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코로나에 걸리고 하는 생각
스웨덴 박사와 관련된 글은 아니지만, 지금 휴식 중에 한국에 들어온 김에 내가 느낀 스웨덴과 한국의 방역 차이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졌다.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는 글이라 어쩌면 불편함을 느끼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코로나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스웨덴에 있다가 이제 오미크론으로 최후의 발악 패턴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서 (물론, 최후 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국에 오게 되어 느끼게 된 차이점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2월에 한국에 들어와서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는데,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너무 신이 났던 탓일까? 오미크론에 딱 걸려버렸다.
그래서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다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자가격리가 끝났지만, 아무튼 해외 입국에서부터 코로나까지 경험을 해봤으니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스웨덴에서 한국까지 길고 긴 비행을 겪고 나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내가 스웨덴에서 많이 예민해진 걸까 불만이 많아진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입국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생겨났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철저하지만 쓸데없다.
스웨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나 암스테르담에서 환승을 할 때의 분위기와 한국의 분위기는 정말 180도 달랐다. 스웨덴 공항에선 직원들은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마스크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체크인을 하는 공항 카운터에서라도 플라스틱 칸막이와 마스크를 쓴 직원을 볼 수 있었지 (그나마도 제대로 안 쓴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정말 자유로웠다. 반면에, 한국의 직원들은 마스크만이 아닌 아예 전신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그게 내가 처음 본 차이였다. 그것부터 한국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구나 하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내려서 본격적인 방역 관리를 하는 부분은 많은 실망을 했다. 그렇게 직원들은 방역복을 입고, 승객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고해도 거리두기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사실 현실적으로 지킬 수가 없다. 너무나도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입국 관리를 시작하였는데, 여기서부터 나의 불만이 시작되었다.
왜 이렇게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쓰게 하고, 한 명 한 명 붙잡고 설명을 하고 어플을 깔게 할까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생겼다. 입국 절차에서 나는 한국에서 거주하게 될 (정확히는 자가격리를 진행할) 주소를 적고, 연락처를 적고, 방문 국가나 현재 가지고 있는 증상 등을 적는 문서들을 작성하게 되었는데, 이 같은 내용을 따로따로 총 3번인가 적어서 내야 했다. 나는 이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번 작성해서 그걸 공유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따로따로 적어야 할까... 더군다나 그걸 줄을 서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직원이 체크를 했다.
상상을 해보라. 거진 100명이 넘는 승객이 줄을 서서 한 명 한 명씩 체크를 하는 상황을... 그건 뭐 입국 심사와 다를 게 없다고 쳐도 그 과정이 3번 이상 반복되는 건 좀 사람을 많이 지치게 했다.
한편으론 정말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한 것은 작성한 주소가 맞는지, 연락처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하는 작성된 내용에 대한 확인과 언제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 자가격리 수칙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다. 그걸 1대 1로 직원이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어플을 설치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또 따로 줄을 서서 휴대폰을 확인하며, 어플을 제대로 설치했는지, 인적사항은 제대로 기입을 했는지 1대 1로 직원이 체크 및 설명을 해주었다. 가끔은 그 직원이 영어가 잘 되지 않아서 입국하는 사람 중 외국인들이 힘겨워하는 상황도 보았다.
그러고 나서 또 자가격리에 대한 서류를 받고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자가격리 장소까지 이동하는 법을 안내받았다. 역시나 1대 1로, 다시 줄을 서서 말이다.
물론,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지금, 이렇게 한 사람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관리하는 것은 아무리 오미크론의 증상이 가볍다고 해도 전염병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 보건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철저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딱히 없다. 하지만, 너무나 비효율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자가 격리에 대한 안내는 종이 안내문을 한 장씩 배포하면 충분하고, 사실 그것도 그냥 온라인 링크를 주거나 티켓팅 할 때 작성한 연락처로 보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적사항 기입하는 건 한 번만 해서 내부에 공유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걸 각각 다른 종이에 적어서 각각 확인을 하는 과정은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제일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직원이 1대 1로 그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점이었는데, 마치 미성년자 중학생을 상대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확인을 하고,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아마 전체적으로 공지를 하면 꼭 잘 안 듣거나 안 지키는 사람이 생기니까 이렇게 하는 거겠지. 근데, 너무 시간 낭비가 심하다. 게다가, 자가 격리 기간에 대한 설명이 직원마다 말이 조금씩 달랐는데, 좀 당황했었다. 어떤 사람은 하루 일찍 격리가 해제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하루 늦게 격리가 해제된다고 하니 이게 뭔가 싶었다. (나는 그래서 서류에 명시된 내용을 따라서 했다, 물론 그 서류도 여러 장 있었지만...) 아니 어플 설치하는걸 그렇게 1대 1로 설명하고 확인하고 해야 하는 건가? 입국 심사에서 여권 검사도 자동으로 하는 시대에...
