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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Jan 02. 2017

알바천국의 광고 사례 분석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

과학 혹은 해석,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론이 언제나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빅뱅이론은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정론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론’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는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이 존재하고 그중 신빙성이 더 높은 것과 낮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은 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종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객관적 접근방식(사회과학) 해석적 접근방식(인문학 또는 해석 주의)입니다. 두 가지 접근 방식은 각각 다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각기 다른 연구 방법을 채택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론을 수립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이론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객관적 접근방식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처럼 과학이라고 불립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진리를 이성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사람의 본성이나 인식구조가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구조와 인간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고 여깁니다. 과학자들은 간결하고, 검증 가능하며, 유용한 이론을 원합니다. 정확하게 현상을 설명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싶어 합니다.


해석적 접근방식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해석적 접근방식은 해석 주의, 인문학, 포스트모던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연구자들은 진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선 사람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들은 객관적 지식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지식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새로운 이해와 가치, 아름다움, 공동체의 합의, 그리고, 사회개혁을 목표로 합니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객관적 접근방식과 해석적 접근방식의 차이를 알아봅시다.


‘착한손님, 마음을 더하다.’ 알바천국의 사회적 인식개선 광고.

알바천국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초점 맞춘 'Social Movement(사회적 인식개선) 캠페인 진행을 진행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영상은 2015년 3월 25일 공개 후 이틀 만에 200만 뷰의 기록을 세우고, 3주일 만에 730만 뷰를 돌파하는 뜨거운 반응과 함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이 영상을 보며 울컥해졌다”, “앞으론 따뜻하게 아르바이트생을 대해야겠다”, “영상을 보니 놓치고 있던 것들이 많았구나 싶다. 좋은 말 한마디씩 하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닐까등 훈훈한 댓글을 이어나가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회과학자는 어떠한 특징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했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광고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보다 효과적인 광고를 제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함의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계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는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의 '커뮤니케이션의 공명 원리'는 알바천국 광고의 이와 같은 현상을 잘 설명하는 유용한 이론적 개념 중 하나입니다. 슈워츠는 성공적인 설득 메시지의 조건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광고가 과거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면, 그 광고는 이른바 '공명'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슈워츠는 광고가 공명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으며, 공명을 통한 감동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낸다고 주장했습니다. 알바천국의 광고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까칠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피로를 느끼는 장면은 알바천국의 주 타깃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공명을 일으키기 충분한 장면입니다.


또한 언론과 여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맥스웰 맥콤스(Maxwell McCombs)의 '의제 설정 이론(Agenda Setting Theory)'또한 사람들이 알바천국 광고에 높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맥콤스는 사람들이 뉴스에 자주 노출되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바천국의 광고가 나왔던 2015년 3월은 땅콩 회항 조현아의 갑질 논란으로 인해 뉴스에 '사회의 갑을관계'에 대한 주제가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맥콤스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많은 시청자들은 '갑을관계의 부당함'에 대해 이미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최고 '을'이라고 불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살만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사회과학자는 위와 같은 이론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간명한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광고를 만들 때에는,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기억을 회상할 수 있게끔 만들자.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론은 유용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자(또는 해석학자, 수사학자, 비평가, 포스트모더니스트)는 광고가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든 이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 합니다.


알바천국의 광고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한 예는 케니스 버크(Kenneth Burk)가 말하는 '구원 신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구원 신화는 크게 4단계에 걸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바람(want)입니다. 이는 광고 초반에 아르바이트생들이 "따듯한 말을 들을 때 힘이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둘째는 바람의 실현을 막는 장애물 단계입니다. 이 또한 광고 초반에 쌀쌀맞은 손님들이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셋째는 바람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로, 일종의 죄의식입니다. 넷째는 죄의식을 경감시키고 바라던 목적을 쟁취하는 수단이며, 이 둘은 광고 속에서 착한 손님을 모아 아르바이트생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는 장면으로 드러납니다.


인문학자는 위와 같은 이론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이 새로운 이해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따듯한 사랑을 원하지만, 개인주의적 태도로 인해 그를 이루기 어려워하는구나. 그리고 원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 격차 때문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끼고 있어. 사람들이 서로 따듯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어 나가야 해.




항상 두 관점이 독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나온 구원 신화라는 개념도 간결하고 검증가능고 유용한 광고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즉, 사회과학적 연구 방식인문학적 연구 방식이 항상 독립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신 이론들에서는 두 가지 방식이 자주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두 가지 방식이 혼합된 이론이 한쪽에 치우친 이론보다 더 좋은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회과학적 이론과 인문학적 이론을 나누어 설명한 이유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론을 연구하다 보면 때때로 사회과학 쪽으로만, 또는 인문학 쪽으로만 치우치는 때가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이론은 취약할 때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선 여러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살펴보며 공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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