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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가 May 06. 2020

꾸준한 성장의 역설

"매일 1%씩 성장하면, 1년에 38배"

무려 10년이 지난,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당시 저는 컨설팅 회사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온갖 스트레스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일 자체의 난이도도 높았고, 업무 강도도 지나쳤습니다. 아침 9시 넘어서 출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2~3시가 훌쩍 넘는게 다반사인데다가 일요일도 늘 사무실에 갔으니 지나친 업무 강도가 맞네요.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영어였습니다. 그당시 속했던 프로젝트는 영어 활용이 아주 중요했는데, 제게 쌓이는 스트레스는 엄청났습니다. 실력 발휘는 고사하고, 티안나고 모안나게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 날마다의 출근길이 고역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인턴과 비교 당하는 횟수가 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제게 일들이 쏠리지도 않았습니다. 일이 한가해진 만큼, 불편하리 만큼 눈치밥을 먹는 신세가 반복된 셈입니다. 저의 무능 덕택에 일이 많아진 다른 인턴 형은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제게 격언을 아끼지 않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매일 1%씩 성장하면, 성장하면 1년에 38배 남짓 성장한다.
날마다 조금씩 철저하게 성장하자.


꾸준한 성장의 중요성을 다룬 내용은 널리 퍼져있습니다. 미키타니 히로시(라쿠텐 회장)도 꾸준한 개선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니까요.


매일 1퍼센트씩 개선하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된다. 오늘은 어제의 나를 이겨야 한다.

매일 1%의 개선을 1년간 지속한 것만으로도
1.01을 365일로 제곱한 수치,
무려 37.78배 만큼 실력이 늘어난다.

항상 개선하고 항상 전진하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라쿠텐 스타일’에서)


그당시 그 말에 위안을 얻고 감사했으며, 나름의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던 버팀목같은 문구였습니다. 날마다 영어 공부를 조금씩 했습니다. 단어를 외우고, 영어 방송을 보고, 문장을 활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 영어 실력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았습니다.




영어의 실력이 크게 늘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훌쩍 지났고, 사회 생활도 수년한 이후였으니, 인턴의 경험을 한 시점에서 7~8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네요.


그당시 저는 기회가 닿아, 프레지라는 회사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프레지가 한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었고, 제가 갖고 있던 이력과 찾고자 하는 인재상과 닿아있어서,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제 경력과 경험에 과분한 기회였고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압박이 다시 밀려왔었고, 그날로 바로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다시 영어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선생님은 파격적이었습니다. Johnny 선생님은 저보다 5살 정도 연장자였고, 한국말은 거의 하지 못하는 교포였습니다. (싫어, 먹어, x발 등의 욕을 구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선 너무 무서웠습니다. Johnny는 축구 코치를 본업으로 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근육질에 무서운 인상을 자랑으로 절 압박했습니다. 과외 중간에 그만두고 싶던 순간도 많았으나, 면접 날짜는 다가오고 있어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았기에 버티며 참으며 배웠습니다. 이렇게까지 무섭게 해야하나라고 느끼는 순간도 더러 있었으나, 이악물고 버티던 몇 주였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인터뷰 때가 왔습니다.




인터뷰 방식은 독특했습니다. 프레지 사무실에 1주일 정도 채류하면서, 그곳에 직원들과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생활을 함께하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묻고, 이 내용들을 종합해 한국 시장 진입 전략을 설계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끝내게 됩니다. (지금 이 내용을 적으면서도, 제가 대체 어떻게 해냈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무엇보다 일련의 프로세스를 영여러 진행한다는 것은 제게 압박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Johnny 때문이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가루가 되면서 버티고 견뎠던 만큼, 영어 실력은 성큼 성장해있었습니다. 무엇보다, Johnny는 제게 압박하며 영어 수업을 진행한 반면, 프레지의 직원은 천사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모두가 나이스했고, 제가 쉽게 알아듣지 못할 경우엔 매우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주고 저를 이해시켰습니다. 운좋게 저는 입사에 성공했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도 수개월동안 영어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겪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 같네요.


익숙치 않은, 그리고 영어로 진행하는 화상 회의에 아젠다를 준비해서 발표하고 질의를 받는 일은 큰 공포였습니다. 회의 전에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여러번 연습하고, 예상 질문과 답을 영어로 준비하면서 주간 미팅의 공포준비하고 견뎌냈습니다. 그 과정속에서 Johnny의 힘을 계속 빌렸고, 그는 변함없이 저를 가루로 만들어내며 성장시켰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영어 공부로 성장한 폭보다, 회사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수개월동안 성장한 폭이 압도적으로 깊고 큽니다. 지금도 능숙하지는 못해도, 영어로 일하고 밥먹고 사는데 지장없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Johnny와 프레지라는 회사에 내심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길게 늘어진 시간과 꾸준함의 덕목보다 중요한 것은 밀도와 강도였습니다. 찰나의 순간동안,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찢기고 붙고를 반복하며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이나 언어를 배울때도,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하기보다 단 시간 동안 격한 레슨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테니스를 배울 때, 오랜 시간 동안 받은 저강도 레슨보다, 1달여동안 강도있게 받은 레슨에서 오는 실력의 상승폭이 더 컸습니다. (물론 지금도 매우 못칩니다.)


이 경험 덕택에, 저는 무언가 배우거나 늘리고 싶을 때 극약처방을 하는 편입니다. 극도의 사지에 저를 몰아넣고 연마합니다. 꾸준함의 덕목 대신, 극한의 상황에서 오는 성장을 믿고 따르는 편입니다. 꾸준함 대신, 격함의 가치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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