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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Oct 17. 2023

서민 운전자의 공정론

같은 행동, 다른 책임

운전을 하던 운전자가 정차한 앞 차를 살짝 들이받았다. 

앞 차 상태를 보니 미미한 추돌이라 범퍼에 살짝 기스가 난 정도이다.

뒷 차 운전자는 사과를 하고 보험사를 통해 수리비 보상을 해주기로 한다. 

이 경우 보통의 국산 차량이라면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아서 원만하게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앞 차가 소위 수퍼카로 불리는 몇 억 대의 고가 외제차량이었다면?

수리비는 상상을 넘어선 액수가 된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면

앞에 비싼 외제차량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더 조심하게 된다. 

자칫하면 큰일나니 말이다. 


고급 차량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아이가 공놀이하다가 공이 차에 부딪혔는데 수리비로 수천만원이 나왔다거나

화물차가 앞에서 갑자기 끼어든 외제차와 접촉사고가 났는데 과실비율은 외제차가 더 많지만 수리비가 워낙 비싸서 보상을 해줄 길이 막막하다는 등


물론 나의 실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같은 잘못을 했음에도 그 피해의 대상에 따라서 잘못의 대가가 이토록 극단적인 차이가 난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운전 실수라는 행동은 앞 차가 어떤 차이건 상관없이 그 행동 자체의 과실을 비난하는 것이기에

그 과실에 대한 책임은 실수를 한 사람이 지는 게 맞지만

같은 과실인데 앞차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책임이 몇십만원이 될 수도, 몇 천만원이 될수도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한게 아닐까


대상을 사람으로 바꿔서 

만일 누군가를 실수로 다치게 했다면

다친 사람이 연예인이건 재벌아들이건간에

그 치료비 자체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최고급 병실에서 치료받는 등의 상황을 제외하고)

사람의 본질적 가치는 경중이 없이 평등하다는 이유일것이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우리 인간들은 수천년동안

일정한 내 행동이 일정한 책임과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예측하고

그에 맞도록 언행을 조심하며 조절하여

질서와 윤리를 유지하는 사회적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 왔는데 

현대에 들어서 자본주의의 잣대가 점점 앞으로 나오면서

남의 소유물의 가치에 따라

내가 한 행동의 책임범위가 극심히 달라지는 결과들이 당연시 되었고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 


노상방뇨를 하면 경범죄로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소변을 몇 cc 배설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측정할수도 없겠지만)

운전 실수로 차량을 다치게 했다면

그 차가 천만원 짜리이건 10억 짜리이건간에

어느정도 적정선에서의 배상책임의 상한선을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실수로 살짝 들이받은 걸로 뒷 차주가 패가망신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럼 비싼 차 차주는 손해를 봐야 하는가?

이렇게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비싼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사회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자이기 때문에 비싼 차를 살 수 있고

그 부는 스스로 번 돈이건 물려받은 것이건간에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얻게 된 산물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비싼 차를 사서 

그 안락함과 우수한 기능등의 효용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겠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에도 그 재산적 피해를 어느정도는 본인이 감수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대신 비싼차는 사고나도 더 안전하지 않은가!!


고가의 시계나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그만큼 큰 손실의 리스크를 각오하고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또한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멋대로 끼어드는 벤츠 S 차량을 보면서

욕을 하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는 나로서는...

늘 안전운전 해야겠다고 다짐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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