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머더
엄마는 새벽부터 나가 고된 일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그의 먹을거리를 만든다. 새벽에 냉동실에서 꺼내놓아 다 녹은 밥으로 죽을 만든다. 행여나 그가 지겨워할까 봐 매일매일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다. 한 달에 한번 전복이나 낙지, 소고기가 들어가는 날은 엄마의 월급날이다. 그는 그렇게 한 달이 흘렀구나를 가늠한다.
죽이 끓는 동안 엄마는 그의 소변주머니와 대변 봉지를 갈아주고 얼굴과 몸 여기저기를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준다. 처음에는 엄마가 그러는 동안 자는 척을 했다. 엄마지만 그래도 다 큰 아들의 소변과 대변을 치우고 몸을 닦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있는 한 시간 동안 그래서 일부러 더 눈을 꼭 감고 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인 거 같은데 엄마가 방에 들어왔다. 깨어 있었지만 자는 척했다. 엄마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영욱아, 엄마는 다른 거 안 바란다. 너랑 눈 맞추고 니 목소리 듣고 싶어. 엄마가 니 똥오줌 치우고 니 몸 닦아 주는 거 그거 20년 전에도 다 했던 거다. 하나도 안 힘들어. 하루 중에서 니 얼굴 보고 니 몸 만질 수 있는 그 시간이 제일 좋아. 오히려 니가 어디 멀리 안 돌아다니고 이렇게 항상 집에 있으니까 엄마는 예전보다 맘이 편해.”
그리고 약 12시간 후, 엄마가 다시 왔을 때 그는 사고 후 처음으로 눈을 뜨고 엄마를 불러보았다. 사고 후 처음으로 본 사람은 23년 전 세상 밖으로 나와서 처음 눈을 맞췄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