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마음속에 살던 작은 아이
나는 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품고 다니던 내 그림 제1호를 꺼내 그를 시험해 보곤 했다. 그가 정말 이해력이 있는 사람인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늘 이런 대답이었다. "모자로구먼." 그러면 나는 보아뱀 이야기도 원시림 이야기도 별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트럼프 이야기, 골프 이야기, 정치 이야기, 넥타이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그 어른은 그만큼 분별 있는 사람을 하나 알게 되었다고 아주 흐뭇해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당신이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말하면 어른들은 절대로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무슨 놀이를 좋아해?" "나비를 수집하니?"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법이 없다. 그들은 "그 애 나이는 몇 살이니? 형제는 몇이야? 몸무게는? 아버지는 벌이가 괜찮으시니?" 같은 것을 묻는다.
만약 어른들에게 "붉은 벽돌로 된 아름다운 집을 봤어요. 창가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놀고 있는…"이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멋진 집이구나!"라고 감탄한다.
"잘 있어." 그는 꽃에게 말했다.
그러나 꽃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바보였어." 이윽고 꽃이 말했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해. 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 내 잘못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만큼 바보였어. 부디 행복하게 지내… 그 유리 덮개는 조용히 치워 두고. 이젠 필요 없어."
"하지만 짐승들이…"
"커다란 짐승들이 온대도 난 겁날 게 없어. 나한텐 발톱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순진하게 가시 네 개를 내보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렇게 꾸물거리지 마. 자꾸 마음이 쓰여. 벌써 떠나기로 결심했잖아. 어서 가."
꽃은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도 오만한 꽃이었다…
"길들인다는 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너무 잊힌 말이긴 한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수많은 다른 남자아이 중에 한 명일 뿐이야.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지.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그런데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돼. 너는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나는 모든 발걸음들과 구별되는 단 하나의 발걸음 소리를 알아차리게 될 거야. 다른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얼른 땅속으로 들어가겠지. 너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 음악을 들은 것처럼 땅굴에서 튀어나올 거야.
그리고 봐봐! 저기 말이야! 밀밭이 보이니?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나한테 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지. 밀밭을 봐도 아무 생각이 없어. 그렇지만 네가 금발머리잖아.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이면 환상적일 거야! 황금빛으로 물든 밀을 보면 네가 떠오를 테니까."
"안녕."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정말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모래밭이 왜 그처럼 신비롭게 빛나는지 문득 깨달았다. 어렸을 때 나는 고가(古家)에서 살았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그 집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했다. 물론 아무도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물이 우리 집 구석구석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래."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
"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러면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 같을 거야.
그리고 슬픔이 지나고 나면(슬픔은 늘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아저씨는 나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씨는 언제나 나의 친구일 거고. 그래서 나와 함께 웃고 싶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