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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근 Sep 27. 2018

킹스맨의 무료 심카드 전략, 그리고 와메이징

일본의 여행 스타트업, 와메이징 이야기

(킹스맨 스포 주의)

멋진 영국 슈트...

영화 킹스맨, 무료 심카드로 세계 정복을 꿈꾸다


2015년 한국 상영 영화의 최고를 뽑자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로 유명한 킹스맨이 빠질 수 없다. 멋진 영국 슈트, 영국 발음, 총, 액션, (러브스토리), 마지막 불꽃놀이(?!) 명장면까지... 멋지게 약 빤 영화였다. 킹스맨의 악역인 발렌타인은 극단적인 에코파시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연보호는 뒷전이고 사욕만 채우는 인간을 자연의 바이러스로 보았다. 인간을 서로 싸우게 하여 인류를 없애고 자연를 보호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사람들의 공격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핸드폰(심카드)을 무료로 배포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생 무료 인터넷과 무료전화를 제공한다는 멋진 비전 아래, 많은 사람들이 심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똑똑한 사람이 나쁜 사상을 가지면 무섭다. 그는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었다. 인류를 공멸시킨다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력한 무료 멤버십 모델을 구축했다.  이처럼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고급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이라고 한다. 요즘 여러 플랫폼 비즈니스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에버노트도, 드롭박스가 좋은 예다. 서비스 제공자는 무료로 많은 사용자를 모은 뒤, 유료 회원이 되도록 적절하게 넛지 하면 된다. 무료인 서비스와 수익을 만드는 서비스가 꼭 같을 필요는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무료로 검색 서비스와 소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광고주에게 돈을 번다. 발렌타인도 공멸이라는 목표(유료 서비스, 최종 목표)를 위해 무료심카드(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메이징, 무료 심카드로 인바운드 여행을 장악하다


일본의 여행 스타트업 와메이징(WAmazing, ワメイジング)은 실제로 무료 심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고객 대상으로 국내 여행을 제공하는 인바운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도시인 오사카와 도쿄(나리타)를 포함하여 일본 20개 공항(2018년 9월 기준)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무료 심카드를 제공한다. 무료심카드는 와메이징의 모객을 위한 무료 서비스다. 서비스가 실제로 지향하는 지점은 “손 안의 여행 에이전트”. 와메이징을 이용하면 일본 국내 액티비티, 투어상품, 숙박시설을 검색하고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일본어를 모르는 여행객에게 매우 편리하다. 일정관리, 내비게이션을 충실히 개발하여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서비스가 최종 목표다.


무료 심카드 기계 앞에서 카토 대표


와메이징은 카토 후미코 대표가 2016년 7월에 창업한 2년 차 스타트업이다. ANRI(일본), BEENEXT(싱가포르) 2개 사가 투자를 주관하여, 소니 인노베이션 펀드, SBI인베스트먼트, 미즈호 캐피털을 포함하여 누적 투자금액은 약 10억엔(100억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임직원은 대략 40명 정도다. 와메이징이 서비스하는 20개 공항은, 외국 항공기가 취항하는 일본 30개 공항의 66%를 차지한다. 창업 2년 차 스타트업임에도 놀라운 성장 속도다.

  

와메이징의 카토 후미코 대표는 일본 여행업계에 꽤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카토 대표는 일본 대기업 리쿠르트로 첫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리쿠르트에서 일본 최고 숙박 플랫폼 쟈랸넷, 일본 최고 뷰티 플랫폼 홋토페파에서 커리어를 쌓고, 국내 액티비티 서비스인 마지부를 담당했다. 마지부는 19세 고객들에게 무료로 스키장 이용권을 주는 서비스로 시작하여, 스키장, 골프, 낚시, 축구까지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성공적인 프리미엄(Freemium) 서비스를 경험한 카토 대표는 같은 방식으로 와메이징을 시작했다.



인바운드 시장의 어려움을 이용해 거꾸로 서비스의 차별화


일본 방문 외국인 추이, 방문객수 (막대 - 단위 100만명), 전년대비 성장률 (선) 출처 : 야마또코코로.jp


마지부가 도메스틱 여행업(국내 고객 대상으로 국내 서비스)이라면, 와메이징은 인바운드 여행업이다. 같은 서비스에 고객 대상이 달라졌다. 일본의 인바운드 시장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일본은 자연, 도시, 쇼핑, 음식, 모든 면에서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여행 콘텐츠가 있다. 일본의 인바운드 고객은 매년 급격히 들어가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정부 또한 인바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올해는 3천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인바운드 시장은 어려움도 있다.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 번째, 언어의 문제


도메스틱 시장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연결만 시키면 서비스 이용에 큰 장애가 없다. 하지만 외국인 고객은 간단한 전화 문의도 쉽지 않다. 특히 일본은 영어 대응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일부 료칸의 경우는 외국인 고객을 거부하기도 한다.


