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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무란 Nov 15. 2020

2.5단계서 결혼한 새댁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

[프롤로그- 코로나 주말엔 생각이 깊어진다]

토요일 늦은 아침. 침대서 눈을 뜬다. 몸을 일으키려 하다 잠시 멈칫, 생각에 잠긴다. 


'남편, 오늘 뭐할까?' 


새댁이된 지 50일이 됐다. 꿀같은 신혼 주말인데, 그렇게 두근거리지 않다.


코로나만 아니면 거침없이 힙지로 맛집을 가거나, 젊은이들로 붐비는 이태원 거리를 거닐었을 거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 야외이면 좋겠고, 차로 이동할 수있는 곳이 어딜까. 한참을 생각한다. 그렇게 침대 이불에서 꼬물대며 괜시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나.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 집에서 조용한 주말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코로나 2.5단계 방역'으로 상향됐던,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신랑과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연기를 해야할까, 내일이면 코로나 확진자수가 조금은 줄어들까, 설렘이 아닌 불안함 속에서 결혼을 준비했다.  '순리대로 가자,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라는 신랑의 믿음직스러운 말에 코로나를 뚫고 시원스레 결혼에 성공했지만, '난 전혀 후회없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신혼생활은 정말 꿀같다. 하지만 코로나로 마음은 항상 편치 않다. 내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매일 점심미팅과 티미팅이 이어진다. 신혼 초라, 시댁과 친정 양가 모두에서 가족행사가 많은데, 혹여나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양가는 물론 내 남편까지 확진되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있다. 주말외출에 고민이 많아지는 이유기도 하다. 

코로나 새댁이 그나마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일은 집밥요리인 듯하다.

개인사업을 하는 새신랑은 보통 집에서 근무를 한다. 나도 최근 재택근무 수가 많아지다보니 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문제는 난 칩거형 인간에서 매우 먼 사람이란 점이다. 여행, 등산, 운동, 사람만나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으로 '밖에 나가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미혼시절에 들어보지 못했던 질문들과, 새로운 고민들, 난관들이 느껴진다. 임신, 육아, 출산, 그리고 일.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TV나 뉴스에서만 보던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 여성으로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이 새롭게 발생하면서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나갈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코로나 이후 나의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기력'이다. 항상 에너지 넘치고 하고 싶은 일이 넘쳤던 나는 ,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됐다. 업무에 임하는 태도도 예전만큼 열정적이지 않다. 이런 코로나 생활이 최소 365일 더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무기력해지는 기분이다. 


예전의 나의 모습으로 회복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나의 코로나 블루 극복기를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함께 나의 모습을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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