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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이날다 Nov 04. 2021

기장 연화리의 해물 포장마차촌

연화리 기장 해녀촌 20년 단골집  해산물 모듬과 전복죽


내가 17년째 살고 있는 기장군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딱 하나로 소개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기장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해산물과 전복죽을 먹으러 항상 오던 연화리의 기장 해녀촌이다


기장 해녀촌에 처음 오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장에서 부동산을 시작하신 엄마가

하루는 거래처 사장님과 함께 갔던 맛있는 곳이 있다며

연화리로 나를 데리고 오셨다. 그것이 연화리 해녀촌과의 첫 만남이었다.


기장 해녀촌이 위치한 연화리  일반 해수욕장과 달리

고기잡이배를 많이 볼 수 있는 어촌마을로 항상 싱싱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푸른 바다와 방파제와 고기잡이배, 해산물이 줄지어 있는 해물 포장마차의 풍경은 해수욕장만 가봤던 어린 나에게는 매우 이색적이었다.



연화리는 해녀마을로 해녀들의 활동이 왕성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화리의 입구부터 횟집이 즐비해 있었고 죽도로 가는 연죽교 옆 광장에는 해물 포장마차가 있었다.

포장마차는 끝을 모르듯 여러 개의 포장마차가 줄지어 이어져 있었고 가게 간판은 자그마하게 걸려있었다.

해안가에서의 짙은 바다 냄새와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나온 듯한 포장마차 현수막과 빨간 대야에 담긴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 그 앞에서 해산물을 손질하고 계시는 해녀 할머니들이 앉아계셨다.


포장마차촌에 있는 싱싱한 해산물들


포장마차마다 즐겁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도 엄마가 소개한 단골집으로 입장했다. 포장마차를 들어서자 입구엔 할머니께서 잡은 해산물로 가득했고 하나씩 손질하며 부드러운 미소로 우릴 반겨주셨다. 우리 단골집은 '은주 엄마'로 몇 번 얼굴을 비쳤던 엄마와는 안면이 있으신지 안부인사를 나누셨다. 현재는 테이블과 의자로 돼있지만 당시에는 바닥에 깔린 장판 위로 테이블만 있는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의 열린 창문으로는 죽도가 보였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기본 제공 반찬과 홍합탕

우린 창가에 자리를 잡고 해산물 모듬과 전복죽을 주문했다.

주문하면 기본으로 깍두기, 미역 톳, 생양파/고추, 홍합탕이 나온다. 이곳 홍합탕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퀄리티가 매우 높다. 홍합 알도 큰 데다가 국물도 개운하고 진하다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건 깍두기다. 할머니의 깍두기 담는 솜씨가 일품이다. 깍두기가 달달하면서도 아삭아삭하면서 매콤함, 전복죽과 함께 먹었을 때 금상첨화였다.

예전엔 너무 맛있어서 남은 전복죽 포장해갈 때 할머님께 말씀드리면  인심 좋은 할머니께서 서비스로 깍두기도 한가득 같이 담아 주셨다

 

해산물모듬'소' 와 전복죽


바닷바람을 쐬며 풍경을 보고 있을 때 우리가 주문한 해산물모듬과 전복죽이 나왔다.

전복죽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돼서 기다리면 오래 걸린다고  엄마가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해놓은 상태였다.

미리 주문 한덕에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따끈한 전복죽을 먹을 수 있었다. 솥단지 전복죽으로 엄청난 양과 함께 한상 가득 푸짐하다.



연화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싱싱한 해산물 하면 회만 먹어봤었다. 그런 나에게 연화리에서 처음 보는 해산물들을 적지 않게 충격적이었다.

생김새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회가 없다는 거에 놀라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해산물모듬엔 산 낙지, 개불, 멍게, 소라, 전복, 고동, 성게가 나오는데 갓 잡아 손질한 해산물들이 어린 나에게는 생애 첫 경험이었다.

처음 한입 먹어봤을 때 입안 가득 느껴지는 바다 맛에

이게 무슨 맛이지 이게 왜 맛있다고 하는 걸까 하며 의아했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자연 그대로의 맛은 신선하면서도 어색했다. 어색함도 잠시 먹을수록 느껴지는 해산물의 신선함과 식감. 해산물 그대로의 맛이 느껴지면서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저 꼬들꼬들한 산 낙지와 싱싱한 소라, 전복회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입안에서 해산물의 싱싱함이 느껴지는 그 순간이 얼마나 황홀한지!  낙지, 멍게 성게 개불 고동은 처음에는 뭔가 징그럽고 처음 봐서 못 먹겠다고 했던 것들인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특히 개불, 고동 한번 맛 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마성의 음식들이다.


솥단지 가득 전복죽이 나온다


이곳의 자랑 솥단지 전복죽이다. 정말 굉장하다. 처음 왔을 때 솥단지 가득한 전복죽을 보고 굉장히 놀랬었다.

전복죽도 처음이었거니와 이렇게 많은 양을 주신다는 거에 감탄했다. 전복죽 양만 봐도 따뜻한 인심이 느껴졌다. 나의 첫 전복죽은 진짜 진하고 깊었다. 전복과 함께 부드럽고 진한 전복죽이 해산물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했다. 전복죽은 포장마차에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항상 양이 많았고 우리는 늘 남은전복죽을 포장해왔다. 장용기도 늘 준비돼 있어서 요청만 하면 언제든 포장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맛 들인 전복죽 맛과 다른 곳 전복죽 맛은 뭔가 달랐다. 진하고 깊은 이곳 전복죽과는 달리 다른 전복죽은 뭔가 심심하고 진한 맛이 덜하다고 느껴졌다. 그만큼 이곳의 전복죽이 진짜 맛이 진해서 전복죽은 여기에서만 먹게 되었다. 이 맛이 좋아서 부산에 놀러 온 지인들에게 소개해주면 다들 어마어마한 전복죽을 보면 적지 않게 감탄했다.


서울에서 학교생활할 때 부산에 내려오면 항상 이곳에 왔었다. 지금은 가까이 살아서 먹고 싶으면 자주 오지만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곳의 전복죽이 계속 생각나고 너무 그리웠다. 당시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멀미 탓에 소화도 안되고 피곤한 상태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영양보충을 해야 한다고 부산 도착하자마자 항상 연화리로 전복죽을 먹으러 왔었고 부드러운 전복죽으로 속을 달래고 영양 가득한 죽으로 피곤한 몸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지금 기장하면 회,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많이 떠올리지만 나에게 기장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건 해산물 모듬과 전복죽이다. 내가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포장마차 안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며 먹는 신선한 해산물의 참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엔 포장마차 창문을 다 열어두어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죽도와 함께 푸르른 바닷가 풍경을 보며 먹으면 해산물의 신선함이 느껴지면서 힐링되는 기분을 느낀다


사진 속 연죽교만 건너면 죽도로 갈 수 있다.
왼편 작은 섬이 죽도

죽도는 연화리에 위치한 작은 섬이며 연죽교를 통해서 신암마을과 연결되어 있다. 죽도는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인데, 지금은 대나무보다 동백나무가 더 많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연죽교를 통해 죽도로 걸어가면서 하는 바닷가 산책도 너무 좋았다.  연죽교 위에 서서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쐬며 보는 광활한 바다 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나에게 연화리는 해산물과 전복죽의 천국이다.

영양 가득한 전복죽에는 멀리서 내려온 딸에게 영양 가득한 죽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과

어린 딸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먹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다.

싱싱한 해산물과 진하고 깊은 전복죽 죽도 바닷가 풍경을 한번 맛보게 된다면 나처럼 이곳을 계속 찾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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