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바비가 기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바비예요.
올해 벌써 19살이 되었어요.
그리고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그날 처음 지금의 아빠가 나를 집으로 데리고 와줬어요.
구조, 아니 구원인 것 같아요.
저의 예전 아빠가 술에 취해서,
나를 들고 벽으로 집어던졌어요.
이유는 하나예요. 짖는다고, 그래서 저를 때리거나 던졌거든요.
술을 잔뜩 마시고,
손님까지 데리고 와서 너무 무서워서 짖은 거였어요.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고
더 맞기 전에 어서 피해야겠다 싶어서,
얼얼한 채로 몸을 일으켜 구석으로 숨으려고 간신히 도망치려는데,
그 순간 손님으로 왔던 아빠가
“왜 개를 그렇게 학대하냐면서,
그렇게 키울 거면 내가 데려갈 테니 나한테 줘!”라고 말했어요.
그 길로 저를 품에 안고서,
눈보라 휘몰아치는 화이트크리스마스이브의 밤에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받는 생일 선물 같은 가족이었어요.
그래서 바비의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로 하자고 누나들이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날의 일이
저에게 두 번째 가족을 만나게 된 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원망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미 돌아가셨데요.
아마 혼자 사시다가 술을 많이 먹고,
건강이 나빠져서 그렇게 되셨나 봐요.
그때 아빠가 저를 구조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과연 어떤 일을 겪었을지 너무 무서워요.
그치만, 가끔 그 아저씨랑 닮은
술을 마신 아저씨들을 보면 그냥 겁도 나고 화도 나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술이 취한 아저씨가 너무 싫어요.
다행히 새로 생긴 가족은 할머니, 엄마, 아빠, 누나도 두 명이고
처음에는 닐라라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지금은 또 다른 동생들이 있어요.
처음 동생이 생겼을 때 약간 서운하고,
말하기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 동안 웃음도 안 나오더라고요.
아마 닐라형도 내가 집에 처음 왔을 때,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착한 닐라형은 나한테 무섭게 굴지 않고,
내 장난도 잘 받아줬어요.
가끔 보고 싶어요.
다행인 건,
우리 누나는 나를 제일 예뻐해서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할머니도 바비도 손주로 대해 주시고,
동생들이 생겼지만, 여전히 날 사랑해 주니까요.
하지만 이제 내가 나이가 많아져서,
우리 가족들이 내 건강을 많이 걱정해요.
얼마 전에는 바비누나가 내 꿈을 꿨는데요.
꿈에 내가 누군가에게 끌려가려고 했대요.
글쎄 내가 현관 앞에서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네 발로 딱 딛고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는데,
마침 누나가 대문을 열고 나왔어요!
"바비야!"하고 누나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
그 괴한이 도망가려고 해서,
다행히 꿈속에 나는 문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았어요.
사실 누나는 꿈이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내가 그런 거예요. 헤헤
우리 누나한테 내 마음을 말로 설명해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때가 내가 간경화 진단받고 난 뒤라서
누나가 많이 슬펐거든요.
그렇지만 바비는 의사쌤이 주신 약도 열심히 잘 먹고요,
산책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좀 예전처럼 음식이 막 먹고 싶지가 않아요.
사실 간경화가 시작되어서 그런 거래요.
그리고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안 먹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주는 밥이 너무 맛있는 걸 알지만,
맛있지는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예전처럼 먹고 싶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엄마를 걱정을 시키고 있어서, 슬프고 미안해요.
누나는 계속 새로운 걸 먹게 하려고 애쓰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바비도 계속 힘을 내보려고요!
가족들이 바비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병원도 데려가면서
보살펴주는 만큼 힘을 낼 거예요.
그리고 우리 집에는 90살이 넘으신 할머니가 계세요.
저는 할머니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손주가 되어드리기고 하거든요.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게 좋으니까,
저도 오래오래 같이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누나가 내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왜 맨날 귀찮게 찍나 싶었는데요.
이제 보니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걸
그리고 내 책도 써주고 그런다니까,
고맙고 행복해요.
내가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했다는 걸 알았었요!
하지만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도 해서,
이젠 예전보다 쉽진 않지만,
정말 기쁠 땐 꼭 환하게 웃고 마음을 표현할 거예요.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좀 누워야겠거든요.
다음에 계속 얘기 또 해줄게요.
내 얘기 들으러 와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