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는 게 중요한 이유

퍼져 있지 마라 끄적이기라도 해라

by 아스트리치

한동안 추석 이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이제야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오늘 주제에 대해 계속 끄적여보겠다.


나는 지금 쉬고 있다. 정말 이제야말로 뿌리를 내리고 결혼한 이후까지도 평생직장으로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곳에서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해 전원 권고사직을 받게 되었다.


희망퇴직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개꿀 아니냐라고 하였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이슈가 아니다.


일단 희망퇴직이기에 위로금으로 빚은 갚았다. 나에게는 그동안의 업보를 청산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업계가 얼어붙고, 공고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잘 나오지 않는 데다가 그런 공고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해 봐도 탈락의 고배를 수차례 맞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사람이라는 건 움직이지 않고, 활동적이지 않을수록 뇌가 굳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나 같을 경우에는 일 없이는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던 사람인 데다가, 일을 할 때도 바쁘게 일하는 걸 즐겨했던 사람이기에 그 공허함, 허탈함, 답답함, 무기력함이 배로 다가온다.


어쩌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허탈함을 탈피하기 위함도 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


쉬는 것도 잠깐이다. 곧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하고, 계속되는 탈락의 고배로 인해 패배감에 휩싸여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늘 하고 있는 습관이 있다.


나간다. 일단 나간다.


아침에 열한 시 즈음 조금 늦게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잘만큼 자고, 아점을 먹고, 20분 쉬었다가 운동을 간다.


야외 활동은 좋아하지만, 운동이란 것과 거리가 멀었던 나지만, 이 참에 이 저주받은 몸뚱이라도 어떻게든 조금 건강하게라도 만들기로 했다.


취지가 어쨌든 간에 할 일이 없어도 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운동을 하고 오면 조금은 기분이 낫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나갈 구실을 찾는다.


아이쇼핑, 사람 만나기, 구경 가기 등등...


없다면 하다못해 지하철이라도 타서 뺑뺑 돌기라도 하거나, 사람들이 번화한 거리에라도 나가봐라.


무력감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 온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는다.


그냥 무력감이 있는 상태에서 있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 할 순 없지만, 그 무력감은 같은 질량으로 늘 있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첩되고, 결국은 나를 꼼짝 못 하게 하고 나의 해야 할 것들을 방해하기까지 이른다.


나가기 싫은가? 그럼 집안일을 해라.


매일매일 구석구석 박박 닦든, 화장실 청소를 광나게 힘들게 하든, 아니면 진득하게 앉아서 조용히 할 수 있는 평화로운 게임 같은 거라도 해봐라.


당신의 그 고요한 활동들은 알게 모르게 내 주위에 무력감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결계를 쳐준다.


모든 활동에 의미부여를 하고 핑계를 대라. 그리고 움직여라.


내 사업 PM의 멘토셨던 현 넥슨코리아의 모 팀장님께서 함께 재직 당시 주니어였던 나에게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Don't stay. Do something!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실천하기 힘들 뿐이다. 집에 있으면 침대와 소파라는 강력한 녀석들이 당신의 몸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것이다.


그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어쩌면 당신에게 필요한 첫 단계일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힘든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걱정은 없다는 것을 요즘 조금 알 것 같다.


그저 움직이고, 계속 도전하고, 도전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움직이면서 다음을 기다리는 것, 그래야 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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