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한테 이렇게 관심이 없는데?
내가 나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고한들 세상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심지어 그런 나의 결정을 방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내 존재 자체를 몰라. 어쩌면 나로 살아가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애정어린 관심, 세상에서 풍파를 겪는 나, 같은 연극적인 구성 같은 것 말이야.
그런 것에 질려버렸을 때에도, 결국 다른 어른들과 같이 나도 그렇게 늙어가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보자고 생각했을 때에도, 불현듯 이상한 욕구가 찾아와.
나로 살아보고싶은데, 무엇이 나로 사는 건지 모르겠고 나답게 늙어가고 싶은데 정말 나답게 늙는 사람을 받아줄 세상이 있긴한건지 싶으니까.
세상은 나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게 관심이 없는 거야.
슬프게도 그게 가장 잔인하단말이지.
언젠가부터 우린 우울한 것은 지우고, 세상엔 즐겁고 가벼운 것들만 있다고 착각하고, 그런 것들로 하루를 채우며 어둠을 혐오하기 시작해.
그게 가장 잔인한 짓인데 다들 그러고 사니까. 나이가 들 수록 그 잔인함이 더 확고해지기만 하니까. 이젠 어둠에 관심을 갖고 나약함을 보듬는 것이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일이 되어서, 우린 우리가 느끼는 슬픔마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니까.
고도로 발달한 세상이니 슬픔따윈 정말 사라져버린 것처럼, 우린 모두 유복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것처럼 가면을 써.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에도 관심이 없어.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는지 무얼 느끼는지 그런 건 세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야. 우리의 성장도, 인내도, 회피도 우리가 구성해 놓은 연극일 뿐이야.
불행이 뒷통수를 치며 올 때 또 다시 일어날 힘은 잔인하지만 거기서 나와. 불행을 외면하는 힘, 슬픔을 묻어두는 에너지.
이런 게 정말 필요한 걸까?
가끔은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