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히어 Jul 20. 2024

161021-04

터프 머더



그가 유명해질수록 어린 시절부터 함께 공연했던 동료들은 그를 멀리했다. 심지어 그에 대한 없는 말을 지어내 퍼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명 만은 예외였다. 레옹. 중학교 댄스 동아리 친구였던 민후.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레옹이어서 비보이명을 레옹으로 지었던 그. 그리고 그에게 크레이지영이라는 비보이명을 지어줬던 그. 레옹은 중학교 졸업 후 더 이상 레옹으로 불리지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로 댄스동아리 활동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를 레옹이라 부른다. 레옹 역시 더 이상 비보잉을 할 수 없는 그를 여전히 크레이지영이라 부른다.


엄마가 나가는 식당은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이 쉬는 날이다. 그날은 그가 목욕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몸무게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185cm의 아들을 엄마 혼자 화장실로 옮겨 씻길 수는 없다. 대신 레옹이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에 온다.


처음 엄마가 그의 몸을 닦고 똥오줌을 치울 때 그가 눈을 꼭 감고 있었던 것처럼 엄마가 쉬는 일요일 오후 레옹이 와서 자신의 옷을 벗기려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주어 버텼다. 하지만 그 힘은 레옹의 힘에 못 미쳤고 결국 그는 레옹의 손에 안기어 화장실로 옮겨졌다. 그 누구보다 알몸을 많이 보여줬던 친구여서인지 자신만 알몸이고 레옹은 옷을 입고 있는 그 상태가 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같이 목욕을 하자고 했다. 레옹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같이 벗고 있으니 혼자만 벗고 있는 것보다는 덜 부끄러웠다.


레옹은 중학교 때, 댄스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반에서 3등 안에 드는 친구였다. 그것이 그의 부모님이 댄스동아리 활동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했다. 현재는 영욱 주변 사람들 중 제일 좋은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이다. 그리고 사고 이후, 영욱이 유일하게 방문을 허락한 친구이기도 하다.


영욱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매니저들, 기자들, 팬들 그리고 그를 멀리하고 루머를 퍼트렸던 비보이들까지. 의식을 회복하고 난 후, 그는 눈을 꼭 감은 채 엄마에게 문병을 받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 누가 찾아와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레옹도 마찬가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161021-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