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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Oct 15. 2020

모든 일을 잘 해야하는가

만능에 대한 강박관념

마음이 원하는 일이면 다 중요하다?


2020년 들어 하고자 결심한 것이 참 많습니다. 가장 큰 일로는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 즉 코칭을 전업으로 삼고 싶다는 것이 있고, 사소한 일로는 독서, 글쓰기 등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의 양이 많고 적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걸리는 일이나 몇 달이 걸리는 일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가지는 가치'라는 면에서는 동등하다 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이면 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을 안 하고 쉬는 시간을 좀 더 가치있게 쓰자 생각하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코칭 관련해서 강의만 생각했는데,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은 필요성을 느끼다 보니 독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독서를 하다 보니 생각하는 주제, 분야가 다양해졌고, 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화법이라든지, 브랜딩이라든지, 부수입이라든지 등등.. 특히 코치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직업상담사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자격증을 공부하게 됐고, 직업상담사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청소년상담사라는 자격증도 알게 됐고,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관련 학과 학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책상에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에 대한 책이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있습니다. 마치 '나 공부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이야!' 하고 책장으로 보여주는 사람 같기도 합니다.  



하는 일은 모두 다 잘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정도가 지나치면 안 하느니 못한 것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일을 그만두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오전에는 먼 옛날 포기했던 테니스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하는 겸 해서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가량 운동하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잠깐 씻고 쉬면 12시고, 점심 식사를 하면 1시가 좀 넘습니다. 쏟아지는 피곤함과 졸음에 다른 일을 할 집중력이 떨어져 잠깐 낮잠을 청합니다. 1시간~2시간 정도 자면 개운하기도 하고 정신도 맑아집니다. 3시 즈음부터 공부를 시작합니다. 독서, 자격증 공부, 글쓰기, 심리학 공부 등등.. 보통 밤 12시, 1시까지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하나에만 집중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서 공부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를 하면서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니 지금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칭 하나만 보고 시간을 썼을 때는 오롯이 코칭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공부를 하고 글쓰기를 하고 했는데, 지금은 하나 하면서 다른 하나를 생각하고 그러니 뭔가 좀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100%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은 다 해야 하고, 하는 일은 모두 다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 부담감에 갇혀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없다.


비효율적임을 알고 있는데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 자신감이 제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 스스로 이 상태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뭐 하나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불타는 열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의미 없는 욕심입니다.


불안감과 조급함에 뭐 하나라도 더 하려는 마음 자체는 좋으나, 그렇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넘어가는 일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모습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일은 수십 개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합니다. 안되는 일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잘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 포스팅은 저 스스로 보고 읽고 생각하라고 저에게 쓰는 글입니다. 요즘 뭐 하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를 세우되 지금 당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만 집중하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특히 글쓰기 같은 경우 '반드시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부족한데 꼭 시간을 많이 들여 아 하는 형태로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 평소에 공부할 시간 부족하다고 불평하면서 글 하나 쓰기 위해 1시간 ~ 2시간가량 투자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남이 내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으니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니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일을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해볼 파트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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