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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12. 2023

엄마의 탄생

내가 묻고 엄마가 답하는 인터뷰

생일은 언제인가요?

1955년 12월 25일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있을 재 돌림자. 믿을 신을 넣자고 엄만가 아버진가가 넣자고 했대.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어디서 태어났나요?

할머니가 피난 가서 한산에서 출산. 내가 포대기에 싸여가지고 이렇게 들어서 옮겨진, 그런 기억이 있어. 태어나고 몇 달 지나서 56년에 서울로 온 거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온 게 기억이 나.


집에서 태어났나요?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오빠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니까 병원에서 태어났으려나? 잘 모르겠어. 동생은 어느 날인데 막 밤에 부산스럽고 수선거리는 거야. 어릴 때 잠결에 엄마가 병원에 가야 된다고 그래. 그러고 병원에서 오는데 동생이라고 데리고 온 거야. 1월 4일 생. 그 수선스럽고 어수선한 그런 게 기억이 나.


당시 부모님은 몇 세 셨나요?

엄마가 24년생이고 아버지가 23년생. 그러니까 엄마가 31살이었네.


*샛길로 샌 인터뷰: 엄마 아버지 피난 이야기

50년에 6.25가 터졌지. 그 당시 언니를 임신한 채로 한산으로 피난 갔지. 오빠가 48년생이니까 두 살. 오빠가 걸을 수는 있고, 언니는 배 안에 있고. 피난을 걸어 걸어가는데. 폭격이 떨어지고 그러면 방공호에 들어가잖아? 방공호에 들어가면 아기가 울면 안 되니까, 떡을 엄청 조그맣게 잘라가지고 울 때마다 입에 쏙 넣어줬대. 


피난 가면서 경기도쯤 갔나? 어둑어둑해졌는데, 엄마는 임신한 상태에 두 살 아기까지 있으니까 빨리 못 걷잖아. 엄마랑 아버지는 제일 늦게 도착하지. 모든 사람들이 잘 자리를 찾으려고 난리난리가 나 있고. 근데 어떤 아저씨가 작은 목소리로 잠깐 오라고 그러더니, 본인 집으로 데려가서 안방을 내어 줬대. 물을 주더래. 그래서 겨우 얼굴 씻고 나니까 저녁이라고 밥 조금 하고 작은 상을 줬대. 저녁 먹고 너무 고단하고 힘들어서 잠이 들었는데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떠 보니까, 그 아저씨가 자는 동안 엄마한테 부채질을 해줬대. 생각해 봐 7월쯤이었을 테니 얼마나 더웠겠어. 게다가 임산부가. 아침이 되니 다들 보따리 싸들고 일찌감치 떠나는데, 그 아저씨가 따라오라고.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길을 알려주고 정말 한참, 아주 하아안참을 같이 걸어가 줬대. 그 전쟁통에. 그런 사람이 있다니. 수복되고 나서 그 사람을 찾고 싶어서 수소문도 해 봤대. 근데 어디였는지도 못 찾았대.






대학교 때였나, 엄마가 일주일에 한 끼는 가족 다 같이 밥을 먹자고. 앞으로 우리 다 같이 밥을 먹을 날이 별로 없을 거라고. 난 그 제안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이유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나면 친구 만나기도 바쁘고 공부할 것도 많고, 집에 오면 언제나 엄마 아빠 언니가 있으니까 맘만 먹으면 언제든 밥 먹을 수 있는데? 집에서는 잠만 자고 샤워만 하는 곳이라 생각했지. 미국에서 살다 보니 엄마의 그 말이 자주 생각났다. 아 엄마 말이 맞았네. 생각보다 우리 가족 다같이 앉아서 밥 먹을 기회가 별로 없네? 그때 엄마가 한 말이 이 말이었구나. 


그러다 내가 아기를 낳게 되고 엄마는 2달, 아빠는 1달 우리 집에 오시기로 했다. 언니는 못 왔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랑 앉아서 같이 밥 먹고, 수다 떨고 그러는 거 자체가 좋았다. 특히 엄마랑 슬슬 걸어서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기를 낳는 바람에 덕분에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됐다. 물론 엄마의 도움 자체도 정말 컸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시기 전까지 아기를 봐주시고! 그 덕분에 나는 아침에 조금 더 잘 수 있었다. 


다만 마음에 쓰이는 일은 내가 가시 돋친 말을 엄마한테 했다는 것. 유선염에 두 번째 걸려서 손 발을 바들바들 떨면서 너무너무 괴로워하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여기저기 마사지 해주고, 찬 물수건 대 주고. 그게 너무 좋고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왜 나보고 애기 낳으라고 했어? 도대체 이렇게 힘든 일을 왜 나보고 하라고 했어?"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을 엄마한테 했다. 엄마 미안... 


엄마 아빠와 함께한 여름은 정말 행복했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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