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 산책
거리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 분들이 의도한 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단지 통행을 위해 만든 길 위에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 첫 번째로 내가 가장 자주 다니는 길, 홍대 거리를 이야기하고 싶다.
다니고 있는 회사가 홍대 근처에 있어 홍대 거리로 자주 나온다. 노는 곳이긴 해도 술과 친하지 않아서 딱히 할 건 없지만 거리를 걷다 보면 흥미로운 볼거리도 많고, 맛있는 먹을거리도 많아서 심심할 틈 없다는 점이 홍대 거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버스커의 공연 무대
홍대 거리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리고 다수는 서있거나 앉아있다. 통행을 위해 만든 거리임에도 사람들은 깨끗하지 않은 바닥에 주저앉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Busker)를 보기 위해서다.
길을 걷다 보면 마이크를 들고, 기타를 매고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댄스팀 공연도 꽤 많은데, 인기 있는 댄스팀의 경우는 팬층도 두터워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공연 소재는 꽤 다양한데 노래나 춤이 주류를 이룬다. 버스커들이 부르는 노래는 주로 홍대 인디 씬에서 호응을 얻을 만한 분위기 있는 곡부터 신나는 팝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마치 주크박스처럼 골라 들을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홍대 거리는 예전에 아스팔트였던 길에 타일을 깔아 제법 무대 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길 중앙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 가로등 아래서 감성에 젖은 듯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럽혀진 바닥이라도 주저앉아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예술을 아는 사람들의 거리
버스커 사이에서 외국인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다수는 교환학생이거나 우리나라로 여행 온 여행자인데, 공연이나 프리허그,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파는 등의 활동을 한다.
여행자들이 홍대에서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노린다는 기사를 얼핏 봤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여행 가서 여유롭지 못했던 적이 많아 이것저것 팔면서 돌아다닌 기억이 있어 이들의 이러한 노력을 그렇게 불순한 의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리인 만큼 길에서 물건 또는 음식을 파는 상인도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노점 상인들도 버스커와 마찬가지로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한 몫한다. 정돈돼 있지 않은 다소 정리되지 않는 분위기가 홍대 거리와 잘 어울린다.
이들의 매상이 궁금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는 뭔지 궁금해서 바라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국인들은 신기해서인지 종종 지갑을 열었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예술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홍대로 모인다. 어제 거리에서 노래했던 가수가, 춤을 췄던 댄서가 어느 날 TV에서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그런 느낌이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사람이 하루 종일 흥겨울 수 없듯 홍대도 쉬는 시간이 있다. 사람들이 흥에 취해 집에 돌아갈 무렵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덤덤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홍대의 열기를 서서히 식힌다. 그래야 내일 또 활활 타오를 테니.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홍대는 여느 공연장이나 박물관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분위기를 만들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한 것은 단순히 거리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덕분은 아닌 것 같다.
버스커와 아티스트, 노점상 그리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두가 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홍대 거리를 걸을 땐 모르지만 집에 도착하면 노곤함이 한 번에 밀려온다. 거리의 힘에 의해 잠시 업됐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아 그랬을까. 사람을 휘어잡는 힘을 가지고 있는 홍대 거리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