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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n 20. 2024

갔다 온 게 뭐 어때서?

돌싱글즈들의 위험함



요즘 돌싱이 많다고는 하지만, 내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오랜 친구들 중에는 이혼한 사례가 한 명도 없었고, 7~8년 전 동네에서 알게 된 언니가 유일한 돌싱이었다. 하지만 그 언니는 아주 오래전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이혼을 했었고, 나를 만났을 때는 이미 비슷한 조건의 돌싱을 만나 아들 한 명 낳고 잘 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전히 내 주변에는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은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작년 말 동네 81 모임에 들어간 후 나는 정말 말 그대로 각종 돌싱들을 만나게 되었다. 궁금해서 작년 말부터 얼마 전까지 그 모임을 통해서 내가 한 번이라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봤던 친구들이 몇 명인가 확인해 보니 약 50명 정도이며, 그중에 내가 아는 돌싱이 11명이다. 17명이 유부남녀들이고, 20명 정도가 싱글들이다.


오늘은 이 모임에서 내가 봐 온 그리고 겪어 온 돌싱들에 대한 험담을 좀 해보려 한다. (혹시라도 불편할 것 같은 사람은 읽지 말기를). 이건 지극해 내 주관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평가이니까.


11명의 돌싱 중 남자가 4명 여자가 7명이다. 그런데, 자기가 먼저 당당하게(?) 돌싱임을 밝힌 비율을 보면 남자는 4명 중 3명이, 여자는 7명 중 3명으로 여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당당하게 밝혔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누군가 물어보면 “나 갔다 왔어~”, 내지는 “나 돌싱이야.” 정도로 말을 해줬다는 뜻이다.


그랬다는 것은 자신이 돌싱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말을 안 하거나 심지어 유부남녀인척 한 친구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돌싱이긴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친구도 있었다.


사례 1.


모임 초창기에 들어온 친구 중에 돌싱에 다 큰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A(여성)가 있었다. 몇 개월 뒤 모임에 처음 나온 여성과 A의 상황이 비슷하길래 그 둘의 가운에 앉아있던 나는 “둘이 친하게 지내~ 통하는 부분이 많겠다~”라고 내 나름대로 연결고리를 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A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다. A는 그날 이후 얼마 안 돼 모임을 나가버렸다. A가 나에게 직접 말을 한 적은 없고, 나도 최측근을 통해 건너 들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A는 그날 나의 가벼움(자신의 상황을 떠벌리는)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사례 2.


모임에 나가면 거의 항상 새벽까지 심지어는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에도 모임이 있으면 멀리서 택시를 타고 오는 등의 행동을 일삼던 B(여성). B는 처음에 자기는 유부녀라고 했었다. 나는 모임에 나가도 일정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 같은 B가 부럽기도 해서 물어봤었다. “너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 안 들어가도 괜찮아? 남편이 뭐라고 안 해?” B왈, “응~괜찮아~” 나는 “와~부럽다. 우리 남편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나로서는 B가 유부녀라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리고 그녀의 행동을 보면 절대 유부녀가 아님이 확실한 대도 그녀는 여전히 누구에게는 돌싱이라고 하고 누구에게는 유부녀라고 애매하고 말을 하고 있다.


사례 3.


모임 초반 혼자 사는 남자 친구들을 따로 모아 거의 매일같이 만나며 그들에게 반찬을 해서 챙겨주던 C(여성). 나는 그녀를 보며 정말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남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는)을 가진 참 부지런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아직 어린 아들 둘을 케어하고, 2~3달 전 아는 언니의 가게를 인수받아 새벽까지 술장사를 해내는 C를 보며 니 몸도 좀 챙겨가면서 하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결국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혼자되었으며, 모임의 멤버였던 친구와 현재 깊은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C에게도 내가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남편의 존재에 대해. 그럴 때마다 C는 “응~우리 남편은 이런 거 다 이해해 줘. 내가 결혼하고 10년 정도 애들 케어만 했거든. 그랬더니 이제 애들도 좀 크고 했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해줘. 우리 남편은 나랑은 달라. 집에서 책 보고 이런 거 좋아해.” 가상의 아니면 예전의 남편을 떠올리며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거였구나.


사례 4.


모임 초반 거의 매일같이 모임에 나오던 D(남성). 그는 술도 잘 못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런 자리가 너무 좋고 마침 지금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가 있어서 친구들 보러 매일 나온다고 했었다. 애가 셋이어서 힘들지만 그래도 막내딸 애교 한방이면 피곤이 싹 가신다고 했던 D. 닉네임도 00 아빠. 누가 봐도 일찍 결혼해서 큰애가 벌써 고등학생인 유부남이었다. 그런데 그도 최근에 결국 이혼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C와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C의 뒤에 숨어 모임을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을 몇 개월 만에 우르르 접하며 이 모임에 대해 남편과 했던 대화가 자꾸 생각났다.


“나 동네 친구들 모임에 가입했어”

“다 애엄마들(유부녀인 여성들)이지?”

“음.. 유부녀, 싱글, 돌싱 다 섞여 있어.”

“돌싱... 너무 위험하지 않아?”

“...”


그때만 해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좀 답답해 보였었다. 그런데 역시 꼭 돌싱이어서는 아니겠지만 그들이 꽤나 위험한 것은 맞는 거 같다.


A는 모임을 나가버려서 크게 상관은 없는데, BCD는 아직 모임에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모임을 나와버려서 역시 상관은 없지만, 최근에 현방장을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이 있었고, 사실 아직도 그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었는데, 그 주동자들에 BCD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예전 타진요처럼 다수가 모여 사람 한 명을 우습게 만들려는(그 사람의 삶 자체를 흔들 수도 있을 정도의 소문을 만들어) 시도가 있었고, 그 소문들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밝혀내는 과정에서 C가 현방장에게 우선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한발 물러선 내가 봐도 미봉책이어서 결국에는 현방장이 그들을 다 잘라내든, 그들이 현방장을 끌어내리든 둘 중에 하나로 귀결될 것 같기는 하다.


현방장에게 권한을 넘긴 나로서는 그리고 BCD 이하 그 세력들을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전자로 결과가 나기를 바라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도.


내가 방장을 넘기자마자 벌어진 일인데, 그게 시기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이 결집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현방장이 그렇게도 못마땅한 건지 그조차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꼰대(?) 같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바로는 갔다 온 데는 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정말 편견, 선입견 이런 거 없이 사람을 대하려고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왜 어른들이 가정환경을 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집집마다 들여다보면 문제없는 집이 없지만 그래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갈라서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서로 참아가며 희생하며 가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들이 결국에는 모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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