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기도
<기도1(Prayer)>는 이 모든 졸업 심사를 준비하기 전 초창기 때 그렸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여잡고 있을 때였다. 내 작품 <볕뉘>와 비슷한 시기에 그렸던 작품이다. 작품에서 점점 내 색깔을 찾아가고 있었다.
기도할 때 떠오른 것을 화폭에 옮긴다거나 속으로 기도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대학교 졸업 심사가 주는 압박감 속이었지만,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쥐고 있는 욕망·욕심·집착을 버리고, 모든 것을 비운 채 살아가면 세파에 시달리는 순간. 송송 난 내 마음의 구멍 사이로 모든 악운과 불행이 바람처럼 지나갈까. 나를 상하게 못하고 말이다.
종이처럼 하늘거리며 서 있는 생명체 사이로 생명물이 흐르고, 모세혈관과 같은 물관을 지나 생명을 머금은 그 모습. 기도하면서 떠올랐던 영상이다. 이 형상을 화폭에 옮겼다. 기도할 때 느꼈던 가벼운 마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