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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Feb 17. 2023

이러다 인플루언서 되는 거 아니야?!

어쩌다 주임이 된지 2주, 난생 처음 숏폼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

어쩌다 주임 직함을 달고 일한 지 2주, 여전히 적응 진행 중 영상 제작 업무에 대해 자세히 듣고 말았다. 역량평가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SNS 채널에 글 작성뿐 아니라 분기별 영상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당장 고퀄리티 바이럴 영상을 만들기보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선을 알려달라고 했다. 하반기 중에는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부서가 외부 교육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보려 했지만 아예 영상을 제작해 본 적이 없어 어떤 내용으로 검색해야 하는지 몰랐다. 질문할 수 없어 몇 시간을 그냥 보내다 이건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번뜩 스쳐갔다. 겨우 같은 팀원 얼굴만 익힌 상태라 어떤 부서에 누구에게 문의해야 할지도 몰라 짝꿍에게 계속 질문했다. 먼저 샘플 제품을 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기간을 두고 내용을 공유한 다음 사내 제품을 반출 요청해야 하지만 그땐 꼭 바로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돌아오는 주말을 이용해 테스트 촬영을 하겠다는 명목 하에 제품을 받아왔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담당자는 내 대신 찾아간 짝꿍에게 농담 겸 볼멘소리를 했다. 짝꿍은 다 괜찮다며 필요한 건 얼마든지 말해달라고 했다. 여전히 이 말은 큰 힘이 되는 문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본인의 사수(?)를 위해 나서는 짝꿍이라니! 그 덕분에 속전속결로 제품과 함께 퇴근한 금요일. 우선 주말이면 해봐야겠다 싶어서 그대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말 아침이 되었지만 하지 못한 과제가 있기에 찜찜함을 안고 일어났다. 하필 채용건강검진, 사원증 촬영까지 일정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생각만 하던 중 애인이 카메라를 들었다. 대강 10초씩 제품컷을 찍더니 나머지는 내일 찍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구성안도 짜지 않고 무작정 찍기로 생각한 게 새삼 얼마나 무모했는지 이제는 안다.


휴일 오후, 제품을 들고나가 찍고 재밌게 놀고 돌아와 편집을 했다. 평소 프리미어를 사용해 유튜브 영상을 올리던 애인이 시범을 보였고. 다시 내가 해보고의 반복이었다.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하니 화면 전체를 외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나중에 회사에서 하게 될 걸 생각하니 아찔하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또 그런대로 방법을 찾겠지 싶기도 했다. 컷 편집을 하고 자막을 넣으니 이상하게도 그럴싸해졌다. 출근해서 이걸 팀에 언제 공유할까 하다가 냅다 공유했다. 다행히 반응은 괜찮았고 아직 고퀄리티를 추구하는 건 아니었기에 이를 통해 다음 스텝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내가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나자 불안감이 사라졌다. 별 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별 거 아니게 느껴졌다.


처음 하는 일이 있다면?

-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질문한다.

- 해야만 한다면 기대치가 얼마나 되는지 대놓고 질문한다.

- 하게 되었다면 관련 지식이 있는 주변인에게 이런 일을 한다고 소문낸다.

- 하는 중이라면 계속해서 주변에게 소문내고 또 열심히 찾아본다.

- 완벽히 하지 않아도 된다, 구색을 갖췄다면 최대한 빨리 공유한다.

- 출근하자마자 공유한 후 피드백을 받는다.

- 피드백을 받았다면 그에 대한 질문을 여러 가지 던져 다음을 기약한다.

- 이번에 한 것과 다음에 해야 할 것을 예측한 것에 대해 정리한 후 공유해 또 피드백을 받는다.


참고로, 회사 밖을 나가면 질문 욕구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회사 안에서 질문을 많이 한다. 양해를 구하면서도 확인하는데 말이 쉽지 이게 나 혼자만의 의지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현 회사 사무실은 서로 공중에 대고 질문해도 괜찮은 분위기다. 특히 영업팀과 같은 사무실을 쓰기에 가능하기도 하고(긴박한 건이 많아 메신저나 메일을 쓰기 전 말로 현황을 공유함), 외부 공유 전 최종 컨펌 담당자 또한 항상 수용적이고 심플한 피드백을 공유한다.


전에는 제대로 된 질문을 만들기 전까지 꼭 품고 있었고 이에 따른 문제가 항상 발생했다.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바로 앞의 문제에만 집중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다음을 예측하거나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문제는 주변에서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인가 싶다. 독서도 하다 보면 늘고, 글도 써봐야 길어지는 것처럼 질문도 하다 보면 발전한다.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 실수를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져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안감을 바로 눌러 가라앉힐 수 있다. 언젠가는 그런 불안감 대신 저절로 마음이 비워지고 머릿속이 차가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물론, 모든 일은 내 기대처럼 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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