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뚱딴지 Apr 28. 2023

교직사회 분열의 1등 공신 '성과급제도'

︳성과급평가 쪽지가 내 던져진 후,

부서의 동료 교사들은 자물쇠로 채운 듯 입을 닫았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덜렁 문자 하나 날아든다.

“당신의 업무 성과는 O등급입니다!~”.

무너지는 수치심과 내려앉는 자존감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

약 20년 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대다수 교사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제되고 있다(에듀인뉴스, 2019).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교직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갔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억지 평가기준을 만들고 점수로 환산해 3단계 등급(S등급, A등급, B등급) 매기고 50~100만 원 정도 차이나는 을 차등 지급한다. 화가 난 다수의 교사들은 정책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거부 투쟁을 해왔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투쟁의 힘은 약해지고 교직은  몇 푼으로 갈라지비교육적 문화가 혼재해 있다.


︳“당신의 업무 성과는 B등급입니다”

돈 몇 푼보다 더 자존심이 짓밟히는 건 '등급'이다.

돈 조금 덜 받는 것보다 몇 십배 더 기분이 나빠진다. 비능력자로 등급 매겨진 최악의 기분은 교사로서의 자부감과 자존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공정치 못해 보이는 기준이 자신을 비능력자로 낙인찍었다는 기분이 들어 주눅 들게 며, 다른 교사의 무능력을 문제 삼고 싶은 질시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한다. 또한 "이제부터는 교재연구 보다 업무만 신경 써야지~"란 '업무성과주의'로 빠지게 된다.

이제 현장 교사들은 '수업 잘하는' 교사를 존경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 맘을 잘 헤아리는 교사보다 엑셀 함수 한 개를 더 활용할 줄 아는 교사가 능력교사로 인정받는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서로 교과목이 다르고 업무가 다르고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 목표, 영역이 다른데 비교질하고, 줄 세우고, 등급화시키려 안달이다. 더욱이 이 제도는 교육이 목표로 하는 것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아니다. 본질에서 벗어난 '수업시수', '부장이냐 아니냐!', '담임이냐 아니냐!', '연수시간 몇 시간이냐!' 등이 평가기준이다.

'부장 역할을 잘했냐?', '담임 역할을 잘했냐?' '연수로 배운 것은 교육에 보탬이 됐냐?'를 묻지 않는다.

매년 교사들은 평가 후 설문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교사의 분열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S등급'(최고 등급)이라고 축하해 주는 동료교사가 있는가?

오래전?, 다수 교사들은 과중할 정도의 수업을 하고, 보충수업하고, 담임하고, 야자 감독하고, 밤늦도록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이 어떠한 대가를 바라며 훈장질을 했던가? 젊음의 열정을 교육에 바치고, 그 보상은 따뜻한 마음의 보람으로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바뀌었다.

나이 든 경력 교사들은 눈도 잘 안 보이고, 컴퓨터도 잘 못하고, 타자도 느리고, 일 많이 안 맡는다는 이유로 눈총 받는다. 경력교사가 지켜온 교육관과 노하우는 구석탱이 버려진 분필 쪼가리가 되었고, 그 자리에 경쟁적 등급과 수치만이 능력과 성과라며 교직을 숭배하고 있다.


︳구겨진 자존심은 누르고 그만두는 그날까지 조용히 있다가 떠난다.

이젠 선배교사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나 교육철학은 일선 현장에선 관심 밖이다. 교사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이러한 현상은 과도한 경쟁 가치를 추구하는 결과이고 신자유주의 교육이념의 폐해라 볼 수 있다. 교육은 뒤로 한 채 업무로 교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행위가 교육활동을 덮어버렸다. 경력교사들은 관리자의 길이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뒷방 늙은 ‘꼰데’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 ‘평가'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

‘타당성’과 ‘신뢰성’이다. 정책과 제도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두 중요 요소가 실종되면 잘못된 제도이자 정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성과급 차등 지급'제도는 이 두 요소를 갖추고 있는가?


'전인교육'?

20년 넘게 별별 정부가 들어섰었다. 각 정부는 '창의융합인재 육성'이니 '미래 교육'이니, '핵심 역량'이니 며 거창한 교육목표를 떠들어댔다. 각 정부의 교육목표를 뒤로하고라도,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협력하고, 약자를 생각하고, 차별받지 않으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자는 것 아니었나?!


'성과급'으로 교사의 목을 죄는 이 제도는 교육 목적에 부합하는가?

