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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레하는 변호사 Aug 16. 2017

#6. 찍은 사람이 임자일까 찍힌 사람이 임자일까

- 사진 저작권과 모델의 초상권

  파리에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료가 15유로 정도였다. 루브르에서는 요즘 박물관 차원에서 각종 행사를 주최해서 진행하기도 한다는데 박물관 재정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런데도 입장료를 올리는 정책은 좀처럼 펴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파리는 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하고, 예술 작품을 함께 향유하는 것을 하나의 덕목이자 바람직한 가치로 여기는 도시이기 때문이란다. 


  예술의 도시 파리, 그리고 로맨틱한 사랑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다. 많은 연인들이 센 강가에서 키스를 하고 퐁데자르 다리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운다. 로맨틱한 도시 파리의 홍보를 톡톡히 해 주었던 사진이 20세기 사진의 거장 로베르 두아노가 찍은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사진이다. 


<출처 : ‘파리시청 앞 광장에서의 낭만적 키스는 연출됐다’(올댓 아트, 2017. 5. 17.)>


 이 유명한 키스 사진은 <라이프>잡지에 실려 퍼져 나가 숱한 연인들을 설레게 했고, 한때는 이 사진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소식에 기뻐하며 키스하는 사진을 순간 포착한 사진이라는 소문도 퍼졌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실은 몰래 찍은 것이 아니라 두아노가 합법적으로 찍은 ‘연출된 사진’이었던 것.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사진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긴 법적 공방이 벌어진다.  


A.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진 찍은 사람이 임자일까, 찍힌 사람이 임자일까?
  인물 사진을 촬영할 경우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촬영자에게 있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여 사진 속 모델도 초상권이 있다. 인물 사진의 경우 해당 인물의 동의 없이는 저작권자라 할지라도 사진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없다.


저작권법
제35조(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④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촬영 및 공표에 동의한 경우에도 본인이 예상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공표된 경우에는 초상권의 침해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잡지를 위하여 촬영된 사진이 잡지와는 무관한 피고 회사의 경영의 백화점 상품 판매 광고 전단지에 사진을 사용한 것은 원고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서울지방법원 1996.11.22. 95가합114514판결>

  즉, 사진을 촬영한 작가가 인물 사진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진작가가 고객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이거나 반대로 모델을 섭외해서 모델료를 지불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이거나 둘 다 사진 속 모델의 초상권이 인정되는건 마찬가지이다.  

 

출처 : pixabay.com

B. 반대로 스튜디오에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찍은 우정 사진이나 웨딩 사진을 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는 어떨까. 꼭 필요한 증명사진 말고도 전문적으로 관리된 예쁜 스튜디오에서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스튜디오 측에서도 고객 본인이 사적으로 이용하게끔 상업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개인 블로그에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 경우 스튜디오에서 촬영 계약을 할 때 계약서나 약관에 사진 이용에 대한 허락 문구가 적혀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그냥 구두로 허락해 주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 때도 스튜디오나 작가 이름은 사진 아래 명기하는 것이 좋고, 정확하게 하려면 촬영한 스튜디오에 사용 방법을 문의하는 편이 좋다.


저작권법
제45조(저작재산권의 양도)
①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
①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 : pixabay.com

c. 사진작가로서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가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 중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작가의 소유일까 여전히 회사의 소유일까. 모든 저작물은 제작한 사람이 가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한 작가가 여전히 저작권을 가진다. 다만 사진 저작권을 회사가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사진작가가 회사와 실직적인 고용 관계가 있고 회사 측에서 사진 제작 과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해서 기획했으며 그 사진이 회사 이름으로 공표된 때가 그렇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가 회사 측과 맺은 저작권 관련한 계약의 내용일 것이므로 입사 및 퇴사 당시 미리 합의점을 찾는 것이 좋다.

저작권법
제9조(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D. 여행은 사진을 남긴다. 꼭 멀리 여행을 다녀온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사진을 남기게 된다. 자연이 그려놓은 그림인 꽃이나 나무, 하늘과 같은 풍경들은 맘껏 찍어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사람의 노력이 깃든 건축물이나 상점 내부 사진은 어떨까.

저작권법
제35조(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② 제1항 단서의 규정(가로ㆍ공원ㆍ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 따른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

  길가나 공원, 건축물의 외벽같이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하는 경우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 그러니까 예쁘게 꾸며진 거리의 외벽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이를 그림으로 다시 베끼거나 건축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하지 않으면 괜찮다.

 ※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음식점이나 카페에 갔을 때 내부 사진이나 음식 사진을 찍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사진이 촬영자의 저작물인지에 대해 법원에서는, 단순히 음식점의 내부를 충실하게 촬영하여 “누가 찍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진”은 촬영 목적이 피사체의 충실한 재형일 뿐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있는 사진 저작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부 전경 사진 중에서도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 예를 들면 “유리창을 통해 저녁 해와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시간대와 각도를 선택해서 촬영”해서 아름다운 사진을 연출한 경우 등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깃든 경우는 저작물로 인정될 것이다. 음식점이나 상점 내부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에 촬영을 하게 되면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복제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진저작물'은, 사진기라는 '기계'를 통해 표현되는 저작물이에요. 작품이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하고 그 기준이 되는 범위를 정하는 것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진이라는 예술품도 “피사체의 선택,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이나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 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주관적 판단과 의도에 의해 사진이 좌우되며 촬영자가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점에서 다른 저작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충실하게 인정되고 있어요!


※참고 자료 - ‘파리시청 앞 광장에서의 낭만적 키스는 연출됐다'(올댓아트 매거진, 2017), 사랑한다면 파리(최미선,신석교,2016), 문화예술과 저작권 판례집(한국저작권위원회,2013),청주지방법원 1997. 5. 27.선고 96가합4593판결, 대법원 2010.12.23. 선고 2008다44542판결,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서울지방법원 1996, 11, 22, 선고 95가합114514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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