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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uruvuru Dec 18. 2017

<스타워즈>의 진짜 의미를 되찾은 <라스트 제다이>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 라이언 존슨


7편 <깨어난 포스>가 세대교체란 의미에서 진보적이기를 자칭한 영화에 가까웠다면(여자 주인공, 흑인 스톰트루퍼, 한 솔로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광선검까지), 8편의 과제는 <스타워즈>가 자칭이 아닌 이미 동세대의 것이라고 항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스트 제다이>란 제목은 다소 위험한 선택처럼 보였다. 제목부터가 ‘종식’을 의미하는 시점에서, 선택지는 여러모로 일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8편을 향한 모든 우려는 하나마나한 것이었다. <라스트 제다이>는 훌륭한 마침표였다. 그 이유는 <라스트 제다이>가 <스타워즈>가 내포한 핵심을 정교하게 찌른 결과물이라서다.


<스타워즈>는 별들이 희망을 기리는 이야기다. 지옥 같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나아갈 것이라는 별들의 의지가 담긴 영화다. 하늘 위로 펼쳐진 무수한 별들의 수만큼 이들의 반짝거리는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스타워즈>가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스타워즈>는 형형하게 빛나기보다 빛나는 한 점만이 있었다. 스카이워커로 엮이고 엮여가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제다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타워즈>가 어느 한 가문의 이야기라는 걸 우리는 부정할 수 없었다. 포스는 엄연히 그들의 것이었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라스트 제다이> 역시 앞선 시리즈들처럼 <스타워즈> 답다. 허나 전작과는 분명히 다른 게 있다. 8편의 상황은 보다 자유롭고 보다 난감하며 보다 절박하다. 또한 마지막이라는 유서가 남기는 새로운 시작으로의 암시는 지난 40여 년간의 해묵은 이 모든 이야기가 어쩌면 모조리 초석에 불과했다는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이 대목에서 전율한다. <라스트 제다이>가 이미 한 발짝 너머로 먼저 나아가 있었다는 사실에. 껴안은 고민이 현재가 아니고 미래에 있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포스가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스타워즈>는 8편에서야 본래의 의미를 찾았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8편 <라스트 제다이>는 이를 확인시켜준 단 하나의 작품이었다. <스타워즈>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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