와메이징은 이 문제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해결하였다. 안드로이드/iOS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외국 고객의 언어로 일본의 다양한 상품들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게 구축하였다. 결제까지 한 플랫폼에서 가능하다. 일본어를 몰라도 여행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손 안의 에이전트를 목표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 안에 구현할 계획이다.


두 번째, 다양한 언어/문화권의 타깃


플랫폼 사업자는 모두 같은 숙명을 가지고 있다. 한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비용이, 한 명의 고객이 서비스 이탈할 때까지 쓰는 비용보다 비싸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인바운드 시장은 이런 면에서 어렵다. 일본에 방문하는 외국인은 한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미국인 등등 다양한 언어/문화권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와메이징을 알리려면 다양한 언어/문화권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채널에 배포/운영/관리해야 한다. 한 언어/문화권의 콘텐츠로 마케팅 활동을 해도 마케팅 비용을 맞추지 못해 롱런하지 못하는 서비스들이 대부분이다. 여러 콘텐츠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인바운드 시장은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 국가만 타케팅 한다면 서비스가 노릴 수 있는 시장의 크기도 작아진다.


와메이징의 한 언어로 여러 국가에 접근 가능한 중국어를 선택했다. 사업 초기에는 홍콩/대만을 대상으로 한정하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정된 시장에서 현재까지 약 20만 다운로드 정도로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영미권, 중국 본토를 포함하여 아시아 전 국가에 대응할 예정이다.


무료 심카드, 어플케이션 (중국어 버전 마케팅 콘텐츠)


세 번째, 통신/인터넷 환경


인바운드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하나의 문제가 된다. 로밍, 와이파이, 현지심카드가 많이 일반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의 인터넷은 항상 여행의 큰 걸림돌이 된다. 아무리 좋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한들, 접속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와메이징은 무료 심카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15일간 500메가를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를 무료로 주고, 와메이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와메이징에게 유료 유저가 될 수 있는 무료 멤버십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무료 심카드는 고객 트래픽 유치뿐만 아니라 유료 구매에 대한 역할도 할 수 있게 모델링 되었다. 와메이징 어플을 다운로드 받아야만 심카드가 활성화된다. 와메이징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가격에 따라 추가적인 용량을 제공해준다. 이로 인해 고객은 와메이징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생긴다. 500 메가라는 부족한 용량 때문에 추가 용량 구매라는 추가 매출도 한 가지 덤이다.  


문제를 해결 위한 솔루션은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무료 심카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심카드를 건네주는 직원들이 필요해 인건비가 필요하다. 와메이징은 자동화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일본에서 발전이 잘 되어있는 무인발권기 기술을 활용하여, 심카드를 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를 만들어 공항에 설치했다. 덕분에 20개 공항을 적은 인원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카토 대표는 도메스틱 시장에서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경험을 활용하여 고객 타깃을 외부로 확장하여 인바운드 시장에 도전중이다. 인바운드 시장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을 기술, 선택과 집중, 플랫폼 초반 전략을 적절히 사용하여 서비스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외국인이 일본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와메이징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한국의 인바운드 시장

방탄 소년단 출처 - NBC

지금은 한류의 시대다. 엔터테인먼트, 뷰티 두 분야에서 한국은 글로벌 리딩 국가다. 또 저가항공의 보급화가 지속적으로 되어 풀 캐리어 항공사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저렴한 항공권 덕분에 인바운드 수요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인바운드 시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세계적으로 여행을 많이 하는 한국인들도 국내 여행을 할 때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일본과 같은 여행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와메이징처럼 해외에서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좋은 채널도 아직 많지가 않다.


한류 콘텐츠가 열일 해준 덕분에, 한국이 효과적으로 홍보되었다. 한 번 방문한 여행객이 또 한국을 방문하고 싶게 해야 한다. 여행객을 한국이라는 서비스의 한 고객을 보면, 재방문이 높은 고객 생애가치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한국 인바운드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한국 정부, 기업들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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