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점심에 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여중 or 여고생들 4명이 자리를 잡더니 폭풍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원래 식당이나 카페에서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은 아니지만, 그날따라 그녀들의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
“야, 00이 외동이지?”
“아 그래? 어쩐지 그럴 거 같았어.”
“야, oo이도 외동이잖아.”
“아, 진짜?”
“아오, 진짜, 외동들은 안돼. 짜증 나”
“그지 너무 자기밖에 몰라.”
외동인 나는 아주 잠깐 움찔했고, 혹시나 외동인 내 딸도 주변 친구들로부터 저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잠깐 걱정되었다.
외동아이는 이기적이다, 자기밖에 모른다. 자기중심적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등등. 외동아이인 나는 아무래도 이런 부정적인 편견을 접했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가끔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도 그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케바케라고 세상의 모든 외동들을 옹호해 준다. 그리고 나는 살면서 내가 외동이어서 남들과 어울릴 줄 모른다거나 이기적이라는 피드백은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물론 아직 인격이 다 완성되지 않았던 10대 시절에는 학기 초 반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주변에서 나를 인식했었다.
대략 대학교에 입학하던 시기부터였던 것 같은데 내성적인 성향이었던 나는 나름 내가 속한 그룹에서 인싸로 자리 잡으며 자연스럽게 보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향으로 점차 변해갔던 것 같다. 그렇게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이제는 내가 먼저 외동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더불어 현재 내 주변의 사람들은 외동에 대한 편견으로 나를 평가하기보다는 오히려 티 안 나게 타인을 잘 배려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그래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보면 볼수록 속이 깊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내가 나를 봐도 그다지 자기중심적인 사람인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남들도 인정하는 나만의 특이점(?)이 있기는 하다.
친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나에게 대놓고 또라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친한 사람들도 나를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적당히 친한 사람들은 차마 나에게 또라이라고는 못하고, “멋지다, 독특하다, 개성 있다, 너답다, 부럽다.”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나를 평가한다.
나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비치는 걸까?
오늘 아침 걷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나는 철저히 현재 중심의 인간이기 때문인 것이다.
나우 히어, 지금 여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도 말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지도 말고 나에게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Carpe Diem.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들이다.
말로야 뭘 못하겠냐만은 나는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다. 저축을 거의 안 하고, 1년에 2번씩 해외여행을 다니며,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 나의 이런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까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며, 나의 의도나 진심과는 다르게 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발생하더라도 그건 그렇게 생각하는 그들의 잘못이라고 넘겨버린다. 오늘 저녁 멀 먹을지, 이번 주말에 멀 할지도 그때그때 정하는 편이고, 하다못해 일도 미리미리 해두기 보다는 그때그때 닥친 일들을 초집중해서 해치우는 편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그 결정으로 인한 나중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고려보다는 당장 그걸 하고 싶은지 아닌지 내 감각에 따르는 편이다.
성인이 된 이후 거의 대부분 이렇게 살아왔는데, 글쎄, 앞으로 또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머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은 것도 같다. 어차피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죽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내가 죽은 뒤에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이미 나는 알 수가 없으므로 그 역시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나 자신의 느낌과 기분에 충실하게 되는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삶의 방식이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의 강점은 일을 할 때든 친구들을 만날 때든 무엇인가를 할 때(그러니까 거의 모든 순간) 그 순간에 대한 집중도가 매우 높고, 남들에게 막 티 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진심을 다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무언가가 내 뜻대로 잘 안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나, 앞으로 하지 않아야 할 부분들을 챙기는 편이다.
글을 쓰는 중간에 통화를 하고 나니 갑자기 이 글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아니고 현재중심적인 사람인가?
사실은 현재자기중심적인 사람인 것 같다. 자기현재중심적인 사람까지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