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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욘드플랫폼 Jan 06. 2017

써티컷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싸워왔던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써티컷도 파란만장한 2016년을 마무리하고 2017년을 맞이했습니다.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훨씬 컸던 한 해이기에, 써티컷 사무실의 연말 분위기는 유난히 어두웠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가혹한 상황 앞에서 써티컷 식구들은 많이 실망했습니다. 이내 이겨냈지만요.  

 

써티컷의 생사(?)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한 줄 스포를 하자면, 저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6개월의 희망고문, 끝내 '불허'


2016년 P2P 시장은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시장 규모는 12월 말 기준으로 4,68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2016년 초 5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서 약 9배 성장한 거죠. 많은 업체들이 생겨났고 다양한 방식의 P2P 상품들이 취급되고 있지만 써티컷이 하려고 했던 모델은 업계에서 유일했습니다. 바로 '기관투자자형 P2P 모델'입니다. 기존의 P2P 상품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개인에게 대출을 합니다. 그러나 써티컷이 구상했던 모델은 저축은행, 캐피털,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들에게 자금을 모집해 개인에게 대출해주는 것이었습니다(간혹 저희와 제휴한 NH농협은행을 기관투자자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농협은 대출을 집행하는 여신기관이고 이번 기관투자자 이슈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를 위해 써티컷은 작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협의의 쟁점은 '기관이 P2P에 투자할 수 있는가?', '어떤 기관이 투자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금융당국은 끝내 기관의 P2P 참여를 불허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6개월의 싸움 끝에 지난 11월 16일 금감원 약관 승인을 받아내고도, 상품을 출시할 수 없게 됐고요.



혁신을 꿈꾸기엔, 너무 가혹한 규제


긴긴 싸움에 많은 주장과 반박이 오갔지만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핵심은 현재 한국에 P2P 관련 법안이 없고, 따라서 P2P 투자 행위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면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한민국이 유난히 금융산업 규제가 심하고 핀테크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겠지만요.


금융위나 금감원에는 핀테크나 P2P 전담부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러 감독국들을 전전하며 협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저축은행을 기관으로 추진할 때는 저축은행감독국에, 캐피털사에 대해 논의하려면 여전감독국에,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국에 갔습니다. 각 감독국 간에 협의가 공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매번 처음부터 논의를 진행해야 했지만 P2P 담당 부서가 없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신산업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각 감독국들의 답변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투성이었습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먼저 저축은행감독국은 "P2P 투자행위는 '예금담보제공'으로 보이나 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은 예금담보제공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불허했습니다. 자산운용국은 "P2P 투자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대출'행위이며, 펀드는 대출을 할 수 없다"며 자산운용사의 참여를 불허했고요. 반대로 여전감독국은 "P2P 투자행위는 대출도 아니고 예금담보제공도 아니고 일종의 '투자'행위로 보이나, 캐피탈사는 투자행위를 할 수 없다"며 불허했습니다. P2P 투자행위에 대한 세 감독국의 해석이 모두 다른데, 공교롭게도 각 기관들의 금지업무에 해당합니다.



저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석이 다른 게 말이 되냐고요? 저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재 P2P 법안이 없기 때문에 각 감독국의 해석이 달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써티컷은 '기관투자자 P2P 모델'만을 바라보고 1년 3개월을 달려왔습니다. 저희 모델이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생떼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미국의 P2P 산업에서 기관투자자는 전체 투자금액의 80%를 차지하며(렌딩클럽의 경우)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한국P2P금융협회도 이번 사태에 힘을 합치기로 했을 정도로 '기관투자자의 P2P 참여'는 산업적인 이슈입니다. 써티컷이 언론에 그리 오르내리는 것도 많은 분들이 저희의 비전에 공감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불합리한 이유로 허망하게 사업을 그만둘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저희의 밥그릇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비논리적인 규제 때문에 포기해버리는 선례를 만든다면 앞으로 P2P 산업과 핀테크 업계가 어떻게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멈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 2일 한국P2P금융협회와 함께 금융 당국에 법령해석을 의뢰했습니다. 지금처럼 각각 감독국과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종합적으로 질의를 넣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써티컷은 P2P 투자행위가 대출, 예금담보제공, 투자 중에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요. 저희는 감히 그걸 결론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대출이든 투자든 일관된 해석만 해주면 저희는 그 결론에 따라 기관투자자를 섭외할 예정입니다. 부디 사업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다음 브런치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희가 이 험난한 싸움을 이겨나갈 여정에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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