간에 있을 때 나는 한 가지 외의 모든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나에게 혼란만 주어 나는 화합을 찾아야만 했다. 

많은 것에 둘러싸여 있는 완벽한 것의 흔적을 따라가며,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제거하면 하나의 완벽한 화합을 찾을 수 있다. Tintinnabulation은 그 과정이다.

나는 한 음이라도 아름답게 연주되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음, 하나의 쉼표 혹은 고요한 순간들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나는 한 성부나, 두 성부같이 아주 작은 요소만 가지고 작업한다. 3화음과 하나의 특정한 조성과 같은 가장 원초적인 재료를 쌓아 음악을 만든다. 
3화 음의 세음은 마치 종소리와 같다. 이것이 내가 Tintinnabuli라 칭하는 이유이다."



The instant and eternity are struggling within us.
우리 안에서의 현재와 영원의 끝없는 투쟁.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1977년 작곡된, 작곡가 스스로 ‘현재와 영원이 개인의 내면에서 투쟁하는’이라고 설명한, 라틴어로 ‘형제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Fratres입니다.


작곡가에 의해 여러 세트의 악기 버전이 존재합니다. 이 곡은 여섯 마디의 주제가 반복되며, 작곡가의 미학대로 간단한 몇 개의 음만으로 한 조성에서 새로운 조성으로 이동합니다.



The melodic line is our reality, our sins. 
But the other line is forgiving the sins.

패르트는 한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해 멜로디 파트는 우리의 현실, 우리가 지은 죄를 의미하고, 화음 파트는 그 죄를 사하여 주는 누군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작곡가의 종교관을 담고 있는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입니다. 

이 말은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좌우명이 었다는데, ‘서둘러라’를 의미하는 ‘festina’와 ‘천천히’를 의미하는 ‘lente’의 합성어로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뜻입니다. 제목 그대로의 의미와 그가 말하는 현재와 영원의 끝없는 투쟁, 복잡한 것들에서 하나의 화합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은 곡입니다. 저는 잘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의 영성적 깊이가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핵심 요소만을 드러낸다는 몬드리안의 그림과 같은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

나에게 음악의 최고의 미학은 악기의 소리를 그대로 놓는 것이다. 악기의 음색은 음악의 부분일 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악기 고유의 소리가 그대로 있다면, 음악의 본질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존재해야만 한다. 두세 개의 음 만으로도, 각각의 악기들의 독립적인 본질이 거기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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