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윈이야기 Jul 19. 2021

개육아에휴식기란 없다.

방심말자, 어떤일이덮칠지모르니.

처음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가 놀랐다.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고,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어 숨을 헐떡였다. 

응급 처치로 바로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사고는 순식간에 터진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강아지 친구, '모모'네와 함께 운동장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만큼 기분도 설레겠다, 새로 생겼다는 수영장까지 딸린 곳으로 나섰다. 


이 얼마 만에 '애카'야! 

새 친구, 다른 가족들과의 인사에, 맛난 간식에- 다윈,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겁이 많은 모모는 새로 보는 친구들을 무서워해서 짖기 바쁘다. 일단 한 번 꽂히면 아무리 맛있는 간식이든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든 보이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의 모모이기에_ 모모 엄마는 애견 카페라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게다가 모모의 왕성한 호기심에 넘치는 에너지는 새로운 곳에서 더욱 빛을 발하니! 여기저기 점프하고,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녀석 때문에 어느새 나까지 '안 돼!'와 '이리 와~!'를 연발하고 있다. 육포도, 고구마도 소용없는데_ 엄마의 부르심이 간절한들 무슨 소용인가.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개너자이저 모모를 잡아보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니- 이내 다윈도 깜빡 잊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다윈이 없다! 


"다윈!! 다윈!!"



하. 아무튼 저 녀석. 신나게 놀고 간식타임 하고 있는 처음 보는 친구에게 가서는, '주세요~'하면서 친구 엄마한테 애교 퍼레이드 발사다. 철렁했던 가슴이 금세 가라앉다가, 이내 기가 찬다. 겨우 잡아 10m짜리 긴 리드 줄을 매고 있는 모모와 다윈을 번갈아 바라보며- 식은땀을 닦아낸다.     


너른 잔디를 마음껏 뛰어노는 다윈과 모모.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날씨가 흐리더니 부슬비가 내린다. 역시 오늘 수영은 무리겠구나 싶다. 

다윈과는 첫 수영장 나들이여서 못내 아쉬워 구경이나 하자 싶었는데- 


순간, 첨벙!  


"야!!!" 


이번엔 다윈이 날았다. 

이 노옴, 겁도 없이 기어이! 쏜살같이 물에 뛰어들었다. 

부슬비가 점점 더 짙게 나리는 와중에 비를 맞으며 프라이빗하게 수영을 즐기고 있는 다윈과 모모. 

차라리 비 맞으며 잔디밭을 뛰노는 친구들이 더 즐거워 보였는지, 금세 수영도 싫증내고 내보내 달라고 낑낑.


아, 애카 오면 좀 여유롭고 편하게, 우아하게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온 지 세 시간이 되어가건만_ 나와 모모 엄마는 아직 커피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했다. 



"안녕~! 이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다부지고 늠름한 체격에 얼굴만은 순둥한 강아지가 다윈과 모모에게 달려와 인사했다. 

이름은 감자. 알고 보니 다윈과 모모와도 비슷한 또래란다. 낯선 강아지는 경계하는 모모인데, 웬일인지 인사도 잘하고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마침 다윈과 모모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셋이 공놀이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워낙 빠르고 민첩한 모모와 공놀이를 하면, 다윈은 항상 뒤처진다. 아주 가끔 다윈이 운 좋게 공을 물게 돼도, 워낙 물욕이 없는 다윈과 장난꾸러기 모모이니 공은 항상 모모 차지다. 번번이 선두를 차지하며 공을 물고 신나게 달리는 모모와 그 뒤를 쫓는 다윈, 그리고 순둥이 감자. 몇 번을 그렇게 놀다가 드디어! 쫓고 쫓기며 다윈이 구르고 새 친구가 빼앗아 가지고 오나 싶었는데- 


정말 한순간에. 

모모가 감자의 입을 물었다. 장난감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모모가 처음 만난 친구가 자기 공을 가져가니 화가 났던 것이다. 


