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하는’ 즐거움을 처음 느꼈던 때가 10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동네에 무용학원이 있었는데 가끔 헐렁한 니트 워머를 걸치고 긴 공단치마 같은 것을 끌며 마트에 출몰하던 늘씬한 언니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래서 다니게 된 무용학원에서는 요일마다 바꾸어가며 한국무용도 배우고, 현대무용도 배우고 발레도 배웠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젊은 여선생님이 원장이었는데 나 빼고는 다들 이미 실력이 훌쩍 자란 전공생들이라 그저 뒤에서 따라하게만 했었다. 어깨너머로 따라하는 동작이 처음부터 능숙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춤추는 것이 좋았다. 특히 언니들이 학원에 도착하기 전 레오타드로 갈아입고 넓은 무용실 한가운데에 섰을 때, 무용실을 빙 둘러싼 거울이 나만 비추고 있는 적막한 순간, 그 때 언니들이 올세라 급히 연습 삼아 돌아본 피케 턴이 내가 보기에 멋있었을 때. 그 때 처음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이 때예요, 하고 말할 수 있게 된 때였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 학교 팜플렛의 무용실이 넓고 크고 멋져보였다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정작 이후로 발레를 하지 못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십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줄곧 그리워했던 것은 어린 시절 혼자 무용실 중앙에 서서 턴도 연습하고 아라베스크 동작도 연습해 보던 순간들이었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무용학원을 기웃거렸다 그만뒀다가를 반복했다.
발레를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했다면 실력이 더 늘었을텐데. 항상 할 일이 있었다. 학교에 가야 했고 또 졸업을 해야 했고, 또 다음 단계의 학교에 가야 했다. 시험도 쳐야 했고, 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도 풀어야 했고 연애도 해야 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춤이, 발레가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면, 나에게 발레가 업(業)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춤추고 더 많이 행복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최근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발레하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번은 꼭 발레학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일주일에 한시간씩 발레 수업을 듣는다고 다리가 쭉쭉 찢어지는 것도 아니고 센터에서 더블 턴 돌기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 내가 하고 있다, 계속 발레를 하고 있다는 안심은 되는 것 같으니까.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은 발레 수업에 가려고 한다. 낮 동안 쌓인 업무 스트레스로 피로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프기도 한데 가끔 저녁에 바를 잡고 몸을 쭈욱 늘리고 펴서 땀을 흘리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지는 것 같다.
우연히 발레를 시작하고, 좋아하고, 몇 년간 잊고 지내다가도 다시 발레를 하고, 그저 기웃거리는 정도일지라도 마음에서 끝내 놓지 않고 돌아오게 하던 발레의 매력,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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