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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Jun 15. 2021

영감투어클럽을 오픈합니다

퇴사를 남는  시간뿐.

제주 여행을 10일 남짓 하고 서울에 돌아오니 심심했다. 바로 구직활동에 뛰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나는 구직에 뜻이 없었고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동안 얼굴 본지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고 원 없이 자유시간을 누렸다.


9 to 6의 생활에서 벗어나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평일 낮에 한가롭게 전시를 보러 가거나 핫플레이스를 가는 일이었다. 남들은 회사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느긋하게 전시장으로 향하는 나는 그 대조적인 풍경을 보며 왠지 모를 내적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남들이 '어디 좋다더라'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찾아내고, 가서 경험하고 동선이나 메시지 전달 방식, 공간 구성 등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분석해서 기록하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나만의 기준으로 합격점을 받은 공간이나 브랜드를 선별해 sns에 소개하는데, 사람들이 저장도 많이 해주고 여기 가봐야겠다며 환호해주면 뿌듯하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고, 내가 직접 경험한 것 중에 좋은 것은 다른 사람들도 즐기길 바랬다. 그래서 퇴사를 하고 주어진 자유 시간을 원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을 벌여볼까?

내가 쓰는 글과 관점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사하지만, 이왕 다니는 거 같이 다녀보면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원래는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골라서 맘대로 다니는 게 편해서 혼자 다녔다.



같이 다니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일은 데이트나 친구를 만날 때인데, 약속한 동네를 지도 앱에서 찾은 다음, '갈만한 곳 어디 없나~' 탐색한 다음에 몇 군데를 골라 같이 가자고 권해서 둘러보는 정도였다.


같이 간 장소를 맘에 들어하는 친구도 있었고, 워낙 취향은 섬세한 영역이기 때문에 핏이 좀 덜 맞았다고 느낀 친구도 있었다.


1300여 개의 스폿이 저장된 지도 앱..



가만히 핸드폰을 보다 말고 '영감투어클럽' 이란 이름이 전구에 노란 불이 켜지는 것처럼 떠올랐다. 진짜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다녀봐야겠다는 열정이 나도 모르게 뿜어져 나왔다.


지인 베이스에서 알음알음 시작하는거니까, 이런 트렌드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결도 비슷할거고 더욱 재밌게 영감을 공유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영감'이란 키워드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금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한 단어였다면, 요즘은 영감만큼 유효한 키워드도 없는 것 같다.


sns를 자기 자랑이 아닌 정보 공유나 수집의 창구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 사진, 글귀,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 그 모든 것이다. 내가 주로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이 브랜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유독 '영감'을 자주 다루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린 첫 '영감투어클럽' 콘텐츠 이미지


영감투어클럽

내가 생각하는 '영감투어클럽'의 정의를 한 두줄의 문장으로 정리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감투어클럽은
하나의 테마와 동네를 선정해 2-3곳의 공간을
따로 또 같이 경험하고, 발견한 영감을 기록하며 나누는 비정기적 모임입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최대 4인까지만 모이도록 기획했다. 나를 포함한 인원수니까 최대로 모집할 수 있는 여행객은 최대 3인인 샘이다.


‘이런 곳이 있었어?’ 가보고 싶지만 약간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고, 혼자서 찾아가자니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누가 같이 가자고 끌어주면 '나도 갈래!' 하면서 같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모임이다.



물론 내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공간이 위주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가고 싶은 곳 쪽으로 루트를 짜겠지만,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하거나 수요를 반영해 공간 추천을 받아볼 의향도 있다.



올리자마자 정말 감사하게도 25개의 댓글이 달렸다.

나와 알고 지내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의 온라인 리추얼을 함께 하던 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혼자만 구상하던 아이디어에 이름을 달고 알리는 순간부터 구체화되고 실행에 속도가 붙는다는 걸 실감했다. '트렌드를 공부하고 브랜딩, 새로운 공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자리를 원하는구나!' 하고 파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두려움이 없고, 평소 좋아하는 공간 투어를 다른 사람과 같이 간다는 아주 심플한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 덕분에 '모양 빠지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자, 가볍게 시작하자 가볍게.

너무 힘을 주면 나 역시 부담을 가질 거고,

부담을 가진다면 재밌게 즐기려고 하는 게 잘 해야하는 일로 느껴질 수 있으니.



일단 Beta Test를 돌려보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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