나, 모모 엄마, 그리고 감자의 엄마까지_ 

웃으며 지켜보며 사진까지 찍으려던 우리 셋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일단은 굳었다, 굳어서 일단은 멈춰버렸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너무나 놀라니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번쩍 정신이 나서 바로 둘을 떼어놨다. 그런데 모모 엄마가 순간 모모를 놓쳤고, 모모는 다시 그 친구의 귀를 물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는 모모에게로 가고 있었고, 감자의 보호자 분도 감자 쪽으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모든 상황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지만 찰나에 스쳐 지나갔다. 다시 모모를 붙잡아 겨우 떼어내 서로의 강아지를 품에 안은 후에야, 우리 셋은 당혹감에 쉬이 말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 

서둘러 소독을 하고 약을 발랐다. 모모 엄마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모를 꼭 붙잡고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대신 나와 다윈이 감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많이 놀란 듯 호흡이 가빠했지만, 크게 겁을 먹었다거나 같이 공격하겠다고 흥분한 상태는 아닌 듯했다. 보호자 분도 괜찮은 것 같다고 하시며,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도리어 우리를 안심시켜주셨다.  


"어떡해요,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많이 안 다쳤나요?" 


"괜찮아요, 별로 안 다쳤어요. 친구들이 노는 데 끼어서 놀았으니_ 그럴 수도 있죠, 뭐." 


"죄송합니다. 심하게는 안 다쳐서 다행인데- 트라우마가 안 되어야 할 텐데... 감자야, 미안해!!"    

   

우리 셋은 모두 강아지의 심리 상태를 걱정했다. 말로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줄 수 없으니, 마음에 큰 상처와 공포가 심어진다거나 트라우마가 생긴다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뿐이었다. 

애가 타고 초조하지만 우선 차분히 몸을 어루만져줄 수밖에 없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나와 죄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모모 엄마, 그리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착잡한 감자의 엄마까지_ 공교롭게도 입장은 각자 다르지만, 보호자로서의 마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처치를 끝내고 마음을 안정시켜준 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상태가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책임지고 함께 지켜보겠다는 모모 엄마의 입장에, 감자 엄마도 한사코 괜찮다고 하시다 결국 병원으로 향하셨다.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걱정과 근심을 한 아름 안은 채 말이다.  

신나고 즐거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섰던 우리의 나들이가, 잊지 못할 큰 사건이 되어 돌아왔다. 

   

모모 엄마의 충격도 컸다. 

다른 개를 물다니! 

겁이 유난히 많아서 낯선 환경과 새 친구들에게 짖음이 유독 심하다는 것 말고는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었던 모모였는데, 다른 개를 공격해서 피가 나게 하다니! 


"너무 착잡해요. 인사도 잘하고 잘 놀다가 갑자기 안 했던 행동을 하니까... 혹시라도 공격성이 되어버려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는 건 아닐까 너무 걱정되고요." 


"어쨌든 맥락이 없었던 행동이 아니라_ 모모 입장에서는 낯선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뺏어간 것처럼 느껴졌을 테니... 앞으로 저희가 더 조심해야겠어요. 그래도 이번 일로 쉽게 공격성이 생기거나 행동이 강화되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내 강아지가 문제견이 되었다는 충격, 

더 큰 사고를 일으키면 어쩌나 하는 모모 엄마의 심정이 느껴져_

나 또한 쉬이 입을 떼지 못했다.  



다행히 감자의 상처는 심하지 않아 병원에서도 약만 바르고 귀가할 수 있었고, 마음도 안정되어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단다. 

모모 엄마는 행동 교정 훈련을 위해 매주 모모와 산책 수업을 받고 계신다. 

수업을 받을 때마다 경계심과 공포로 인해 생기는 행동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두 분은 물림 사고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으시다가, 결국 서로 개육아 정보까지 나누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비록 서로의 강아지를 다시 만나게 하지는 못해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사고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도 천만다행이지만, 양측 엄마의 현명하고 효과적인 대처가 더 빛났다.  


만일 우리 개가 사고를 내어 다른 강아지를 물었대도, 

반대로 다른 강아지에게 물렸대도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_ 

강아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서 같은 눈과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했다. 

모모 엄마도, 감자의 엄마도 어쩌면 이 친구들 덕분에 스스로 한 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다. 



오랜만에 만난 모모는 한층 더 차분하고 조용해졌다. 

예전의 깨발랄함과 에너지가 그리울 정도로, 조금 더 깊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나와 다윈을 반겨주었다. 


모모와 모모 엄마를 보며 나도 다시 배운다. 

개육아에도 방심은 금물, 항상 조심하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만큼 우리의 강아지들도 우리를 위해 노력해준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녀석이 이제 진짜 나를 엄마로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