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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Aug 05. 2024

One Step Away

이경준 작가 사진전

35도가 넘어가는 한낮 기온에 이 사진을 보고 왠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래도록 보고 돌아왔는데 아마 더위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근데 오래 들여다볼수록 시원해보이는 걸 넘어 포근해보이기까지 했다. 시원하면서 포근한. 춥지만 아늑한.


이경준 작가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은 대체로 그런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역설적이지만 어떤 느낌인지 다 알 것 같은.


아이들을 태운 노란색 버스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것만 같은.


견고해보이는 우뚝 선 건물이 아지랑이처럼 굴곡지게 피어 오르는.


빽빽하고 건조한 도심 속 건물 옥상에서 여유롭게 휴양을 즐기는.


창문 하나마다 한 가지 이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그림같은 사진들.(그림은 사진같고 사진은 그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순적인 모습들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보고 서늘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역설적이게도 양립불가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다. 우린 이렇게 빽빽하고 회색빛이 가득한 건물에서 살아가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이상한 안도감. 매일 비슷한 일상으로 비슷하게 늙어가지만 창문 하나마다 사연은 제각기 다른.

도시의 야경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선망하지만 나무와 풀이 있는 곳에 오면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모순덩어리 인간들은 삼차원에서 사는 듯 보이지만 어쩌면 작가의 사진 속 모습처럼 이차원의 규격 안에서 마네킹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삼차원같은 마음만 가지고 말이다.


좋은 전시였다. 도시와 공원사진이 공존한 전시라 작가가 얼마나 공간과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정겨운 사진들. 서늘하고 외로운 사진들. 저장해두고 오래도록 보아야겠다.


<사진은 전부 이경준 작가 사진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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