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라마작가 입봉 과정
드라마 작가 되는 법, 지난 편에서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멘털이 강해야 한다고 일러두었다.
시작조차 하기 전에 괜히 겁을 주려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가 2년 동안 드라마 판에서 나름대로 서브 작가로 일을 하면서 뼛속 깊이 느낀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작가는 늘 타인에게 평가를 받는(지적질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편이 기획 단계부터 방영까지 몇 년이 걸릴 거 같은가.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최소 2~3년은 걸린다.
작가의 필력이 받쳐주면서도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1) 기획안부터 2) 배우 캐스팅과 연출 감독 합류, 3) 채널 편성(공중파 방송이나 OTT에서 몇 날 몇 시 방송을 할지 결정하는 것) ㅡ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관문. 신인 작가는 주연 배우 캐스팅이 먼저 돼야 편성을 고려해 준다. 채널에서는 신인작가라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단, 작가의 필력이 하늘을 치솟고 대본이 너무 우수해서 배우든 채널이든 너도 나도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면 열외다. ㅡ 4) 촬영, 5) 방영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이 모든 변수를 뛰어넘고 순조로운 진행이 된다는 가장했을 때 2~3년이다. 미니멈으로 잡은 기간이 2~3년이지. 실제 몇 년이 걸릴지는 정말 알 수 없다. 3년 준비 후 방영이 되면 그나마 잘 풀린 경우이고, 편성이 90% 났다고 했음에도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작가의 멘털이 강하지 않다면? 최정상급 작가님들과 이미 데뷔한 작가들은 그 명성과 시청률에 따라 원고료가 책정되지만, 신인작가의 원고료는 대략 정해져 있는 편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데뷔가 늦어지는 만큼 계약금으로 몇 년씩 버티기란 정말 쉽지 않고,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한 멘털 장착을 강조한다. 드라마 작가가 괜히 멋있어 보여서 내가 글을 좀 쓴다 싶어서, 아니면 드라마를 좀 좋아한다 싶어서 도전하는 거라면 환상을 깨라.
드라마에 나오는 겉모습만 화려한 드라마 작가? 꿈깨라 그런 건 없다. 적어도 신인작가가 데뷔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도 견뎌야 하고, 드라마 제작 관련자로부터 날아드는 뼈아픈 평가에도 결코 상처받지 않고 묵묵히 견딜 낼 각오를 하는 게 좋다. 오직 입봉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자, 그럼에도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당신에게
한 편의 드라마가 제작되는 (신인 드라마 작가 입봉) 과정을 알려주겠다.
작가 지망생이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면 정말 기쁠 일이다. 그러나 당선과 데뷔(작품 영상화, 입봉)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편에서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처럼 평범한 지망생이 어떻게 하면 데뷔를 할 수 있을지 가장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함께 작업한 메인작가님들과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의 조언에 따른 것임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드라마 제작사를 통해
신인작가가 드라마 입봉 과정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드라마 제작사에 기획안과 미니시리즈 1,2부의 대본을 제출하고 검토해 달라고 한다.
2. 제작사가 내 기획안과 대본이 마음에 들면 드라마제작사와 계약을 할 수 있다.
- 안면과 친분이 있다면 담당 제작 PD 혹은 제작사 대표님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아는 제작사가 없다면 각 드라마 제작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메일로라도 투고를 해보라.
3. 제작 PD와 함께 미니시리즈 아이템(소재)을 발굴하고 디밸롭 시킨다.
- 내가 쓴 기획안으로 디벨롭할 수도 있고, 요즘엔 웹툰 원작이 많으므로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 웹툰 IP를 디벨롭할 수도 있다. 제작사와 협의에 달려 있다.
4. 3-4부까지의 대본을 쓴다.
매회차 마감할 때마다, 제작사 PD의 피드백을 받고 회의를 거쳐 원고 수정에 들어간다.
5. 제작사 측에서 주인공 배우 캐스팅에 들어간다. 요즘 관례상 신인작 가는 주인공 캐스팅부터 돼야 채널 쪽에서 편성을 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 주인공 캐스팅이 안 된 작품은 채널 쪽에서 고려하기 힘든 건, 신인작가라는 리스크 때문이다. 캐스팅 문제는 제작사가 알아서 하므로 작가는 대본을 맛깔나게 쓰면 된다.
6. 감독님이 붙는다. 채널 소속 감독님이나 프리랜서 감독님이 붙는다.
사실 배우 캐스팅과 감독님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고, 순서에 상관없이 진행되는 듯하다.
7. 채널 쪽 편성을 받는다.
공중파 방송 KBS, MBC, SBS 무슨 요일 몇 시에 우리 드라마가 나올지 편성 결정을 하는 것인데 이게 제일 큰 관문이다. 배우 캐스팅이 되었다고 해도, 채널 쪽 편성이 나기 전까지 배우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는 관례도 있다. 그런데 배우 캐스팅은 됐지만 채널 쪽 편성이 나지 않아서, 몇 년간 고생한 기획안과 대본이 땅에 묻힐 수도 있다. 편성이 나기 전까지는 제작사, 배우, 채널 쪽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원고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발생한다. 실례로 어떤 드라마는 A 채널 쪽에서 편성이 90% 날 예정이라고 했는데, 무산된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B 채널 쪽에서 편성이 나서 드라마가 방영되긴 했지만, 편성이 나기 전까지는 내 대본이 세상에 나와 빛을 볼지 못 볼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OTT 서비스의 다양화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에 편성이 날 수도 있다.
8. 채널 편성을 받았다면 한 고비 넘긴 것. 그나마 몇 년 동안 고생한 대본이 영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이때부터 수정 지옥이 펼쳐지는데, 제작사, 배우, 감독님에 채널까지 붙어서 네 군데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 주면서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회의, 수정, 회의, 수정이 반복된다. 2박 3일 숙박 회의를 한 적도 있고, 8시간 9시간 장시간 회의에 들어가기도 한다. 마감기한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고 똥줄이 타기 마련이다.
9. 촬영에 들어간다. 케바케지만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10. 드디어 첫방!
첫방만 되면 작가의 멘털은 좀 느슨해도 될 줄 알았는가?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비전공자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드라마 작가되는 법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