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고
바쁜 평일 끝에 찾아온 주말에 나는 체력이 허락하는한 이틀 모두 외출을 한다. 전시를 보러가거나, 볕이 잘 드는 카페에서 커피를 즐겨 마신다. 하지만 코로나와 재택근무는 밖순이인 나를 집순이로 바꿔버렸다. 영화를 한두편씩 누워서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스릴러나 액션 영화는 긴장하면서 보는 탓에 금세 에너지를 뺏기니까 즐겨보지 않지만, 대신 힘을 뺀 상태로 보기 편하고 기분을 좋게하는 영화를 선호한다. ‘요리’소재의 코미디 장르가 그 중 하나다.
<아메리칸 셰프> 는 빈 속에 보기 힘들 만큼 맛있는 음식과 라틴풍 BGM 덕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다. 주인공 칼은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격주에 한 번 아들을 만나는 이혼남이다. 스타급 맛집 비평가 램지 미셀에게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싶어하지만, CEO에게 의견을 묵살당하고 기존 메뉴 그대로 내었다가 혹평을 받는다.트위터로 옥신각신하다 램지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지만, CEO의 제지로 새로운 메뉴를 보여주는데 또 실패한다. 연이은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램지에게 폭언을 퍼붓는 칼의 영상이 유튜브에 퍼지며 그는 길에 나앉게 된다.
‘하고싶은 요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칼은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을 열고, 아들과 함께 미국 곳곳을 돌며 인기를 얻게 된다. 트럭의 짐 운반을 도운 사람들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던 중 빵이 타버리는데, 돈도 안냈으니 그냥 줘도 되지않냐는 아들에게 건낸 칼의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난 이 일을 사랑해.
음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으니까.
그런데도 이 빵이 손님에게 나가도 될까?”
그에게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고물 트럭을 청소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밤을 지새워 메뉴를 테스트할 때에도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했다. 식재료를 사러 가는 시간을 쪼개 아들을 놀아주는 칼에게 푸드트럭은 자연스레 부자간의 돈독해지는 시간을 선물했다. 영화는 변화된 칼의 모습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단, 7할의 힘든 일을 해내야 3할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이 7할의 힘든 일을 잊게 할만큼 짜릿한 기쁨을 가져다 주기에 버텨낸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 답은 Yes.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의 연속이지만 내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호응해줄 때, 그동안 지새운 밤들을 잊을 정도로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일밖에 모른다’는 말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잃어버린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주고 나를 웃게 하는 일이라면 때로는 ‘일밖에 몰라도’ 조금은 괜찮다고.
이 글은 2020년 6월 컨셉진 에디터 스쿨 과제의 일환으로 작성한 영화 소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