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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19. 2024

자발적으로 친구 사귀기



그게 정 안 맞으면 그냥 헤어지세요. 친구들도
그게 어렸을 때 1년 정도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로 진짜 무슨 반표지교 마냥 죽을 때까지 그 우정을 그 친구들 모두하고 지킬 이유는 없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그런 환상을 갖고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안 맞는데 우리가 그때 그거라고 하면 제 나이쯤 되면 한 30년 이상을 ‘야 그때 기억나냐? 물리쌤 와가지고 그거 기억나냐?’ 이런 얘기만 하고 있어.
그런 과거 얘기만 계속 하면서 똑같이 시작해서 똑같이 끝나는 것도 재밌는데 그러다가 최근 얘기를 하면 안 맞거나 뭔가 다르게 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 그러면 굳이 그게 오래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계 유지를 해야 된다는 강박은 이제 점점 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 가을 타는 이적 님과 오지 않는 만두를 기다리며          

https://youtu.be/KkLW7RA83zs?si=FZLk2SI69AUAjGdA



현재 나와 연락이 닿는 친구 중에 가장 오래된 친구들은 고1 때 친구들 2명이다. 원래는 3명이었는데 (나까지 총 4인방) 1명은 위의 이적이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코로나 시기 즘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그 뒤로 오랜 친구들은 대1 때 친구들 몇 명. 또 그 뒤로는 대학원 때 동생들 몇 명. 그 뒤로는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 동네에서 알게 된 언니들. 그러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코로나 시기를 맞이하고 그나마 넓지 않던 인간관계가 더 정리된 후 나는 자발적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오후에 일을 시작하다 보니 오전부터 3~4시까지 남는 시간에 그냥 동네에서 가볍게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끔 저녁에 시간이 나면 술 먹을 수 있는 친구도.      


아무튼 그렇게 내가 필요해서 내가 맺은 관계들 속에서 정말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사고도 있었고, 내 몸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도 남았지만, 난 아직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 같다.      


ENFP 유형에게 못하게 하면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새로운 친구 못 만나게 하기’라는 글을 보고 빵 터졌었다. 너무 정확해서 너무 나 같아서.      


올해 안에 브런치의 글을 300개까지 쓰려고 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남은 날들 1일 1 쓰기를 해야 가능할 텐데. 머 못하면 어때. 한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고 못했다고 누가 혼낼 것도 아닌데.      


오늘도 저녁 7시-10시에 수업이 있는 나는, 기나긴 낮 시간을 어쩔 줄 몰라 동네친구들과 밥을 먹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아, 위의 이적의 말이 공감되었던 이유는 알고 지낸 기간이 오래되었든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든 아니면 그 어떤 이유가 되었든 내가 불편하다면(나와 맞지 않는다면) 꼭 애써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나도 평소에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가장 친밀한 사이였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긴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신기하게도 인연이 이어져가는 경우도 많다. 그냥 자주 보든 오랜만에 보든 만나기 전 어느 정도 설레고 만났을 때 즐겁고 편하고 내 속 깊은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는 조금 더 많이 털어놓을 수 있으면 그게 친구 아닐까. 친구 그 이상이라고 해도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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