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서려면 주정부에 라이센스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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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국 결혼식의 구성에 대해 써 보겠다. 한국과 미국 결혼식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난 식의 구성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이라고 하면 주례나 사회가 있는 식 + 식사 대접을 통 털어 지칭한다. 그리고 식과 식사 대접은 같은 건물에서 이뤄진다. 근데 미국에서는 결혼식 (wedding)과 식사 대접하고 파티하는 피로연 (reception)의 개념이 분리가 되어 있다. 둘 다 같은 날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보통 공간이 다르다. 장소 자체는 같을 수 있지만 식을 하는 곳에서는 정말 식만 이뤄지고, 리셉션을 하는 곳은 꼭 따로 있다. 서로 다른 날 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 예를 들면 결혼식은 가족들끼리 작게 법원에서 하고, 따로 파티를 열어서 피로연 (reception)만 하는 경우. 혹은 나같이 국제결혼의 경우 한국에서 작게 식만 하고 미국에서는 피로연만 하는 경우.
그럼 결혼식과 리셉션의 차이는 뭐냐? 결혼식은 말 그대로 결혼함을 알리는 식이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하객들은 전부 앞을 바라보고 앉는다. 반면 리셉션은 먹고 마시고 놀고 축하하는 파티다. 위에 오른쪽 사진은 리셉션 사진인데 보통 테이블이 여기저기 있고 식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결혼식 도중에는 뭘 먹고 마시지 않는다. 미리 리셉션 하는 곳에 밥 먹으러 가 있을 수 없다ㅋㅋ 실제로 미리 못 들어오게 함. 그리고 하객들이 앉는 의자에는 보통 작은 답례품 혹은 티슈가 있다. 티슈는 울까 봐...ㅠㅠ 실제로 다니엘라 결혼식에서 신부 신랑 부모님도 안 우는데 내가 펑펑 울었다.
결혼식 자체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종교적인 결혼식은 좀 더 길 수 있지만 대체로 결혼식이 15-20분을 넘지 않는다. 보통 결혼식이 토요일 늦은 오후 (4~5시)에 시작하고 자정쯤 끝나니까, 리셉션이 거진 6-7시간을 차지한다. 간혹 결혼식이 좀 이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오후 4시에 시작했는데 식이 끝나고 나니 4:30이라 아직 저녁을 대접하기에 이른 경우에는 리셉션이 시작되기 전에 칵테일 타임을 갖는다. 보통 칵테일 아우어 (coacktail hour)를 하는 장소는 또 다르다. 이곳에서는 보통 앉을만한 자리는 거의 없고 스탠딩 테이블이 여기저기 있다. 다들 서서 한 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보통 한 손에 잡힐만한 간단한 간식거리를 내준다. 이때가 제일 배고프다... 빨리 저녁 줘!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주례의 역할은 한국과 좀 다른데, 한국에서는 주례가 결혼생활에 대한 훈화 말씀을 하는 게 주된 업무다. 그러다 보니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은사나 친척 등이 맡는다. 그리고 사회자는 따로 있고. 그치만 미국 주례 (wedding officiant)는 평소에 잘 모르던 처음 보는 사람이 맡는 경우가 있다. 특히 종교적인 결혼식을 하는 경우.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친한 친구 (특히 또래인 사람들)가 주례를 맡는다.
또 주례의 역할은 약간 사회자다. 자 이제 신랑 신부 반지 교환하시고요~ 자 이제 서로 맹세할 거 읽으시고요~ 이런 식으로 식의 사회자 역할을 한다. 물론 미국 주례도 식을 시작할 때 주례사로 몇 마디 하긴 한다.
주례의 역할은 사회자 말고도 더 있다. 바로 혼인 신고서에 싸인 하는 것. 결혼 신고서에 주례 싸인이 없으면 신고가 안 된다ㅋㅋ 그럼 아무나 주례가 돼서 싸인할 수 있나? 노노~ 주례가 되려면 주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거나 등록을 해야 한다 (주 마다 다름). 넘 웃기지 않나요?ㅋㅋ 예전에는 종교적 지도자, 동네 정신적 지주, 판사, 시장,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등 특정 조건이 되어야 주 정부에서 주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주례들은 이걸로 장사를 한다ㅋㅋ 주례 사세요~ 본인들 홈페이지도 있고, 자기가 주례하면 이러저러한 식으로 한다고 써 놓는다. 자시는 신랑신부와 몇 달 전 부터 만나서 서로 알아가고 아주 진심으로 주례 봐준다고.
하지만 요즘에 많이 바뀌어서 주례를 아무나 할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요건만 충족이 되면 웬만한 사람이면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와 에릭이 혼인신고를 할 때 우리 언니를 주례로 등록시켜서 언니가 싸인을 했다.
주례의 마지막 역할은 혼인신고서를 우편송달하는거다. 결혼식에서 신부, 신랑, 주례가 싸인을 다 하면, 혼인신고서를 우편으로 보낸다. 이때 주례가 발송 담당을 대체로 하더라.
한국과 비슷하게 결혼식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신부 입장이다. 결혼식에서 입장하는 순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부모님 혹은 들러리가 먼저 입장하고, 신랑 입장, 그리고 신부 입장이 가장 마지막이다. 재미난 게 들러리나 신랑 입장할 때와 신부가 입장할 때 음악이 다르다. 이것도 다 신랑 신부가 고른다. 암튼 신랑 입장이 끝나고 음악이 바뀌면 하객들은 이제 뒤를 돌아보기 바쁘다. 신부가 뿅 하고 나타나면 하객들은 전부 기립한다. 보통 이때 눙무리ㅠㅠ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보통 신부의 아빠 되는 사람과 같이 입장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신부 혼자 들어오거나 아니면 신부의 부모님과 같이 들어오는 경우도 봤다.
결혼식을 하는 곳과 피로연을 하는 공간이 다르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바로 리셉션 (결혼식 말고)에서의 신랑 신부 입장 때문이다. 결혼식에서 신부 입장이 하이라이트라면, 리셉션에서는 신랑 신부가 같이 손잡고 기뻐하며 들어오는 게 하이라이트다. 보통 밥 먹고 있다 보면 신랑 신부가 리셉션장에 나타난다. 그러면 밥 먹다 말고 하객들 모두 일어나서 환호하고 소리 지르고 손뼉 치고 사진 찍고 난리 난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와 최측근 가족만 보통 남아서 사진을 찍고, 그 와중에 모든 하객은 리셉션장에 혹은 칵테일 아우어에 먼저 가 있는다. 그러기에 식과 리셉션 사이의 30분-1시간 동안은 신랑 신부를 볼 수 없다. 그러다가 리셉션장에 뿅 나타나면 모든 하객이 반겨주고 축하해주는 게 일종의 프로토콜.
아참, 사진 하니까 생각났는데 결혼식에서 단체사진은 최측근 가족끼리만 찍고 우리나라처럼 친구들 다 모인 그런 사진은 안 찍는다.
그니까 미국에선 이런 사진을 안 찍는다. 내가 송은이 팬이라 일부러 이 사진을 골랐다.
휴~ 리셉션 액티비티와 답례품 등 쓸게 많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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