내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에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나. 예민해졌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조금만 개선해도 시간을 1/3 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가 격리가 끝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여기선 불만이라기 보단 다른 점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역시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마스크가 아닐까 싶다. 스웨덴에서 살고 있을 때, 코로나가 시작하고 근 2년간 마스크를 써본 적이 손에 꼽는다. 장거리 여행을 갈 때를 제외하고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가 시작하고 처음 가는 한국에서 정말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들 쓰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정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코로나 초기에 인터넷을 보면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스웨덴이 집단 면역을 추구한다 라는 식의 뉴스 보도나 글을 본 적이 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이건 사는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사람이 한국에 비해 정말 적다.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서로 간의 거리두기 정책을 지키기에 무리가 없다. 더구나 내가 사는 린셰핑은 스톡홀름 같은 수도보다도 훨씬 사람이 적어서 시내에 나가지 않으면 돌아다녀도 사람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고, 외출을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콩나물시루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만원 전철이 되고,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거리두기, 2m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건 사실상 말이 안 된다. 조금만 번화한 거리를 가게 되면 내 반경 2m 내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PCR 검사를 할 때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한국 입국을 위해 스웨덴에서 PCR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는 미리 예약을 해서 예약된 시간에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애초에 PCR 검사를 하는 사람이 적어서 예약된 시간에 찾아갔는데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예약된 시간 (15분)은 온전히 내가 예약한 시간이기에 직원과 잡담도 하면서 병원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PCR 검사를 할 때는 영등포 보건소를 방문했었는데, 정말로, 정말로 많은 사람이 PCR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컨베이어 벨트에 조립 기계가 된 마냥 차례차례 기계적으로 검사가 진행되었다. 병원 의자는 무슨... 그냥 컨테이너 부스 같은 곳에서 검사를 하는 직원분이 완전히 구분된 공간에서 대기하고, 코만 살짝 제공해주고 바로 검사를 받고 지나갔다.
스웨덴에서 검사를 받을 때에는 코에 그 면봉을 집어넣고 약 1분 정도 대기하면서 검체를 채취했는데, 한국에선 10초도 대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충분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이런 차이점은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서로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스웨덴은 마스크도 안 쓴다며? 그러니까 확진자가 저렇게 증가하지라고 말하거나, 스웨덴은 이래도 괜찮은데 한국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정말 의미 없는 얘기 같다. 서로의 상황에 맞춰서 적절한 방식을 택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은지 나쁜지 어플로 관리하던 자가격리와 제도 완화로 비교적 자율적으로 진행된 자가격리 두 가지를 경험해보았다. 초기에 내가 해외 입국자로 자가격리를 진행했을 때는 와 정말 제대로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1대 1로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다시 어플을 설정하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에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래도 보건소에서 나에게 직접 전화를 주고, 체온을 관리해주고, 지침을 알려주는 것은 진짜 제대로 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안 지키면 X 되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이 담당자가 격리기간을 잘 못 알려준 건 비밀
어플도 예전처럼 까다롭진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주기적으로 알람이 와서 자가체크를 하게끔 하고,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건 나름 괜찮았고 제대로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자가격리를 하면서 PCR 검사를 하러 외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는데, 자가격리를 하면서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게 모순되지 않나? 싶다가도 현실적으로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라고 넘어갔다.
그러고 나서 코로나에 확진이 된 이후에 자가격리를 한번 더 했는데, 이번엔 참 상황이 달라졌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자가 너무 폭증한 탓에 자가격리 수칙이 많이 완화되었는데, 일단 자가격리 어플을 사용하지 않았고, 격리 해제될 때 PCR 검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비교적 젊은 30대여서 그런가, 보건소에서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하하
나는 코로나로 인한 증상이 거의 없었다. 처음 하루 정도만 조금 아팠고, 그 이후로는 흔한 감기 증상도 없었다. 그래서 검사를 괜히 받아서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정말로 코로나에 걸리고서도 그냥 감기겠거니 넘어가는 사람이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확진자가 이렇게 많아지는 것 아닐까
나는 이런 코로나에 대한 방역 과정을 전부 겪고 나서 신뢰 비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것, 자가격리에 대한 관리, 그리고 예전에 했던 역학조사 등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신뢰를 너무 하지 않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어떠한 정책,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도 일종의 '트롤러'는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범죄자는 항상 존재하고, 사회 규범을 지키지 않는 이상한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런데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그런 사람 한 명이 나오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나오더라도 우리에게 아무 피해가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다. 그 대상이 그 '트롤러' 이든, 시스템의 구멍을 만든 담당자이든.
스웨덴은 그런 면에서 관대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 안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 어떤 것도 강요하는 법이 없고, 알아서 조심하자 라는 마인드가 크다. 코로나로 한정해서 생각하면 걸리지 않으려면 내가 조심해야지 라는 생각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트롤러가 나오더라도 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점에서 한국사회는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그러한 책임전가를 피하기 위해, 까놓고 얘기해서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철저하게 빈틈이 없이 시스템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에는 비용이 뒤따른다. 물질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부담감도 줄 것이다. 그 제도를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키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국한해서 얘기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이 신뢰에 대한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스웨덴이 옳다거나, 스웨덴처럼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애초에 이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생각에 우리는 조금 더 내려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코로나 방역 대책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 이슈들에 대해서 누가 조금만 잘못해도 바로 비난을 하고, 책임질 대상 (혹은 욕할 대상)을 찾기보다는 조금 거리를 두고, 그런가 보다 하는 식으로 내려놓고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 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사기를 치는 사람, 거짓말을 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상적이라고 난 믿는다. 그런 생각을 밑바탕으로 법으로 규제하지 않더라도, 행동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어련히 잘 하려니 하는 믿음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믿음을 배신한 케이스들이 쌓이고 쌓인게 문제라는건 알지만 더 말하면 글이 길어지므로 이만 줄이겠다.
최근에 나는 제대로 잉여인간으로 살고 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삶... ㅋㅋ 아마 스웨덴에 예정보다 빨리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 잉여인간이 되기 전에...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