‘수업시수’, ‘업무’, ‘연수시간’이라는 성과급 평가 기준과 요소는 교육 목표와는 상관이 매우 미약하다. 어떤 업무는 S등급(예로 부장, 담임 등)이고, 어떤 업무는 B등급(최하 등급)이 예상된다면 평가의 ‘신뢰성’ 또한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수많은 이 땅의 아이들을 '입시지옥'의 블랙홀로 몰아넣는 ‘경쟁’ 가치가 이젠 교사들을 '반목, 질시'의 블랙홀로 밀어 넣고 있다.


︳아이들에게 '내일'만 강요한다

교사들이 경쟁의 가치로 교직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들이 가르치는 것 또한 '경쟁'일 수밖에 없다. 협력이란 말은 훌륭하고 고귀한 단어일 뿐 어떻게 협력하거나 공유하는지 가르치지 못한다. 교사는 학생 감시자이자 경쟁의 심판자 역할로 전락했다. 모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들었던 가장 황당한 말은 "고3 학생들은 체육대회를 하지 않는다"였다. 단 하루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은 예측되지도, 보장되지도 않는 내일의 행복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억압당하고 있다.


︳교무실에 파티션이 없던 시절

성과급 제도가 생기기 이전, 교무실에서 교사들은 학생들 교육 이야기로 웃고 우는 일이 잦았다. 교무실은 풍물시장처럼 시끌벅적거리기도 하고, 조용한 연구실이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교사들은 눈을 마주치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토론과 이야기에 몰두했다. 그것이 교무실의 기능이자 역할이었다. 그때는 존경받는 교사가 있었고, 교육은 '경쟁'하듯 '노'를 젖지 않았다. 지금 교무실은 파티션에 가려져 옆 교사, 앞교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네O버'와 '구O'이 알려준다.

요즘 교사들은 옆 동료 교사에게 묻지 않는다. 교사들은 동료 교사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컴퓨터를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혹여 성과급 S등급(최고등급)이라도 받는다면 서로 고자질할 분위기다.

성과급제도는 교사들을 경쟁하도록 부추겼고, 대화 없이 기계식 수업과 업무에만 몰두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신'께서는 교사들에게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

"교사~, 모르는 게 있으면 옆교사와 얘기 하지 말고 네O버이나 O글에게 물어봐~".


︳나는 매년 성과급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 동료교사들 때문이다. 그들은 다수 교사들이 거부하는 억지 성과급 기준표를 만들어야 했고 또 관리자를 대신해서 교사마다 등급을 부여하느라 애를 먹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는가!"


︳성과급 잘 받는 법을 알려주마

담임이나 부장 교사들은 연수 사이트에 들어가 클릭 몇 번 더하면 성과급을 남들보다 백만 원 이상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클릭을 열심히 해도 절대 성과급을 잘 받을 수 없는 교사들이 있다. 부장이나 담임이 아닌 기획 교사나 비담임은 아무리 힘든 업무를 해도 또 연수 사이트에 들어가 죽어라 클릭해도 그들의 등급은 무조건 B등급(최하등급)이다.

이런 위치의 교사들은 절대 일 열심히 안 하기를 권장한다.

어리석게도 그들은 '세상이 공정하고 상식적일거야~'란  헛된 기대를 하기도 한다.

"모르는 일이야! 비담임이지만 열심히 하면 높은 등급을 받을지 몰라!~"

그러나 그들이 B등급(최하등급)을 벗어나는 기적 같은 행운은 절대 없다.


︳'놀이의 힘'

내가 고3 담임을 맡은 해가 있었다. 그와 같은 특별한 해에는 무척 바쁘고 힘들었다. 특히 업무로 지쳐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때가 많았다. 일부 교사들은 방학이 되어도 사명감과 경제적 보탬을 위해 방과 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 그러나 난 방학 때 쉬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업이 무척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경력이 쌓여 갈수록 신체 기능은 점점 저하되어 갔다. 그러나 '쉼'과 '여가'의 틈이 생길수록 학기 중 수업의 질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방학과 같은 틈새 시간이 되면 다양한 활동과 여행을 하며 그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겼다. '플레이'의 저자 스튜어트 브라운(2010)은 '놀이는 창의력'이라 했다. 교사도 학생도 여가가 필요한 이유다.


︳겸손인가? 비겁인가?

시키는 대로 '가만있으라!'라는 말에 꼼짝하지 않았던 300명의 아이들은 물에 수장당했다. 그 아픔이 아직도 온 국민의 가슴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오랜 세월,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작금의 교사들 또한 더 깊은 곳으로 수장당하고 있다.

도대체 수장당한 그 마음은 겸손인가? 비겁인가?


체육 교과목을 가르치는 나는 다른 수학 교사, 영어 교사등 다른 교사들과 비교질 당하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나는 같은 교과 교사들과 협업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나는 성과급제도가 폐지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