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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Nov 13. 2023

경찰서 단골손님, 택시기사

2019년 3월 17일의 수습일기

수습이 하루에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1위는 경찰, 2위는 택시기사다. 택시기사는 이동을 위해 택시를 탈 때도 마주치지만, 경찰서에서도 자주 만난다. 마와리를 돌며 처음으로 말을 건넨 민원인도 택시기사였고, 오늘 아침 동작경찰서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도 택시기사였다.


 “밤에 일을 하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 택시기사 A씨는 17일 오전 3시 신림역 근처에서 20대 남성 B씨을 태웠다. 술에 취한 남성이 말한 행선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A씨는 길을 조금 돌아가게 됐다. 그러자 B씨는 화를 내며 시비를 걸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A씨는 처음엔 기본요금만 받겠다고 했다. 그러다 그냥 돈을 받지 않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B씨는 A씨를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경찰차를 보자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때려 현행범 체포되기까지 했다.


 A씨는 B씨가 주먹질을 하기 전까지는 그냥 넘어가려 했다고 한다. 밤에 타는 승객 대부분이 술을 마신 사람이고, 그러다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요금 시비나 승객의 폭행 등으로 경찰서를 찾은 택시기사 대부분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냥 이렇게 넘겨도 되는 걸까.


 찾아보니 택시 운행 중 기사가 폭행을 당하는 일은 매년 3천 건이 넘는다. 기사의 말처럼 흔한 일이기도 하고, 크게 다친 정도가 아니면 기삿거리도 아닌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왜 대책은 없을까. 전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해외처럼 택시에 의무적으로 보호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도 시내버스에는 보호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시범사업 단계서 무산됐다.


 보호벽이 없어 사전 예방은 불가능하고, 그들이 기댈 건 사후 증명을 위한 블랙박스뿐이다. 또 다른 택시기사 C씨는 그마저도 용량이 부족해 3시간에 한 번씩 초기화돼 억울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보호벽 설치와 블랙박스 관리가 의무화될 날이 올까. 그러면 경찰서에서 택시기사를 덜 만나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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