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로사 Sep 15. 2023

”바비가 웃고 있어"

19살 바비가 기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이 날 저는 엄마랑 누나랑 같이 벚꽃놀이를 했어요, 벌써 6년 전이네요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바비예요.

올해 벌써 19살이 되었어요.

그리고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그날 처음 지금의 아빠가 나를 집으로 데리고 와줬어요.

구조, 아니 구원인 것 같아요.


저의 예전 아빠가 술에 취해서,

나를 들고 벽으로 집어던졌어요.

이유는 하나예요. 짖는다고, 그래서 저를 때리거나 던졌거든요.


술을 잔뜩 마시고,

손님까지 데리고 와서 너무 무서워서 짖은 거였어요.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고

더 맞기 전에 어서 피해야겠다 싶어서,

얼얼한 채로 몸을 일으켜 구석으로 숨으려고 간신히 도망치려는데,


그 순간 손님으로 왔던 아빠가


 “왜 개를 그렇게 학대하냐면서,

그렇게 키울 거면 내가 데려갈 테니 나한테 줘!”라고 말했어요.


그 길로 저를 품에 안고서,

눈보라 휘몰아치는 화이트크리스마스이브의 밤에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받는 생일 선물 같은 가족이었어요.

그래서 바비의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로 하자고 누나들이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날의 일이

저에게 두 번째 가족을 만나게 된 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미 돌아가셨데요.


아마 혼자 사시다가 술을 많이 먹고,

건강이 나빠져서 그렇게 되셨나 봐요.

그때 아빠가 저를 구조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과연 어떤 일을 겪었을지 너무 무서워요.


그치만, 가끔 그 아저씨랑 닮은

술을 마신 아저씨들을 보면 그냥 겁도 나고 화도 나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술이 취한 아저씨가 너무 싫어요.

다행히 새로 생긴 가족은 할머니, 엄마, 아빠, 누나도 두 명이고

처음에는 닐라라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지금은 또 다른 동생들이 있어요.

처음 동생이 생겼을 때 약간 서운하고,

말하기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 동안 웃음도 안 나오더라고요.

아마 닐라형도 내가 집에 처음 왔을 때,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착한 닐라형은 나한테 무섭게 굴지 않고,

내 장난도 잘 받아줬어요.

가끔 보고 싶어요.


다행인 건,

우리 누나는 나를 제일 예뻐해서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할머니도 바비도 손주로 대해 주시고,

동생들이 생겼지만, 여전히 날 사랑해 주니까요.


하지만 이제 내가 나이가 많아져서,

우리 가족들이 내 건강을 많이 걱정해요.

얼마 전에는 바비누나가 내 꿈을 꿨는데요.

꿈에 내가 누군가에게 끌려가려고 했대요.


 산책을 더 가고 싶지 않을 때, 꿈쩍도 안한는 바비



글쎄 내가 현관 앞에서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네 발로 딱 딛고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는데,

마침 누나가 대문을 열고 나왔어요!


"바비야!"하고 누나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

그 괴한이 도망가려고 해서,

다행히 꿈속에 나는 문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았어요.

사실 누나는 꿈이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내가 그런 거예요. 헤헤

우리 누나한테 내 마음을 말로 설명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때가 내가 간경화 진단받고 난 뒤라서

누나가 많이 슬펐거든요.





그렇지만 바비는 의사쌤이 주신 약도 열심히 잘 먹고요,

산책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좀 예전처럼 음식이 막 먹고 싶지가 않아요.

사실 간경화가 시작되어서 그런 거래요.

그리고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안 먹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주는 밥이 너무 맛있는 걸 알지만,

맛있지는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예전처럼 먹고 싶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엄마를 걱정을 시키고 있어서, 슬프고 미안해요.

누나는 계속 새로운 걸 먹게 하려고 애쓰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바비도 계속 힘을 내보려고요!

가족들이 바비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병원도 데려가면서

보살펴주는 만큼 힘을 낼 거예요.




그리고 우리 집에는 90살이 넘으신 할머니가 계세요.

저는 할머니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손주가 되어드리기고 하거든요.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게 좋으니까,

저도 오래오래 같이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누나가  내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왜 맨날 귀찮게 찍나 싶었는데요.

이제 보니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걸

그리고 내 책도 써주고 그런다니까,

고맙고 행복해요.



내가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했다는 걸 알았었요!

하지만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도 해서,

이젠 예전보다 쉽진 않지만,

정말 기쁠 땐 꼭 환하게 웃고 마음을 표현할 거예요.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좀 누워야겠거든요.

다음에  계속 얘기 또 해줄게요.

내 얘기 들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매거진의 이전글 "바비가 웃고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