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2일의 수습일기
12일 오후 7시 50분, 한 60대 여성이 눈물을 닦으며 동작경찰서를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가 말을 걸었다. “어머니, 왜 이렇게 우세요…”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내가 누군지, 왜 이런 걸 물어보는지는 묻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경찰서 앞에서 한참 사연을 들어보니, 약을 먹고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지갑을 훔쳤다는 얘기였다.
“내가 육십이 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게…” 그는 바들바들 떨면서 상황을 얘기했다. 그는 오늘 오후 AS를 맡긴 물건을 찾으러 백화점에 갔다. 간 김에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가방에 모르는 지갑이 있었다. 지갑을 찾아주면 되겠지 싶어 식도암 투병 중인 남편의 식사를 챙기고 나니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나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변명하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단다. 지갑 주인은 지금 강원도에 가있어 바로 지갑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타미플루 부작용 사례가 떠올랐다. 지난해 말,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일이 있었다. 2013년 이후 비슷한 사례가 6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특정 성분이 들어간 약을 먹으면 취한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한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정신이 없어 자신의 지갑을 챙기면서 다른 사람 것까지 가방에 넣은 것 같다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약 부작용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고, 지갑에 손도 안대고 돌려주셨으니 괜찮을 거예요.” 아픈 남편이 알게 될까 겁에 질린 그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위로했지만 사실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그가 약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어떻게든 선처받을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