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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Oct 13. 2020

'가르침'에 대하여

누가 누굴 가르친다고? 

배움에서 가르침으로


몇 주 전에 일자리 제안을 받았습니다. 자전거 정비 교육 강사로 같이 일할 생각 없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셈입니다. 제가 지금은 라이프코치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자전거 샵에서도, 교육기관에서도 일했었고 자전거 정비 자격증, 자전거 안전교육 자격증도 있거든요. 취미로 자전거 생활을 즐기다가 직업으로까지 삼았었습니다. 근무지 경력을 총합하면 경력이 3년 이상입니다. 각 근무지별 근무기간이 길지 않아서 그렇죠. 자전거는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긴 합니다만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과거처럼 막 불타오르지는 않네요.



기분이 묘합니다. 저는 언제까지나 자전거를 타고 즐기면서 배우기만 할 사람일 것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정비를 배웠고 경력이 있다지만 이는 동종업계에서는 그렇게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운 수준입니다. 생활밀착형 자전거는 분해부터 조립까지 다 가능하지만 객관적으로 레저형 자전거에 대한 정비 기술 수준은 자전거 특정 브랜드를 취급하는 컨셉 스토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꾸준히 공부해서 배워야 하는데 배우기도 쉽지 않고 가르쳐주는 곳도 많지 않아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따로 배울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날들의 경험이 이런 제안을 받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것만은 확실하네요. 자전거 정비도 가능하면서 동시에 법과 연관한 자전거 안전교육까지 같이 교육이 가능한 사람이니까요. 일할 때는 참 힘들다 생각했고 이게 나중에 내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고민도 했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에 대해


결과적으로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이 제안을 수락하게 되면 제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올해(2020년)는 하고 싶은 일 다 후회 없이 해보고 결과가 없으면 내년부터 일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물론 좀 흔들리긴 했습니다. 몇 년을 일하다가 한 달 아무 일 없이, 아무 소득 없이 쉬니까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거든요.



문득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에 대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꼭 전문가여야 하는지, 반드시 더 많이 알고 더 잘 알아야 하는지, 고급 지식이 있어야만 하는지 등등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떤 교육을 받을 때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았는지, 공적인 교육이 아닌 경우에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았는지, 평소에는 어떤 상황에서 교육을 받았는지 하나 둘 떠올려봤습니다.



학생 때는 주로 학교와 학원, 집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규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위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았고 실력이 검증된 다시 말해 국가에서 자격을 인정한 사람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셈이죠. 그렇다면 학원은 어떤가요? 공인 자격증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강사분도 있었지만 제 기억 상 경력과 스타일로 가르치는 강사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전문 자격보다는 실전 경험을 더 높게 쳐주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는 부모님으로부터 교육을 받았지요. 먼저 배우고 직접 경험하여 체화한 지식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보다 많은 지식을 알고 저보다 깊게 이해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식의 양과 깊이가 달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 사람이 전문적인 자격이 있고 검증된 실제 경험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데 있어서는 하나면 됩니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한 지식일 수 있어요.


제가 코칭에 대해서 배울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같이 배우던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배웠는데 이걸 실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요? 경력이 없는 사람이 코칭 하면 코칭을 받는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요?' 저도 같은 이유로 내심 고민이 많았습니다. 배우긴 배웠는데 이걸 어떻게 알리고 쓰는가에 대해서요. 그랬더니 다른 분이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초보라고 가르치면 안되는 건 아니잖아요. 고수는 중수를 가르치고 중수는 하수를 가르치고 하수는 입문자를 가르칠 수 있어요. 우리도 그러면 되잖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한 지식일 수 있어요.'



뭔가 마음속에 돌덩이를 팍 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랬거든요.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지 나보다 좀 더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는지 떠올려보면 꼭 전문가에게만 배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았죠. 운동을 배울 때도 전문자격인에게 배우면서 동시에 오래 하신 분들에게도 배웠습니다. 여기서 제가 놓치고 있던 것은, 이런 관계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나'가 될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시작할 때는 초보자가 맞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배우다 보면 점점 아는 지식이 늘어나고 익숙해집니다. 초보자에서 하수, 중수, 고수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성장하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계속 나타나죠. 아무것도 모르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우리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지식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귀중한 지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점을 뒤집으면 이렇게 새롭게 보인다는 게 신기합니다.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근거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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