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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이날다 Nov 16. 2021

크루즈에서의 여수 밤바다

크루즈에서 본 낭만적인 여수야경


여수 엄마 환갑 기념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크루즈 야경투어였다.

기억에 남을 기념적인 이벤트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여수 밤바다 크루즈 야경투어상품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이건 하이라이트 코스다 싶었다. 크루즈를 탈 수 있다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게다가 여행도 엄마 환갑 기념 여행이 아닌가! 기념할만한 추억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상상만 해도 너무 즐거웠다. 여수 밤바다의 낭만적인 야경을 상상하며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크루즈 탑승 일정은 케이블카를 타고난 후 마지막 코스로 넣었다. 크루즈 탑승장인 여수엑스포 여객선터미널은 케이블카 탑승장인 돌산공원과 매우 가까워서 이동이 수월했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크루즈 탑승시간은 저녁 6시부터였고 케이블카를 타고도 시간이 충분했다. 일찍 도착해서 공원을 산책한 후 시간에 맞춰서 탑승장으로 왔다.

 


내 생애 첫 크루즈는 어떤 모습 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탑승장에 도착한 그때!

우리가 탈 크루즈가 선착장에 정박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루즈를 보자마자 신나게 엄마의 기념사진도 찍어드리고 서둘러 탑승했다. 크루즈 내부는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크루즈니까 고급스러울까? 하며 부푼 기대감을 안고 탑승을 시작했다. 크루즈는 총 4층으로 되어있었고 우린 안내에 따라 3층 선내로 올라가기 위해 크루즈 입구로 들어섰다. 


탑승하자마자 기대감으로 설레었던 내 마음은 곧 실망감으로 변했다. 문으로 들어서자 오른편에 보이는 크루즈 1층 홀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넓은 나이트클럽 홀에서 뽕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2층 레스토랑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공간에 테이블만 줄지어 세팅되어 있었다.

크루즈는 내가 상상한 고급 크루즈가 아닌 일반 유람선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실망감이 컸다. 엄마의 환갑 기념 여행에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못내 우울했다.

실망감을 잠시 넣어두고 우리가 올라가 앉을 좌석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 착석했다. 우리가 앉은 3층엔 일반 좌석과 vip룸, 간단한 간식을 파는 매점이 있었고 4층엔 하늘정원이 있었다.  



배가 출항하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쐬며 경치를 구경하러 테라스로 나왔다. 테라스로 나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바다 공기를 마시고 있을 때쯤 배는 오동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배를 타고 옆에서 본 오동도는 공중에서 보던 오동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푸른 바다와 함께 보는 오동도는 청량함이 가득했고 빽빽이 우거진 숲은 내 앞에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4층 하늘정원으로 올라갔다. 하늘정원에는 야외테이블과 함께 날개와 하트 모양의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었다. 탁 트인 하늘정원에서 오동도와 바다 풍경을 보니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졌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함께 실망감에 시무룩했던 내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기 충분했다. 포토존에서 즐겁고 신나게 엄마와 기념사진 찍으며 흥겹게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사진 찍는 동안 배는 거북선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거북선 대교를 케이블카에서도 보고 배에서도 보고 정말이지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하늘에서 본 거북선대교는 우아하고 빛났다면 배를 타고 가까이서 본 거북선대교는 크고 웅장했다. 다리 밑을 지나갈 때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는 가슴이 벅찰 만큼 웅장했다.

배를 타고 거북선대교를 지나갈 때, 배 위에 있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바다 위 정원에서 거북선대교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루즈 하늘정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힐링과 여유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이 순간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 풍경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하늘엔 노을이 지고 시작했다. 해가 지는 하늘과 함께 배는 하멜등대와 거북선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오후에 탔던 케이블카도 거북선대교와 함께 노을빛을 받아 오후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름다운 야경으로 탈바꿈할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간!

크루즈를 탈 때가 4월 30일, 당시 해 지는 시간은 7시 15분은 넘어야 했고 해지는 야경은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쯤 볼 수 있었다. 배를 타자마자 야경을 볼 계획은 착오가 있었고 하늘정원에서는 그저 노을 지는 하늘만 구경해야 했다. 야경만 구경하기엔 4월 30일의 해 지는 시간은 너무 늦었다. 배 출발시간을 감안하면 겨울이 되면 배 출발과 동시에 아름다운 야경만 감상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땐 너무 추워서 지금처럼 하늘정원에서 앉아서 구경하지도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4월의 따뜻했던 봄바람은 해 지는 저녁이 되자 바다를 만나 차가운 바람으로 바뀌었고 추워지기 시작하자 경치 감상은 이쯤 해서 마무리하고 3층 실내로 들어왔다. 3층 vip룸에 들어서니 현재 배가 어딜 지나가고 있는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관광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시작되고 있었고 우린 자리를 잡고 앉아 설명을 들으며 해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배는 종포 해양공원, 이순신광장, 돌산대교, 장군도를 지나 돌산대교 선착장에 도착하는 코스로 지나가고 있었고 창밖으로 구경하며 추워서 밖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그 순간, 선내에서 여수 밤바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잔한 기타 선율의 간주가 해 지는 밤바다와 잘 어우러져서 분위기가 감성적으로 바뀌었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흘러나오는 장범준의 말하는 듯한 감미로운 음색은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로 시작되는 노래 가사로  옆에서 여수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가슴을 울리는 감성에 머릿속의 복잡했던 생각이 날아가면서 감동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고자 노을 지는 바다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수 밤바다 노래를 직접 듣고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느끼니 여수 관광을 살렸다는 기사가 크게 공감되었다.  이 노래가 주는 감동이 잔잔한 풍경과 잘 어울려서 여수의 감성적인 향수를 불러일으켜 여수 밤바다를 찾는구나 싶었다.


지금도 여수를 가면 아름다운 조명이 켜진 야경을 바라보면 여수 밤바다 노래를 들는다. 이 노래를 들으면 선내에서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가슴 벅차올랐던 그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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