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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프리카 달걀보신 적 있나요?

by 라이프파인

아프리카 지역 시장에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매끈하고 큼직한 달걀과는 조금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되죠.

표면에 흙이나 닭의 깃털이 살짝 묻어 있기도 하고, 손에 쥐어보면 앙증맞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크기는 작아도 가격은 큰 것에 비해 더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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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고 투박한 달걀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요?

1. 토종닭
많은 농가에서는 공장식으로 알을 많이 낳도록 개량된 품종 대신, 그 지역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토종닭'을 키우거든요. 이 닭들은 웬만한 질병은 스스로 이겨내고,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잘 적응해요. 다만 알을 크고 많이 낳도록 유전자가 개량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래 자연의 섭리대로 작은 알을 낳는 것이랍니다.

2. 자유로운 환경
그리고 닭들이 자라는 '환경'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작은 달걀은 좁은 닭장이 아닌, 마당이나 들판을 자유롭게 뛰노는 '행복한 닭'이 낳은 경우가 많아요. 이 닭들은 정해진 사료만 먹는 대신, 땅을 쪼아 벌레를 잡아먹고 풀을 뜯으며 스스로 먹이를 찾습니다. 또, 넓은 공간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쓰는 에너지가 많다 보니, 알을 키우는 데 모든 영양을 집중하기보다는 생존과 활동에 에너지를 골고루 나누어 쓰게 되죠.

3. 뜨거운 날씨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의 '뜨거운 날씨'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람이 더우면 입맛을 잃듯, 닭도 마찬가지예요.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면 닭은 '열 스트레스'를 받아 자연스레 먹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알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이나 칼슘 같은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니, 알의 크기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 작은 달걀의 품질이나 영양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자연에 완벽하게 적응한 건강한 토종닭이, 드넓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놀며 자연의 순리대로 낳은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어떤 환경에서 치열하게 구르며 적응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크기와 모양, 단단함이 달라지는 우리 직장인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굳건하게 키워진 '대기업형 인재'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거친 야생 같은 곳에서 자신만의 생존력으로 똘똘 뭉친 '스타트업형 인재'도 있는 법이니까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환경에 최적화된 생존 방식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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