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너무 고맙다, 이글스야
별 이야기 아니다 사실. 그냥, 그냥 쓰는 이야기다. 아무런 교훈도, 감동도 없다. 내가 쓰고 싶어서 끄적이는거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나는 야구란 스포츠를 처음 접했다.
그 때 당시 나의 나이는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다.
태어나기를 몸이 약하고, 스포츠고 운동이고 아주 싫어하던 사람이었기에, 다른 학생들은 좋아하던 체육 시간에 나는 주로 딴짓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랬던 나에게 야구는 정말 한 순간에 강하게 다가왔다.
별 생각없이 아부지랑 보던 티비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그 당시 국민 우익수라 불리던 이진영 선수의 다이빙 캐치 장면이었다.
그냥 그 한 장면으로 나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알 수 없는 강한 끌림을 얻었다.
그제서야 KBO 리그를 알게 되었고, 연고지에 따라 나는 자연스럽게 한화이글스의 팬이 되었다.
내가 보았던 야구의 첫 해는 굉장했다.
괴물 투수 류현진의 쇼킹한 데뷔,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 문동환 등 막강한 투수진, 김태균, 데이비스, 이범호, 클리어 등 거를 타선이 없는 공격력...팀 홈런 1위의 강팀이었던 한화 이글스는 그 해부터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쳤다.
아직도 기억난다, 9회에 오승환 선수의 공을 중앙 담장을 넘겨 홈런을 치던 SKH 2호기 심광호 선수의 동점 홈런 장면을...
그리고 다음 해에도 한화 이글스는 막강한 타선을 활용하여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지더라...
김태균 선수, 이범호 선수가 일본 리그에 진출하고, 영원할 것 같던 우리 수호신들이 나이 이슈로 인해 점점 성적이 안좋아지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생겼다.
류현진이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실정에 이르렀고, 심지어 점수가 안나서 류현진의 마지막해에는 10승을 이루어주지 못했다.
기나긴 암흑기...어디가서 한화팬이라고 말하면 둘 중 하나였다. 웃거나, 동정하거나.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놀림 받고 동정 받는 우리 독수리가 너무 그 당시에 나 같아 보였던건지...분하고 속상하더라.
언젠가, 언젠가 그런 날이 다시 올거라고, 우리가 당당하게 강팀이 되서 한국시리즈를 다시 가서 영광을 재현하는 날이 올거라고.
매 해 욕을 하고 안본다 하면서도, 팀 세탁도 시도해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도 한화 이글스는 계속 내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방황 했던 시절, 같이 방황을 했던 내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올 해 우리 한화 이글스가 한국 시리즈를 갔다. 여러 변수가 있었고, 속상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변수들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가서 시원하게 준우승을 따냈다.
사람이 참 간사하더라.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우승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가까워지니 기대하게 되고, 아쉬움에 욕도 하게되고 하더라.
근데 이제 준우승이 확정되고 그들의 표정을 보니, 너무 대견하더라. 너무 고맙고, 너무 찡하더라.
사회는 2등을 알아주지 않는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1등이 받는게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근데 날개가 다쳐 늘 하위권을 전전하면서도, 매 해 우리에게 가을야구를 약속하고 고꾸라지면서도 또 약속하는 당신들은 우리에게 1등이다.
내 방황했던 세월을 보상 받은 느낌이고, 당신들의 방황이 끝났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준 당신들에게 너무나 고맙다.
준우승 축하하고 고생했다. 이제 우리 같이 훨훨 날아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