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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KAYLA Sep 17. 2017

프랑스에서 디스크 수술하기

추간판 탈출(4번, 5번) 잘라내던 수술을 하다

1. 

카페에서 일하며 다친 허리때문에 끙끙 앓다가 결국 결혼식 당일에 응급실에 실려갔다. 자다가 옆으로 눕거나 자세를 바꿀 때에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면 그당시는 아예 허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고 일어나보니 공포영화에서 처럼 허리가 S자로 확 휘어버렸다. 하필이면 그날 샬롱에서 큰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 전체 비상이 걸렸고 고위험군 환자가 아닌 이상 닥터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월20일 새벽3시 응급실 접수 후 아침 9시 퇴원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으나...

"지금 당장 수술할 수는 없으며 MRI가 있어야 수술접수도 진행이 되는데 MRI기계가 없으니...알아서 영상촬영 해오시고 의사를 추천해줄테니 그 곳으로 가봐라."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한국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프랑스는 국가가 병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의료비부담이 적은 반면, 느려터진 시스템과 열악한 기계 수 게다가 의사희귀현상까지 겪고 있는 나라이다...한국은 병원이 거대한 재단과 기업식 경영으로 이뤄지기때문에 수익창출이 제일 우선시 된다. 다시 말해 환자='수익'이라는 것. 


2. 

MRI를 찍으려면 한 달을 기다리라는데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한국으로 갔다. 한국에서도 수술이 필요하나 아직 젊어서 최대한 버틸만큼 버티다가 수술을 하자고 했다. 하루에 진통제 스무알을 먹으며 버텼다. 밤만 되면 발목을 누가 톱으로 베어가기라도 하는 냥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내 마약성 진통제 주사와 약으로 버티고 버텼다. 


프랑스에 와보니....내 약복용목록을 보던 의사가 펄쩍 뛰며 이렇게 복용하다가는 신장부터 수술해야할 수 있다며 약을 줄이자고 했고 MRI를 들고 찾아간 허리전문수술의사는 본인 판단 전에 '재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디스크수술이라는 건 최대한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한번 수술로 손대기 시작하면 나머지 뼈들의 자체균형도 깨지기 마련이고 다른 수술을 불러오기 때문이에요. 재활의 의견 들어보고 결정합시다." 


3. 

빌어먹을 여름휴가시즌이 약 한 달 정도 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그렇다. 재활의사가 휴가를 떠났다. 그의 휴가기간 '한 달'을 기다린 후에야 '기다리던 수술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들어보고 무릎을 쳐보고 발등을 만져보고 하더니,


"재활 가능성 없습니다. 수술 하셔야합니다. 수술 후에 척추 측만증도 치료하셔야 되요.  이 문제는 환자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왜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죠?" 


그래요. 사실 측만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잖아요. 현대인의 고질병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심한 케이스 아니면 치료 하지 않는게 일반적인데.....라고 말했다가 의사한테 혼났다. 프랑스에서는 어릴 때 특히 2차성징 나타나고 성장기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패밀리 닥터를 통해 검사를 받고 허리 뼈를 고르게 잡아주는 코르셋을 제작, 착용시킨다고 한다. 


그래 니들 잘났다. 


4. 

프랑스에서 디스크 수술이라니, 내가 남의 나라에 와서 결혼하고 살게 될 줄도 몰랐지만은 수술까지 하게 될 줄이야...더군다가 기본 불어회화는 되지만 병원이라는 '특수한'상황 속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의 폭은 더 줄어들었고 딱 그만큼 불안감은 배가 되었다. 


기본 입원실은 2인실(하루 19유로, 식대포함)이고 병실 내에 화장실도 있다. 따로 신청해야하는 서비스는 와이파이(하루 1유로), TV나 전화기가 있었는데 다 신청하지 않았다. 운 좋게도 혼자 2인실을 사용했다. 

병실 전체 샷인데 파일이 작네
내가 사용하던 침대


개인 담요와 생수2병 그리고 컵. 매일 갈아준다
병원 식사. 김치볶음밥 같으나 치즈볶음밥. 진짜 맛없다.....
미드에서처럼 약들을 플라스틱 컵에 담아준다
마지막으로 병실 내 화장실

디스크 수술로 인한 입원기간은 2박 3일. 

수술 전날 14시 이후 병실 입원

다음날 오전 11시 수술 및 당일 저녁부터 재활운동 시작

이튿날 14시 이후 퇴원


5. 

"마취약 들어가고 있어요, 이건 산소에요 숨 크게 들이쉬세요. 자, 다섯까지 세어 보세요."

마취에서 깨어나니 회복실이었다. 이상하다. 다리 저린 것들이 다 사라졌다. 엉치뼈를 누르던 기분나쁜 느낌들도 다 사라졌다. 

재활의사가 와서 5가지 재활 운동을 알려줬다(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할 예정). 그리고 수술 후 3일째부터 하루에 2시간씩 걸으라고 처방해줬다. 쉬엄쉬엄 2시간 걷기. 

한국에서는 수술 끝나면 바로 복대 채우고 며칠은 그냥 누워만 있고 그다음부터 조금씩 L카 밀면서 걸으라고 하는데 이것들은 밑도 끝도없이 운동시키고 걸으라니 독한 것들이라고 욕했으나 

"수술 후 이상하게 자리잡힌 근육들이 빨리 제 자리를 찾고 비정상적으로 눌려있던 신경들도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 가능하면 빨리 재활을 시작하는 거라고 한다. 

수술 부위 소독도 필요없고 자연 봉합되는 특수접착제를 발라놨으니 알아서 떨어질 때까지 가능한 손대지 말라고했다.


6.

프랑스에서도 한국처럼 퇴원하는 날 모든 결제를 한다. 

우리는 수술비, 입원비 피검사비용 등 총 670유로를 지불했고 전액 개인보험회사(Mutuelle)에서 환불해줬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 찾아갔을 때 들은 이야기인데, 개인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의사와 상의하여 수술비용을 할인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7. 

수술 후 약 한달이 지났다. 이전에 있던 통증들은 다 사라졌고 잘 걸어다니고 잘 움직이고 있다. 밤만 되면 아프던 것도 사라졌고 허리도 곧게 펴졌다. 좋아하던 요리도 다시 할 수 있고 집안 청소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앉아있는 것은 최대 1시간정도이니 조심해야하고, 뒤로 확 돈다거나 허리를 갑자기 움직이는 등 몇가지 자세만 주의하면 된다. 


아, 이제 살 것 같다. 강아지랑 매일 산책하면서 가을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낙엽들
해질녘 산책은 밀까에게도 나에게도 행복충전의 시간이다
2017년9월16일 오후 세시의 샬롱. 스위스에서 온 크루즈가 정박해있다.

추신) 일 시작하기 전까지 어떻게 재활하고 나아졌는지, 어떤 요리를 하며 지내는지 포스팅할 예정이다. 말대신 행동으로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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