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도로 그린 그림 <한 걸음 한 걸음> 이야기

제9장 한 걸음 한 걸음

김현지,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 watercolor on paper, 52.8×37.8cm, 2007


  모든 꿈은 한 걸음부터다. 아니 세상의 모든 일의 시작이 한 발자국을 뗄 때부터다. 아주 작은 일을 행할 때도 미세한 손짓 하나, 한 발걸음을 떼는 행위가 없으면 완성되지 못한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일처럼 되려면 시작하지 않는 법밖에 없다. 움직이지 않는 거다. 


 머나먼 훗날 이뤄질 꿈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눈앞의 행진에 집중할 때, 어느 순간 그곳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힘든 삶이 더는 힘든 삶이 되지 않도록 지금 맡은 일에 집중하자.’ 내 스스로 한 다짐이다. 마음속에 있던 찌꺼기를 버림에도. 내 속에 죽어 있던 열정을 되살림도. 모두 한 걸음부터다. 


 ‘큰 꿈을 이루려 하지 말자.’ 내게 다짐한다. 내가 한 걸음을 걷는 순간 이미 큰 꿈이 이뤄졌으니. 어떤 소원에도 집착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내가 떼는 손·발·입. 이를 통해 호흡 있는 모든 시간이 기쁨이자 기적이 될 테니. 내가 주와 교제하는 순간 모든 영감이 번뜩일 테니. 더한 행복이 찾아올 테니. 


 지금 이 순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그냥 곰지락 손가락·발가락 작은 움직임을 시도했으면 한다. 밖을 봤으면 한다. 가을이 왔다. 노란 풍경. 붉은 노을. 쾌청한 하늘. 때론 찌푸린 하늘이라도 내 마음이 화창하다면 회색빛이 아니다. 그냥 한 번만 힘을 내 눈을 살짝 다른 장소로 이동해 봤으면 한다. 그 순간 빛이 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