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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M의 일상

결과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Doc is cheap. Show me the talk." 읽고

by 진용진

인간의 본성은 자신이 들인 노력과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방식들을 찾으려 노력한다. 최근 AI의 등장으로 과거 노력의 산물이라고 여겨졌던 문서와 코드 같은 아티팩트(artifact)의 지위가 예전과 같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CPO Aparna Chennapragada는 Doc is cheap. Show me the talk.라는 에세이에서 "무엇이 진짜 노력의 증거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Talk is cheap. Show me the code.” — 리누스 토르발즈
리누스 토르발즈가 20년 전에 이 문장을 썼을 때, 코드가 노력의 증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

Code is cheap. Docs are cheap. AI 덕분에 며칠씩 걸리던 문서 작성이나 프로토타입이 이제 몇 분 만에 나온다. 이 결과물들이 여전히 유용하지만, 더 이상 그 안에 들어간 노력의 무게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더 어려운 질문을 하게 된다.

“무엇이 진짜 노력의 증거로 남을 것인가?”


AI의 등장으로 아래와 같은 신호들이 점점 중요하게 보여진다고 Aparna Chennapragada는 언급한다.


첫째 존재감(Presence)은 물리적으로 직접 참여해 대화를 주도하거나, 실시간으로 어려운 질문에 답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회의에 참석해서 어려운 대화를 이끄는 것은 실제 에너지가 들어가는 행동이지만, 단순히 회의실에서 ‘보여지는 시간’이 실질적 가치로 오해될 위험도 안고 있다.


둘째, 관계(Relationships)는 여전히 느리게 쌓이고 유지하기 어렵다. 중요한 순간에 먼저 찾는 동료, 팀을 연결해주는 사람, 고객이 신뢰해 먼저 연락하는 사람들... 이런 연결은 분명히 노력의 신호이지만, 때로는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여자’로 착각하는 형태의 정치로 흐를 수 있다.


셋째, 게이트키핑(Gatekeeping)은 모두가 쉽게 정보와 리소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된 시대에도 여전히 그 희귀함이 가치를 만든다. 프로세스와 플랫폼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일은 분명한 노력과 신뢰를 요구하지만, 잘못하면 기존 기득권 유지로 굳어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선 끝임없는 회의, 본질보다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게이트키핑, 보여주기식 업무가 조직 전반에 흐를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산성 도구를 만드는 빌더에게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에 기회가 있다. 특히 생산성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AI가 문서와 코드와 관련된 기존의 노력 증명 방식의 패턴을 약화시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력의 증명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 조용한 참여자나 원격 참가자의 기여를 포착하고 인정해 주는 회의 에이전트

- 완성된 문서뿐만 아니라, 그 뒤에 담긴 사고 과정과 탐구의 흔적까지 드러내는 문서 시스템

- 누가 결정적인 질문을 했는지, 인사이트를 연결했는지, 실행을 끝까지 이끌었는지를 드러내는 시스템


즉, AI를 조직에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기회로 보이지 않던 구성원의 가치를 가시화하고, 그동안 간과되던 기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업무를 잘 프로모션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 자신의 업무를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이러한 스토리텔링에 반응해 좋은 평가를 해줄 동료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때론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우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앞으로 AI 기반 기술이 조직·프로젝트·개인 등 다양한 차원의 맥락(Context)을 분석해, 실제로 기업의 성과에 기여한 구성원의 가치를 더 정확하게 드러내고, 과거에 간과되었던 다양한 기여를 공정하게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 영향과 기여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는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사람에게는 두려움과 불편함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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