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관찰, #찐 오로라
그저 본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행이라는 행동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소중한 경험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나가서 돈 쓰고 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무엇이 옳은가를 논할 수 없지만, 나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즐겁다.
우리는 트롬쇠 여행 목적으로 오로라가 1순위였지만, 그 외에도 버킷리스트가 존재했다. 사실 내 버킷리스트라기 보단 같이 동행한 친구의 소망이긴 했는데 무엇이냐면 북극 탐험이었다. 다만, 진짜 북극을 탐험하는 건 과정이 복잡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관계로 북극해 탐험 겸 고래관찰 투어를 신청했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고래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북극해를 갔다 오는 건 의미가 있는 거 같아서 찬성했고, 아침 일찍 우리는 배를 타러 떠났다.
다양한 고래 투어의 장단점
이번에도 여행 안내소에 가서 예약을 진행했는데, 오로라 투어도 마찬가지지만, 고래 관찰 투어도 다양한 상품이 존재했다.
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Whale watching tour 상품을 검색해도 알 수 있지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배의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이 저렴하고, 작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반대로 큰 배를 타면 고래를 볼 확률이 떨어지고 작은 배를 타면 고래를 볼 확률이 올라간다.
그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큰 배의 경우 고래가 배를 보고 도망가기 때문에 고래를 보기 힘들다는 것뿐이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수용하기 때문에 박리다매의 결과로 가격이 싸지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배는 가장 크고 저렴한 배를 선택했다. 일단, 고래를 본다는 것에 그렇게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배를 타고 북극해를 가는 데에 더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북유럽의 높은 물가 때문에 돈을 조금이나마 아끼고 싶은 마음도 컸다.
북극해를 향하여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여행 얘기를 해보자. 여행은 미리 예약했고, 탑승은 오전 9시에 진행되었다. 그전에 우리는 간단하게 편의점에 들러서 빵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고, 부지런히 마트까지 가서 간단하게 요기할 음식을 챙겼다. 아무래도 북유럽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사 먹는 게 부담이라 마트에서 먹을 걸 사서 돌아다니는 게 좋다.
배는 확실히 크기가 커서 그런지 내부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우리가 빨리 온 편이라서 빈자리를 찾기 쉬웠는데, 시간이 가고 사람이 들어오니 점점 빈자리가 없어져서 나중에는 모르는 사람과 같이 앉아가게 되었다. 만약, 이런 큰 배를 탈 예정인 사람이 있다면 조금 빨리 가서 자리 잡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는 출발하고 북극해를 향해 한참을 운행한다. 처음 출발할 때, 간단한 여행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그냥 앉아서 외부 풍경 구경하는 게 전부이다.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밖을 구경하다가 추우면 들어와서 몸 녹이고, 가져온 빵과 음료를 먹다가 다시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사진 좀 찍고 그랬다.
도시를 떠나면 점점 주변 풍경이 하얗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만 있어도 굉장히 장관이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배 위에 있으면 바람 때문에 정말...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춥다. 중무장을 하고 갔어도 바깥에 오래 있지 못했고, 사진 찍다가 다시 들어오고, 몸 녹으면 나갔다가 사진 찍고 돌아오고 반복했다.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지루할까 봐(?) 다양한 고래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볼 수 있는 고래의 종류와 찍힌 사진, 고래의 특성 등등... 그런 설명을 듣다가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면, 이제 고래를 보는 곳에 도착했다고 안내한 뒤에 엔진을 끄고 최대한 조용하게 운행을 한다. 그러면 사방에서 고래가 물을 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실 배가 커서, 실제로는 멀리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들리는 소리가 신기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대포 카메라를 사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근접해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북극해에 나와서 고래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배가 정지된 상태로 한참을 있다가, 다시 출발한 장소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로라 관람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 관람 투어를 끝나고 돌아오니 어느덧 4시 즈음이 되었다. 그때는 딱히 오후 일정을 정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뭔가 특별히 활동을 하긴 애매해서 저녁을 먹은 후 근처에 호수를 올라가기로 결정하였다.
올라간 곳은 Prestvannet이라는 곳으로 숙소에서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튼튼한 체력을 믿고 우리는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번 오로라를 보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였다. 기다리는 동안, 정말 아무것도 없는 호수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으니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고, 온몸을 단단히 무장했지만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를 버티기가 너무 어려웠다. 신발도 겨울 등산용 부츠에 두꺼운 양말을 신었어도 발바닥이 시려서 계속 있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고통에 보답이라도 한 걸까
어마어마한 오로라가 등장하였다
이날은 정말 운이 엄청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계속 봤던 오로라는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고, 카메라로 찍어서 그 존재를 인식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때 본 오로라는 갑자기 세상 자체가 밝아지는 걸 느낄 정도로 찐한 오로라였다. 이걸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걸 보고 나니 오로라 투어 왜 했지? 란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자
끝으로
이 날이 사실상 트롬쇠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여행으로 와도 오로라를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두고두고 살면서 자랑할 수 있는 역대급 오로라를 볼 수 있었으니 난 정말 행운아가 아닐까 란 생각을 한다.
사실상 이번 글로 트롬쇠 여행은 다 적은 거 같은데, 우리 일정은 더 남아있었다. 우리 계획은 오로라 못 봤을 때를 대비해서 날짜를 여유롭게 잡았다 보니 하고 싶은 여행이 끝나도 트롬쇠에 머무를 시간이 더 있었고, 이제 뭐 하지? 란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다음 글은 트롬쇠 여행 마무리 글로 투어 상품이 아닌 기타 여행으로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글을 쓰면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그럼 다음 글을 또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