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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Oct 24. 2023

과연 짬짜면은 결핍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짜장과 짬뽕

실로 오래된 난제 중 하나이다.

둘은 정말 닮은 곳이 한 개도 없는 전혀 다른 음식인데

중식점에 들어가면 누구나 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5~600원 정도 하던 때부터 짜장면을 먹어온 어릴 적 나는

늘 메뉴판의 가장 위에 위치하고 가격도 가장 저렴한 짜장면을 먹기 위해 중국집에 들어갔지만

그 바로 아래에 두둥 하고 적혀있는 

언제나 짜장면보다 20%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급 음식임을 자랑하고 있는

짬뽕을 쳐다보며 고민을 했다. 


'둘 다 먹고싶다.'

이 생각을 하지 않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실제로 두 그릇을 시켜 먹은 적은

일생을 통틀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가 있으면 

"너가 짬뽕먹어. 난 짜장 시킬게. 같이 먹자."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나

이상하게도 당시 같이 간 녀석들은

짬뽕보다는 짜장을 먹겠다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역시 몇 백원 더 하는 가격 부담이 원인 중 하나였겠지.

그래서 주로 내가 짬뽕을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적이 많은데

나눠먹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반씩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두 젓가락 맛만 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상도덕(?)이었기에

짬뽕을 먹으면서도 입안에 남은 짜장의 맛이 기억나는 그런 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다음번엔 내가 짜장을 먹어야겠어.'

허나 

역사는 반복되더라.


그러다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짬짜면이 나왔다는 걸 알고

나같은 사람이 많았구나 하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조차 했었다.

특수 제작된 그릇은

휴전선 처럼 반을 정확히 갈라 두 가지 주인공을 담을 환경을 조성했고

 이젠 더 이상 구차하게 

'야 한입만 먹고 줄께' 같은 멘트를 하지 않아도

두 가지를 모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갈망했지만 이제야 누군가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후부터 나는

한번도 짬짜면을 먹은 적이 없다. 

배달음식 메뉴판을 보니 

여전히 짬짜면은 존재하고 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둘 다 한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들

과연 그것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짜장면을 먹으며 짬뽕을 원하는 것은

오늘을 살며 어제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본성과 닮아있다. 

다행인것은

아마도 내일은 짬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 해도 짜장을 미워할 수는 없다.


매일 수많은 선택들을 하며 산다.
두 가지 선택을 타협해서 한번에 다 하기에는
짬짜면의 맛처럼 뭔가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어 버린다. 
오늘의 선택을 사랑하고 그 온전한 맛에 집중하면
내일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절로 기대되지 않을까 싶다. 



짬짜면은

결코 

나의 결핍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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