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르완다의 취약계층 농민들과 함께했던 농촌개발 프로젝트가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
며칠 전,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우수농민 시상식이 수많은 이들의 박수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희망을 일구고,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기 시작한 농민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땅을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부터 신뢰가 무너졌던 리더십의 붕괴, 그리고 하루아침에 땀의 결실을 앗아간 자연재해까지...
제가 발로 뛰며 겪은 르완다 농촌개발 프로젝트 이야기를 3편에 걸쳐 나누며, 이 분야의 생생한 현실과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편] "우리에게는 땅이 없었다"
2023년, 농촌개발 프로젝트의 시작은 지역의 미혼모, 과부 등 가장 소외된 여성 농민들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이 여성들을 이미 KOICA 사업 경험이 있는 기존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나의 커뮤니티로 시장성있는 작물을 판매해 경쟁력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땅'이 없었습니다.
최초 계획은 지역정부로부터 농지를 무상 제공받기로 했지만, 정부의 토지개혁 계획에 부지가 포함되며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근의 다른 협동조합으로부터 땅을 빌리며 한숨 돌리는 듯했습니다.
...
그러나 그것은 더 큰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땅을 빌려준 협동조합은 계약을 무시하고 임대료를 계속 올렸고, 급기야 잔금을 예정보다 빨리 달라며 우리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지역정부에 중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땅은 원래 정부 소유였고, 상대 조합 리더가 농업 활동을 명분으로 땅을 받아 불법 임대 장사를 해왔던 것입니다.
결국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었고, 해당 조합은 세무조사와 함께 여러 비리가 드러나 리더 일부가 법정에 서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저는 더욱 필사적으로 토지 확보에 매달렸습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정부로부터 총 3ha(약 9,000평) 규모의 경작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땅 문제가 해결되자, 또 다른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농민 대부분이 하루 1천 원 남짓 버는 자급자족 농업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당장 먹고살 돈이 급했기에, 중간 상인에게 헐값에 작물을 넘기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들에게 기업과의 계약재배는 사치일 뿐이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내 땅'이 없다는 오랜 불안감과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였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3년간 꾸준히 교육하며 당신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재정 관리, 농업 기술, 미래 설계, 리더십 교육… 씨앗을 심듯, 우리는 그들의 마음에 희망의 가능성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시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