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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Jan 21. 2022

나는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feat. 진로교육)

얘들아, 너희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뭘까? 나는 항상 고민한단다..


얘들아, 진로가 뭘까?



 진로강사로 활동하면서 진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학교를 방문하고 또 여러 아이들을 만납니다. 만날 때마다 새롭고 설레는 느낌이 들면서 점차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항상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진로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진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떤 답변이 나오는가에 따라 수업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지난 10월경 어느 고등학교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직업, 돈 버는 일, 하고 싶은 일 등의 대답을 하던 중 한 아이가 조용하게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진로는 삶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대답 중 가장 마음에 들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오는 단순하고 간단한 답변인데도, 어째서 진로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 이리도 많은지 안타까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에 진로는 직업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거나 혹은 강요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로 수업이라 해도 직업이나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뿐이라 재미가 없어서 다 잔다.'라는 말을 아이들로부터 직접 들었던 것을 돌아보면 합리적인 의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질이 중요하다 



 진로는 삶의 방향이라는 말. 제가 모든 수업을 준비하고, 강의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제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강사로서의 길을 선택할 때 최우선 가치로 삼은 말이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를 학생의 입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 학생이 그 말의 깊이를 얼마나 경험해 보았든 간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했으니까요.



 진로의 본질이 무엇일까, 매번 고민합니다. 왜 사람들은 진로를 고민하고 답 찾기를 어려워할까. 당장 나도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왜 하고 있는 걸까, 진로 강사라는 직업이 있고 직업 만족도도 높은데 왜 이 고민은 끝이 나지 않는 걸까 하면서 말이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고민이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진로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로를 작은 의미, 관점으로 보면 단순히 하는 일, 직업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의미로 본다면 직업을 포함해 생애를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직업에 대한 고민은 저기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문제로 사라져 버리고 '삶'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 셈입니다.



 정답이 없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정확한 결과도 보이지 않으면서 가만히 있자니 끝없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 그러자고 행동하자니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이게 잘 맞는 것인지, 잘하고 있는 건지 애매모호해집니다. 일단 하긴 하지만 이게 정말 원하는 일인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죠. 이렇든 저렇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다 보면 또 여러 가지 유혹이 손을 뻗쳐옵니다.



 가장 큰 유혹으로는 '남의 말'이 아닐까 합니다.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보기에 뭔가 잘 되고, 결과물도 꽤 좋고 보기 좋으니까. 게다가 그런 사람이 좋다고, 이걸 하라고 하니까 내 마음이야 어떻든 좋아 보이니 심사숙고하지 않고 남들 따라서 똑같이 따라하게 되는거죠. 잘 된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했을 때 잘 되지 않는다면 '남 탓'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나는 왜 이모양일까..'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고, 일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이 뭘까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걸까요? 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믿음이란 신앙적인, 영적인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믿는 자기효능감'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줏대가 없다고도 하죠. 근본적인 원인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환경, 관계, 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요.



 성인은 이러한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울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나이 상관없이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비슷합니다. 고민의 주제만 다를 뿐이지, 본질적인 이유는 같다고 봐요. 미래야 불확실한건 당연한거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반대로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통제 가능한 요인입니다.



 다양한 진로교육을 보고 듣고 공부했고, 이 중 일부는 활용해서 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일부는 제 가치관, 진로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단 1%도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격동적인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수업이 필요할까, 진짜로 필요한 수업이 뭘까 생각하다 보니까요. 앞으로 성인이 되고 사회로 진출해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되기까지, 지금부터 이 아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변화가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죠. 겉으로 보이는 것만 해결한다면 결국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따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청소년 진로교육의 본질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직업과 대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진로교육의 본질일까, 질문을 던져보는거죠. 물론 '좋은 학교'의 기준이 진학률, 면학분위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다면 여러가지 시도를 해봐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단순히 학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청소년들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고,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근처에 있는 성인들일 테니까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이 가치관, 진로관이 형성될 거고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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