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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이날다 Nov 21. 2021

아침이 아름다운 향일암

해를 향한 암자


향일함과의 만남은 수능기도 때부터 시작된다.

고3 수험생인 당시 엄마는 나를 데리고 여수 향일암에 1박 2일로 기도를 하러 오셨다.

그때가 여수 여행의 첫 시작이었다. 알고 보니 향일암은 한국의 해수관음 성지로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4대 관음기도처라고 한다. 그래서 나의 고3 수험 기도로 향일암에 오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수험 기도라는 명목으로 얼떨결에 오게 되게 된 향일암은 고3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만큼 마음이 깨끗해지는 곳이었다. 그 이후에도 대학교 MT, 가족여행, 새해 일출을 보러 여러 번 방문하였다. 특히 향일암에서 자주 아침 일출을 감상했고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향일암에서의 추억이 많다.


향일암은 여수 끝쪽에 위치해 있어서 오래 시간 차로 이동한 후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끝없는 경사로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가파른 경사로는 겨울에도 땀이 날만큼 힘들었는데 향일암 가는 길목에 있는 수많은 맛있는 먹거리 특히 갓김치! 갓김치의 유혹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따뜻한 밥에 갓김치 딱 올려먹으면 너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맛있는 갓김치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향일암 입구


갓김치 가게를 지나 경사로를 걷다 보면 드디어 향일암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 도착하면 사진과 같이 돌에 새겨진 향일암에 대한 설명문을 볼 수 있다.


향일암은 남해 제일 관음성지로 1300여 년 전 선덕여왕 8년 원효대사가 기도 중에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가 고려 광종 9년 산의 형세가 마치 금거북이가 경전 바위를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하여 '금오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조선 숙종 때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으로 '향일암'으로 이름 지어 지금까지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향일암은 앞서 얘기한 대로 4대 관음기도처로,  관음성지에서 기도발원을 하게 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받아 소원을 성취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여행을 왔을 때 향일암에 많이 오게 되었나 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고 설명도 다 읽었겠다 향일암으로 출발해볼까 하는 순간 가파른 계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다시 경사로에서의 등산이 시작된다.


중간전망대 풍경

 

올라가는 길 중간쯤 도착하면 돌거북과 함께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남해바다 풍경을 보면서 잠시 한숨을 돌린다. 개미만큼 작게 보이는 차를 보면 내가 이만큼이나 올라왔나 싶기도 하면서 높은 산자락에 놀라고 광활한 바다 풍경에 감탄한다.  전망을 감상하며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힘내서 등산을 시작한다.


향일암 가는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보이는 반야굴


푸른 잎으로 가득한 숲과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힘든 등산과도 같은 산책로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힐링을 선사해 준다. 숲을 느끼며 끝이 안 보이는듯한 계단을 걷다 보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듯한 이 반야굴이 보인다. 

반야굴을 지나고 나면 숨이 차오를 때쯤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느껴진다. 바람을 느끼며 위를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과 울창한 숲과 함께 더불어 있는 향일암을 만나게 된다. 격한 경사로의 끝에서 만나는 향일암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곳곳에 걸려있는 색색깔의 등은 향일암이 화려한 액세서리를 두르고 있는 듯 알록달록 너무 예쁘게 느껴진다.  


도착하면 만나는 풍경


좁은 반야굴을 지나 도착하고 나면 항상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이 자리에 이런 절을 지을 수 있었을까?

향일암은 금오산 중턱에 돌산과 함께 기암절벽 위에 위치해 있을뿐더러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반야굴까지 있는데 그 옛날 신라시대에는 어떻게 자재를 여기까지 가지고 와서 이 자리에 이런 절을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갈 때마다 똑같은 의문이 생기지만 아직도 풀리진 않았다.


향일암 대웅전


삼성각을 뒤로한 채 왼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늘의 주인공 대웅전이 나온다. 

향일암에서 하루 지낼 때는 항상 일출을 봤다. 향일암에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이 되면 대웅전 바로 앞에서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 해가 떠오를 때 향일암에서 보는 일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듯한 감동을 준다. 아침햇살이 바다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그 햇살을 받은 아침의 향일암은 굉장히 아름답다. 


내가 아침에 일출을 맞이하던 대웅전은  2009년 12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웅전이 화재로 전소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대웅전은 잿더미만 남은 채 모두 불에 타버릴 정도로 화재는 매우 컸다. 그동안 대웅전에서 기도하고 새해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던 추억이 가득한데 잿더미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 대웅전은 복원작업에 들어갔고 긴 복원작업 끝에 2012년에 드디어 웅장한 대웅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대웅전은 3년에 걸쳐서 긴 시간 끝에 복원작업이 완성이 되었다. 복원작업이 진행될 동안에는 향일암에 와도 화재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대웅전을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뻥 뚫린 듯 허전했었는데 다시 만난 대웅전은 가슴 벅찰 만큼 너무 반가웠고 기쁘고 행복했다. 화려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던 대웅전은 전통 오색 기와로 바뀌었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의 대웅전은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듯했다.  




대웅전을 뒤로하고 해수 관음전으로 올라가 보면 고운 색깔의 염주를 목에 두른 돌거북이 난간과 함께 바다 풍경이 펼쳐져 있다. 향일암의 곳곳에는 이처럼 돌거북을 볼 수 있는데 관음전의 돌거북들은 용궁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수관음상을 향해 마음속 깊이 간직한 소원을 빌며 기도를 하고 돌거북 앞에 서면 넓고 파란 남해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향일암에서 바다는 부산에서 보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부산에서 늘 맡던 소금 내 나는 바닷바람이 아닌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분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답답해진 마음이 시원해진다. 마치 바다가 힘내라고 위로해주듯 항상 향일암에 오면 위안을 받는다. 향일암에 오면 항상 바다와 사찰이 주는 여유로움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해수관음상에서 정성을 담아 기도한 염원이 이루어지고 앞으로의 일이 다 잘되길 바라며 향일암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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